연구개발대신 지리한 법정공방에 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 생산공장 모습=삼성

[오피니언타임스=최진우] 증권선물위원회가 1년 7개월을 끌어온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논란에 대해 결국 고의적 분식회계로 결론을 내리면서 검찰고발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비극'이란 표현을 쓴 것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을 갖고 있는 개인투자자가 8만명에 달하고 이들이 보유중인 5조원 어치의 주식이 거래정지와 함께 돈이 한동안 묶이게 됐다는 점,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될 경우 막대한 금전적 손실을 입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위험한 주식에 투자했느냐고 개인투자자들을 힐난할 수는 있다. 하지만 개인의 책임으로 모든 것을 덮을 수는 없다. 국가가 상장을 허용했고 삼성이라는 가장 믿을만한 브랜드를 지닌 바이오 종목을 외면할 이유 역시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6년 11월 상장이후 1년 6개월 사이 주가가 5배이상 오른 바이오 대표종목이었다.

개인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 지분이 9.09%에 달하고 있는 점이 이를 말해준다.

시장참여자들이 가장 당혹스러워하는 점은 똑같은 사안에 대해 2년전 금융당국이 내렸던 결론과 지금의 결론이 180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논란은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 촉발됐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분가치를 부풀려 상장시 특혜를 받았다며 분식회계 의혹을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정치권도 여기에 가세했다. 지난해 2월 국회정무위에서 일부 의원들은 회계변경과 관련한 특혜의혹을 제기했다. 질의가 쏟아지자 진웅섭 당시 금융감독원장은 “문제가 없다”고 밝혔으나 거듭된 의혹제기에 “유관기관과 감리착수 여부를 협의해보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금감원은 한달 뒤 특별감리에 착수했고, 1년2개월만인 지난 5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가치를 부풀려 회계기준을 위반했다”는 충격적 결론을 내렸다.

시계를 돌려 2년전으로 거슬러가 보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6년 삼성바이오에피스와 함께 나스닥 상장을 추진중이었다. 하지만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규정까지 바꿔가며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유치전에 뛰어들자 생각을 바꿔 국내 상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6년 상장 과정에서 금감원이 위탁한 한국공인회계사회 감리를 받았다. 또 상장 주관사를 맡았던 골드만삭스, 씨티글로벌마켓증권, JP모건 등 글로벌증권사들로부터 국제회계기준(IFRS)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자문을 받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번 증선위 결정에 반발하며 즉각 행정소송 절차에 들어간 것은 2년전 문제가 없다던 결론이 정반대로 뒤집어 진 것을 받아들일 수도, 동의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입장에서는 관련법에 따라 모든 회계절차를 밟았고 한국거래소와 금감원이 상장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려 상장했는데, 지금에 와서 분식회계라고 결론내리고 검찰고발까지 의결한 것은 완벽한 자기부정, 자기모순이라는 생각을 떨치기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

14일 증선위 결정을 확인하고 기자들의 질문에 침통한 표정을 짓던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머리에는 어떤 생각이 떠올랐을까. 아마 한국영화제목을 패러디해서 시중에 오래전부터 떠돌아 다니고 있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조롱섞인 표현이 뇌리를 스쳐지나갔을지 모른다.

증선위의 결정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완패로 끝났지만 싸움은 이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 측은 행정소송 절차에 착수했고, 싸움은 대법원까지 이어지면 최대 2~3년이 소요될 수도 있다.

급변하는 세계 바이오산업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부를 걸어도 모자랄 판국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당한 돈과 에너지를 지리한 법정공방에 쏟아부어야 할 딱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최진우 cjw56089072@gmail.com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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