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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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그와 나에게 오래 슬퍼할 만한 일이 일어난다면 그때 그곳에 우리가 꼭 함께 있었으면 한다’

신형철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중

신형철 교수가 출간을 위해 지난 7년 동안의 글을 모아보니 슬픔에 대한 것들이 많았단다. 그가 슬픔을 자주 생각하게 된 것은 2014년 세월호 사건, 2017년 아내 수술로 인해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 본디 형언할 수 없는 큰 슬픔의 파도가 내면에 몰아치면 짠 내가 한동안 가시지 않는다. 그러다 염전(鹽田) 위 소금이 보일 때쯤 다른 종류의 파도가 스멀스멀 기어오면 슬픔의 강도는 배가되고 더 이상 견뎌 낼 재량이 없다.

이때는 누군가의 체온이 필요하다. 지나가다 마주친 이방인이 아닌 나의 허물을 가슴으로 보듬어 줄 사람. 신형철 교수는 아내와 함께 있고 싶다고 했다. 오래 슬퍼할 만한 일 앞에 서로 부둥켜안고 엉엉 울었다고 했다. 그렇게 슬픔은 본래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짠맛을 잃어가듯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으리라.

최근 진퇴양난(進退兩難)의 슬픔을 맞이하여 ‘마음 둘 곳 없다’는 말을 체감하고 있다.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을 원망하며, 숨이 멎을 때까지 한숨을 길게 뿜어보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리고 아내가 등을 토닥여 줄 때면 이내 자리를 피해버렸다. 그렇게 한참을 위로받으면 10살짜리 어린아이처럼 펑펑 울 것 같아서. 지금은 그저 슬픔을 슬픔으로 맞이하고 싶다. 슬픔의 파도가 몰아쳐서 내 몸속의 수분을 모두 잠식시킬 때까지. 그래도 나는 죽지 않을 것이다. 아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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