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선의 컬처&마케팅]

[오피니언타임스=황인선]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한 ‘스타트업 페스티벌 2018’이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부산 해운대, 동백섬, 구남로 일대에서 열렸다. 필자는 중소벤처기업부 소통 분과위원장(비공식) 자격으로 그 페스티벌을 참관했다. 토요일 열린 장관 간담회에서 스타트업들과 VC(벤처투자사)들은 날선 비판을 했다. 스타트업 페스티벌이지만 스타트업은 없었다, 준비가 소홀했다, 스타트업은 페스티벌을 원하는 게 아니다, 빅뱅 승리가 아이돌 가수가 아니라 스타트업으로 나왔어야 했다...등등. 치열한 생존의 기로 앞에 선 그들의 육성다웠다.

그럼에도 창업을 산업 이전에 문화로 만들려는 방향성, 오픈된 페스티벌, 규제샌드박스 설명회와 실패 박람회 등 다양한 소통 시도 등은 긍정적이라는 격려도 나왔다. 25년간 대기업만 다닌 필자는 그 소리들을 들으며 사실 다른 생각들을 했다. ‘스타트업 문화는 이렇게만 꾸준하면 성공한다. 우리 실물경제 5%, 정신 경제 30%를 담당하면 대박이지. 그런데 현재 기업에 다니는 2000만 직장인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라는 화두였다.

ⓒ픽사베이

한국에서 직장 다니기

필자가 신입사원 시절 한국 남자는 아내가 죽었을 때보다 직장에서 잘렸을 때 더 충격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직장이 대체 뭐기에 했었는데 나중에 이유를 알게 되었다. 직장의 컬처 코드는 ‘신분증’이었던 거다. 어디 다니는가, 연봉 등에 따라 자동차와 집, 배우자, 자존심과 인정 그리고 네트워크까지 결정되는 절대반지 신분증. 직장을 잃은 사람은 남자도, 남편도, 아빠도, 사회인도 아닌 ‘벌거벗은 생명(조르조 아감벤이 말한 Homo Sacer)’이 된다. 화제를 모았던 ‘미생’, 최근의 ‘여우각시별’ 드라마를 보면 직장인들은 거의 전쟁처럼 일한다. 전쟁에서 지면 우울증, 패배감, 자살을 한다.

필자는 25년을 대기업에서 일했다. 대기업부터 중견 중소기업, 공무원 등 많은 직장인을 안다. 그들의 소실점은 직장이다. 직장은 돈을 벌고, 은행 신용을 얻는 신분증이 되며,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안락한 노후를 저축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했다. 직장에서는 유능했고 “상무님 ♥” 사랑받던 사람도 직장을 그만두면 갑자기 채무자의 웃음을 짓고 사랑하고 존경한다던 관계는 툭툭 끊어진다. 산업화의 기적을 만든 나라에서 정작 주인공인 그들 실버의 취업률과 자살률이 OECD 톱이다. 30년 직장을 다녔는데 이렇게 된다. 그들이 올인하고 살았던 직장이 도대체 뭐지?

네이버 국어사전에는 ‘직장(職場)’의 같은 말: 일자리, 유의어: 일터, 밥그릇, 밥줄로 나와 있고 영어로 직장 Workplace는 법률적 뜻으로 노역장. 직장인은 Worker, Employee, Salary man 등으로 표현된다. 그만큼 직장(인)은 비루하다. 거기다가 한국은 요즘 직장 내 오너와 상사 갑질이 흙수저 직장인을 이중으로 비루하게 만든다. 이를 본 젊은 세대들은 창업의 대안을 찾는다.

창업을 하는 긍정적인 이유는 실리콘밸리 유니콘(* 카우보이 벤처스 창업자 에일린 리가 처음 언급. 2013년 당시 기업가치 10억 달러를 돌파한 기업)처럼 되겠다는 대망(大望)과 비루함을 벗어나 내 스타일로 살고 싶다는 소망(小望) 두 가지이다. 그래서 지금 한국에는 창업, 스타트업 광풍이 불고 있고 5% 인재만 들어간다는 대기업조차도 이직률이 30% 정도로 높다. 늘 프레임 기사만 쓰는 경주마 언론(*경주마는 눈에 한쪽만 보는 눈가리개를 씌운다)은 미국, 중국, 핀란드 등의 스타트업 열풍을 열정적으로 소개한다. 종신고용 문화가 건재한 일본, 유럽의 1등 제조 산업 국가이며 히든 챔피언의 나라 독일, 가족 경영의 전통이 강한 대만 등이 스타트업 열풍이 높지 않다는 것은 보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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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길이 있다.

과거 LG그룹을 이끌던 김쌍수 부회장이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하나는 창업을 하는 겁니다. 또 하나는 이미 큰 회사에 들어가서 그 자산을 이용해 더 큰일을 하는 겁니다”라고 말했었다. 뉴턴도 “자신의 업적은 거인의 어깨에 올라탔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직장은 내가 타고 갈 거인의 어깨일 수도 있는 거다. 나라를 살릴 유니콘에 대한 기대도 쉽지 않은 게 현재다. 미국의 한 신문은 최근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에어비앤비 같은 대성공은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든 시대”라고 보도했다. 90년대 이후의 정보화시대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변해가는 혁명의 시대는 거의 지나갔고 미래 핵심인 AI는 거대자본이 들어가는 분야이며 싹수 있는 스타트업들은 위의 유니콘 기업들이 싹- 인수 합병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 청춘들은 실리콘밸리 신화에 지나치게 열광 또는 거꾸로 스트레스를 받고 정부는 이를 엘도라도 찾기처럼 지원한다. 현재 직장의 인재들은 자신이 뒤처지는 것 같고 바깥에는 엘도라도 노다지가 있는 것처럼 조바심에 뛰쳐나간다. 젖소는 누가 키우라고? 99%를 차지하는 비 스타트업 기업에는 R2D2(스타워즈에 나오는 깡통로봇)만 다니란 말인가? 유니콘이 뜬 만큼(654조 추산) 미국 경제는 순증했나? 웹툰 <미생>에서 “직장은 전쟁이야” 하니까 누가 “바깥은 지옥이야” 받고 먼지 같은 일을 하다가 먼지가 된다는 말이 나온다. 들으면 명대사 같지만, 그럼 전쟁터고 먼지 같은 대기업에 일자리를 만들라는 것은 자가당착 아닌가.

이 대목에서 워, 워! 잠깐 스톱. 위대함에 이르려면 세월이 필요하다. 개발(開發)도 중요하지만 계발(啓發)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하자. 지금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과 스타트업들이 들을 이야기가 있다. 에이미 그로스! <자포스는 왜 버려진 도시로 갔는가(The Kingdom of Happiness)>의 저자이며 경제 칼럼니스트다. 그녀는 자포스 창업자 토니 셰이가 3500억을 들여 추진했던 라스베이거스 다운타운 프로젝트에 5년간 참여하며 전후를 본 냉정한 관찰자다. 그 프로젝트의 성공과 실패를 말하지 않은 채 그녀는 다운타운을 나오며 이렇게 프로젝트를 정리한다. “우리는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며, 영혼의 울림과 통하는 야망을 추구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만약 여러분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해서 해나가고자 한다면, 결과에 개의치 말고 여러분 자신의 의견을 구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대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영혼의 울림과 통하는 야망을 추구하는 법을 먼저 배우라. 그게 당신들의 진정한 신분증이 된다.

 황인선

브랜드웨이 대표 컨설턴트

2018 춘천마임축제 총감독 

전 제일기획 AE/ 전 KT&G 미래팀장
저서< 컬처 파워> <꿈꾸는 독종> <생각 좀 하고 말해줄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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