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구의 문틈 금융경제]

[오피니언타임스=김선구]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을 중심으로 금융소비자보호에 대한 관심과 필요성이 높아지며 이를 반영한 관련 법규와 감독이 강화되는 추세이다.

세계은행에서는 2012년 6월 금융소비자보호에 좋은 관행(Good Practices for Financial Consumer Protection)이란 연구서를 발간한 바 있고 G20/OECD 산하에는 2011년 이래 G20 대원칙(G20 High-level Principles)에 따라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태스크포스가 활동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 이래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매년 발의되었다 폐기되는 연중행사가 이어져 오고 있다. 6대 판매행위 원칙중 적합성과 적정성원칙을 적용해야할 대상 상품을 어디까지 포함시켜야하는 문제, 금융판매업자 손해배상책임강화책, 그리고 분쟁조정절차 실효성제고책을 둘러싼 이견과 더불어 감독체계개편을 둘러싼 밥그릇 싸움이 실질적으로 발목을 잡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픽사베이

우리나라에서는 금융소비자보호처란 금융감독원내 조직이 주무 감독당국이다. 금년 10월 31일자 한국경제신문에는 감독당국이 파생결합증권 판매 실태를 6월 초부터 3개월 암행감찰을 통해 점검한 결과가 보도되기도 했다. 제목에는 “은행 5곳 증권 1곳 낙제점”이라면서 적합성이나 설명의무는 보통 등급이상으로 나왔다 하나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

이런 암행감찰을 통해 얼마나 소비자보호가 강화되는 지 의문이 드는 것은 사후 감찰보다는 사전예방이 효과도 좋고 소비자피해를 사전에 차단해주기 때문이다.

불완전판매와 보험금지불을 둘러싼 만성 민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보험업에 비해 은행권은 상대적으로 안전지대로 여겨졌다. 대표적인 민원 항목인 구속성예금, 이자 양편 넣기와 개인 연대보증 등에서 많은 개선이 이루어졌으나 새로운 시장 환경으로 인해 심각하고 복잡한 잠재적 문제점이 숨겨진 채 키워지고 있어 은행권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금융소비자보호가 어려워지는 원인을 살펴보면서 해결책을 찾는 첫 단추를 끼워보려 한다.

먼저 금융권 최대 판매네트웍과 판매력을 갖춘 은행측면을 살펴본다.

전통적으로 수신과 여신상품만 취급하던 은행들이 자사상품이 아닌 펀드,보험 그리고 파생결합상품처럼 타업종에서 만든 상품을 팔기 시작하고 그런 상품 판매를 통한 수수료수입을 올리려는 경쟁이 심화되는 추세다. 은행은 각 영업 점포에 실적을 할당하고 영업점에서는 각 직원별로 다시 목표를 내려주는 문화가 정착되어 왔다.

금융지주사들이 한결 같이 강조하는 그룹 내 시너지 확대란 구호를 내세우며 같은 그룹사가 만든 상품을 법규가 허용하는 최대한도 까지 판매하는 내부목표를 세우고 궁극적으로 직원들에게 할당한다.더우기 몇 년 마다 자리를 옮기는 직원들 입장에서는 평생 상대할 고객이 아니다 보니 고객의 이익 관점이 아닌, 자신의 직장 내 생존에 대한 걱정이 앞선 가운데 판매에 임하기 쉽다. 은행수익을 올리고 고객으로 붙들어 두는 방안으로 교차판매지수가 알려지며 너도 나도 교차판매지수를 올리도록 압력을 받는다.

여수신상품과 신용카드 등 전통적인 은행상품판매를 공격적으로 권유받았을 때에는 소비자가 입을 피해가 심각하지 않았으나 새로 도입된 상품들은 다르다. 무리하게 판매한 후에 간과된 위험이 현재화될 때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판매직원 입장에서 판매상품수는 많고 복잡하고 어려우면서 시장상황에 대한 끊임없는 학습이 필요하다보니 파는 모든 상품에 대해 완전한 지식을 갖추기 어렵다. 설사 복잡한 상품에 대한 지식이 충분하더라도 많은 시간을 들여 고객에게 상세히 설명하며 팔다가는 실적달성에 어려움이 따른다.

둘째는 금융소비자의 입장에서 저금리추세가 장기간 지속되며 더 높은 수익률이나 금리에 목말라 한다. 낮은 금리의 은행 수신금리에 불만이다 보니 위험에 대한 인식수준은 낮은 채 높은 수익률이나 금리의 유혹에 숨어있는 위험도를 간과한다.

셋째는 개발되어 나오는 상품이 파생상품 등과 결합되거나 복잡한 조건이 붙여지는 경향이다.

시장금리보다 월등히 높은 금리나 수익률을 제시하는 금융상품은 대개 그 원천이 옵션을 개인 고객들이 팔고 수취하는 옵션프리미엄이거나 발행회사신용위험이나 시장위험을 추가적으로 감수한 대가이기 쉽다. 그렇지만 그런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지 못한 상태에서 현혹되는 경우도 많아 보인다.

넷째는 상품을 인가해주는 감독당국에서 시장에서 판매되는 현실에 대한 이해부족을 들 수 있다. 자본비율제고로 금융지주사들이 선호하는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감독당국을 설득할 때는 30년 동안 안 갚아도 되는 후순위 성격이 강조되어 자본으로 인정받지만 투자하는 개인들에게는 5년이면 상환되는 5년 후순위채로 설명된다. 만약 감독당국이 30년 후에 갚아질 후순위채에 투자할 개인고객이 있을 까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한다면 다르게 취급할 것이다.

주가지수나 환율이 일정한 밴드를 벗어나지 않으면 높은 금리를 준다는 상품들도 그 법위를 벗어날 때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기관투자가들이 그 위험을 전가받는 개인고객들에게 지불하는 보험료의 성격이다. 그런 위험을 잘 아는 전문가집단이 아무 것도 모르는 개인고객에게 위험을 넘기는 거래란 특성을 안다면 인가하는 감독당국이나 판매하는 은행이나 그렇게 편하게 인가하고 판매할 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암행감찰보다는 판매직원들의 하루하루를 죄고 있는 목표가 어떻게 설정되었는지 들여다보는 게 더 강력하고 효과적인 소비자보호일지 모른다.

 김선구

 전 캐나다 로열은행 서울부대표

 전 주한외국은행단 한국인대표 8인 위원회의장

 전 BNP파리바카디프생명보험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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