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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만합니까, 거기[신명관의 모다깃비감성]
신명관 | 승인 2018.11.23 09:48

[논객닷컴=신명관] ‘중간고사 잘 보는 팁’ 같은 것들을 보고 있으면 밤을 새는 건 지양하라고 한다. 카페인 음료를 마시는 건 더 피하라고 한다. 강제적인 각성 상태에서 흡수하게 되는 카페인은 사람의 판단력을 더 흐트러지게 한다고. 풀 수 있는 문제조차 제대로 풀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르니 충분한 숙면을 추천한다. 그러나 내가 아는 후배들은 열심히 박카스를 마시고 밤을 샌 뒤 시험을 치르고 장렬히 전사했다. 그때부터는 한국말을 잘 못한다. “OO야, 괜찮아?” “에? 에에.” “밥이라도 먹을래?” “(고개를 저으며) 에에에에.”

나라고 다를 건 없었다. 기말고사 대체과제로 한동안 낮과 밤 구분없이 깨어있었다가, 한 번도 낚여본 적이 없는 피싱 문자에 걸려봤다. 30만원이 본 적도 없는 성인TV 이용대금으로 결제되었다. 빨리 조치한 덕분에 결제는 다행히 취소되었다. 그날 보고서를 마치곤 기절하다시피 쓰러졌다. 18시간을 쉬지 않고 잔 뒤 생각했다. 아마 명동에서 ‘도를 아십니까’를 외치고 다니는 신도는 어제의 나와 같은 어수룩한 사람들을 찾고 다니는 건지도 몰라.

ⓒ픽사베이

다들 피곤한 인생이다. 인생이란 단어를 꺼낼 정도로 많이 살아본 건 아니지만. ‘예전도 힘들었고 지금도 힘들고 앞으로도 힘들 건데요’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으니까. 밤 새는 것을 멀리하기에는 대한민국은 야행성의 나라였다. 그리고 모두가 마음 한켠에는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사는 중이다. 이 고질적인 피곤함을 어떻게 대해줘야 할까. 솔직히 모르겠다. 나도 걱정근심 없이 해맑게 살아본 적은 딱히 없으니까.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면서 산 적은 있어도.

학사조교를 시작하고서 9개월이 되었고, 후배들에게 왜 매일 죽어가냐는 소리를 들었다. 업무적으로 힘든 건 딱히 없었다. 다만 내 위치에 대한 불안함이, ‘막연한 미래’라는 단어를 체감하고서부터 서서히 날 건드리는 두려움이, 어정쩡한 책임감이, 어쩌다가보니 ‘선배님’에서 ‘조교님’으로 올라가버려서 또 꼬여버린 인간관계가 나를 피곤하게 만든 걸 테다. 서러운 일을 당해 숨죽여 울어도 봤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사람을 불러서 술을 정말 의식이 흐려질 때까지 마셨을 때는 세상에서 내가 제일 힘든 것만 같았다.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근처에 별 표정 없이 걸어가는 사람들이 보이면 불쑥불쑥 묻고 싶은 것이다. “요즘 어떻게 사십니까.”, “살만합니까. 그쪽은.”

장기하는 오래전, ‘별일없이 산다’라는 노래를 냈었고, 별일없이 사는 것만큼 세상 부러운 게 없다는 것을 요즘 들어 깊이 느끼는 중이다. 별 걱정도 없고, 사는 것에 별 지장도 없고, 인간관계에 트러블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하루하루가 심심하지도 않고 살만한 것. 내가 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싶었다. 돈을 휴지로 쓸 정도로 벌게 되어서 소위 말하는 만인의 꿈인 ‘돈많은 백수’가 되면, 나는 노래가사처럼 살 수 있을까. 빨간머리 앤은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에 너무나 멋있는 거라고 말했지만, 나는 조금 지쳐버렸는지.

최근에는 복잡하고 현란한 말들이 아닌 단순한 말들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어서와’, ‘고생했어’, ‘잘 자’와 같은 말들이나, ‘좋아’, ‘싫어’와 같이 단호박 같은 말들이 대표적이었다. 내가 깊게 고민하지 않아도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 시킨 적 없는 택배가 왔다는 문자를 무턱대고 터치해 피싱에 당한 것도 요즘 내가 단순해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거리에서 도를 믿냐고 묻는 사람들을 따라가는 건, 앞으로 겪게 될 심란함을 어디다가 내버리고 싶은 걸 테다. 이 글을 읽고 있을 당신에게 또 묻는다. 오늘 하루는 어땠습니까. 그곳은 따뜻합니까. 

 신명관

 대진대 문예창작학과 조교 대진문학상 대상 수상

 펜포인트 클럽 작가발굴 프로젝트 세미나 1기 수료

 논객닷컴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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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관  silbse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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