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용현의 웃는한국]

[오피니언타임스=서용현, jose] 나는 제2의 대공황이 올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 주된 이유는 ‘욕심의 폭주’다. 인간의 ‘돈독’이 통제 불가능하게 되어 언젠가 폭발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돈에 대한 광기에 제동을 걸기 위해 미친 경제를 다스리고자 하는 것이 신(神)의 뜻이라는 생각이다. 한국에서는 1997년 IMF위기, 미국에서는 2008 리먼 브러더스 사태 등을 통해 신은 인간의 탐욕에 관해 경고했다. 그러나 물질적 풍요에 젖은 인간들은 회개하지 않았다. 매(공황)를 부르는 인간의 어리석음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공황이 재연될 가능성은 점점 커 진다. 그러나 이에 관해 걱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 위기는 이럴 때 온다.

ⓒ픽사베이

1929년 대공황의 원인으로는 보호무역주의, 통화정책 실패, 과잉 생산 등이 꼽힌다. 그러나 미국 경제사학자 존 스틸 고든은 저서인 『월스트리트 제국』에서 “대공황은 29년 10월 ‘블랙 프라이데이’(주가 대폭락)가 아니라 이듬해 30년 6월 보호무역법인 스무트·홀리법 제정이 불러왔다”라고 한다. 이 법은 무역 흑자가 나면 미국이 이기고 적자가 나면 진다고 보는 유치한 발상에 입각하여 각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복관세/무역전쟁은 21세기판 스무트·홀리법이다. 역사 속에서 범한 실수를 수정하지 못하는 나라는 진보가 없다던데...

오늘의 미국은 멀리 보지 못하고 멀리에 관심도 없는 나라인 것으로 보인다. 대국으로서 세계 경영에 대한 관심보다는 국익우선주의와 이기주의를 앞세운다. 상호의존에 역행하고 “이기고 지고”에 집착한다. 유치한 카우보이식 협박을 일삼는다. 도대체 대국답지 않다. 미국은 달러의 주인이다. 무역적자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정 안되면 달러를 찍어내면 된다. 그렇다면 무엇을 위한 무역전쟁인가? 세계가 다 안다. 이건 포퓰리즘을 위한 전쟁이다. “미국에서 생산해서 미국의 일자리를 늘린다”하면 열광하는 미국 유권자들을 위한 ‘쇼’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엄청난 열성으로 GATT, WTO의 자유무역체제를 구축해 왔다. 대국(大國)으로서 손해를 감수하기도 하면서 자유무역을 옹호해왔다. 이 체제는 세계의 번영과 평화를 보장하는 중심적인 장치이며 미국의 중장기적 이익에 부합된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트럼프대통령은 FTA재협상 등에 의해 이 체제를 퇴색시켰다. 역사의 후퇴다.

세계가 욕심의 화약고다. 불내기는 간단하다. 성냥 하나 던지면 된다. 사람들이 워낙 돈독이 오르고 재테크를 많이 하는 상황에서 “대공황 II의 점화”는 식은 죽 먹기다. 요즘은 ‘인터넷 시동(jump start)’이라는 자동점화장치까지 생겼다. 투기꾼들은 모두들 인터넷만 들여다보다가 위기의 냄새만 나면 일제히 ‘팔자’를 눌러서 배를 좌초시킨다. ‘한쪽으로 쏠리기’도 이 체제에 내재되어 있다. 사람들이 한 쪽으로 몰리면 배가 침몰하듯이 이 체제는 항상 침몰의 가능성을 안고 있다. 이것들은 ‘시동’일 뿐이다. 그러면 공황이 본격적으로 ‘폭발’하는 곳은 어디일까? 미국일 것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을 듯하다. 미국이 퍼뜨린 ‘욕심의 폭주’와 ‘과소비’는 역사의 ‘비정상(非正常)’이며 세계를 오염시키고 있다. 제2의 대공황이 신의 뜻이라면, 그가 대공황에 의해 궁극적으로 시정하려 하는 것은 바로 이 ‘비정상’이 아니겠는가? 신자유주의의 폭주가 초래한 돈독 오른 ‘비정의 세계’가 아니겠는가?

이번 공황은 엄청난 대물(大物)이 될 것이다. 1929년 대공황의 재발 수준이 아니고, 세계경제를 붕괴시키는 초대형 공황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세계화 덕에 참가선수(국가)도 엄청 많아질 것이며, 욕심의 수준도 비교가 안 될 것이다. 1차 대공황이 지중해 갤리선의 침몰이라면 2차는 타이타닉의 침몰이다. 1929년 대공황 당시에는 국제위기가 가세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투기가 세계화되고 있다. 이제 ‘세계화 바람’이라는 강풍이 항상 불고 있어서 일단 불길만 붙여 놓으면 공황은 알아서 불타오르고 확산된다. ‘세계화 바람’이 역풍이 되면서 ‘달러 탈출’이 시작되면? 석유생산국들이 달러 대신 진짜 돈을 요구하게 되면? 중국의 공산정권이 붕괴하면서 중국에 공황이 오면? 그래서 최대의 달러 채권국인 중국이 달러 탈출을 개시하면? 악몽은 끝없이 계속된다.

우리 국내적으로 제2의 대공황은 집값의 폭락과 함께 올 수 있다. 한국은 돈이 시중에 남아돈다. 이러한 잉여 자금은 과잉생산과 과잉투자를 초래한다. 은행은 과잉신용을 창출한다 (자꾸 돈 쓰라고 하지요?). 뉴욕 월가나 여의도 증권가의 잔머리들은 잉여 자금을 사냥하기 위해 섹시한 금융상품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그런데 ‘섹시한 상품’일수록 위험하기 쉽다. 위기가 오면 이러한 투기 자금의 흐름을 통제할 수 있겠는가?

전쟁광(戰爭狂)들이 전쟁을 공황으로부터의 탈출구로 선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제 1차 대공황이 초래한 비참한 상황에서 독일인들이 히틀러를 선택했지 않았던가? 그러면 제 2의 대공황은 핵전쟁을 수반한 제3차 세계대전으로 번질 수 있는가? 아인슈타인 박사는 “제3차 세계대전에서 어떤 무기를 가지고 싸우게 될지 모른다. 그러나 ‘제4차 세계대전’은 작대기와 돌을 가지고 싸우게 될 것이다”라고 예언했다 핵전쟁에 대한 공포가 너무 커서 인간들이 아무리 어리석다 해도 핵전쟁은 피할 것 같다는 얘기다. 그러나 대공황으로 방출(放出) 위기에 처하게 될 전쟁광들의 광란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트럼프 정권이 대공황을 만회하기 위해 전쟁에 호소하는 것이다. 우린 조지 부시의 이락 침공 등에서 전례를 보았지 않는가? 만약 대외 침공의 대상이 북한이라면? 한반도에서 또 한 차례 동족상잔의 비극을 본다면?

대공황으로부터 활로는 없는가?

대공황은 결국 세계가 돈을 쫒아서 ‘왕의 남자’ 식의 곡예를 하다가 떨어진 사건이다. 그런 곡예를 하지 않도록 욕심을 다스리는 것이 대공황으로부터의 장기적, 근원적 탈출구다. 그런 의미의 활로라면 신은 이미 마련해 주었다. ‘상호의존(相互依存)’이 그 활로다. 싸우지 말고 함께 잘 사는 것이 활로다. 신(神)은 상호의존하는 나라/사람은 대 재앙의 피해를 적게 받게 할 것이다. 이스라엘이 여리고성을 공격하기 위해 파견한 정탐꾼들을 숨겨준 기생 라합에게 창에 붉은 줄을 매라고 했던 것과 같다. 신자유주의에 부화뇌동한 대표적인 나라인 한국은 대공황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우린 상호의존으로 가는 혁명을 서둘러야 한다. 그리고 붉은 줄을 내려야 한다. 한국(또는 어느 나라라도)이 이처럼 경제 체질을 바꾼다면 제 2의 대공황은 재앙이 아니라 “새로운 희망의 싹”이 될 것이다 (Lawrence Ferlinghetti).

 서용현, Jose

 30년 외교관 생활(반기문 전 UN사무총장 speech writer 등 역임) 후, 10년간 전북대 로스쿨 교수로 재직중.

 저서 <시저의 귀환>, <소통은 마음으로 한다> 등. 

‘서용현, Jose’는 한국이름 서용현과 Sir Jose라는 스페인어 이름의 합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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