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연 하의 답장]

[오피니언타임스=이하연] 정상이란 특별한 변동이나 탈이 없이 제대로인 상태라 정의된다. ‘제대로인 상태’는 어떤 걸까. 그 기준이 워낙에 애매모호해서 무엇이 정말 ‘정상’상태인지 모르겠다. 여기에 궁금증을 품을 사람이 비단 나뿐만 일까. 사전을 탓하려는 게 아니다. 본래 정상(正常)이란 단어 자체가 추상적인 뜻으로만 구성되었으니.

손쉽게 한자풀이를 하자면, 항상 바른 혹은 바로 잡힌 상태란 의미가 된다. 이제는 ‘뭐가 바른 상태인 건데?’하는 생각이 든다. ‘바르다’는 말이나 행동 따위가 사회적인 규범이나 사리에 어긋나지 아니하고 들어맞을 때 사용된다. 그러니까 ‘정상’상태란 사회적 규범을 적절히 잘 지킨, 탈이 나지 않은 모양인 셈이다.

ⓒ픽사베이

가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이 있다. 온종일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낸다거나, 할 일을 제쳐두고 누워서 뒹군다거나, 방에 틀어박혀 TV만 본다거나. 정상적이다. 그럴 수 있다.

간혹 이상하게 공부나 일에 집중이 되지 않을 때도 있다. 뜬금없이 우울하다거나 무기력증에 빠질 때도,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져 넋을 놓고 산책할 때도, 아무리 먹어도 허기가 질 때도 있다. 역시 정상적이다. 그럴 수 있다.

중요한 포인트는 상황 앞에 ‘가끔’과 ‘간혹’이란 부사가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장시간 견디기 어려운 상태가 지속된다면 ‘탈이 났다’고 판단될 수 있다. 그러니까 정상적인 루틴에서 벗어난 셈이다. 이러한 경우가 아닌, 웬만한 상태는 소위 정상적이란 특징으로 분류된다. 정상적이란 생각보다 하찮고 관대한 상태다. 대다수의 주변인은 다들 사회적 규범을 적절하게 지키고 있으며, ‘탈이 났다’고 할 정도로 어딘가 고장 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정상은 아닌 것 같아” 혹은 “정상적으로! 평범하게 살고 싶다!”란 소리는 자주 뿜어져 나온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절대다수의 누군가들이 정상의 기준을 높여놨기 때문이 아닐까. 정상적 생활 루틴이라 하면 단박에 떠오르는 건, 아침 7시에 기상해서 출근하거나 등교하거나 공부를 하러 가고, 점심을 먹고 마무리 작업을 하고, 저녁을 먹고 유익한 오후를 보내고, 12시가 되기 전에 칼 같이 잠에 드는 것이다. 아주 규칙적이고도 아름다운 어쩌면 일종의 환상이나 꿈같은 모습이라 할 수 있겠다.

어떤 부모들에게 정상적인 건 자신의 뜻대로 자식이 움직여주는 것이다. 부모들의 입맛에 맞게 결정된 삶의 길을 걸어야 하는 것이다. 내 아이만은 항상 우등생이어야 하고, 말을 잘 들어야 하고, 순종적이어야 하고, 바람직한 활동만 해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상상으로 구성된, 때 타지 않은 완벽한 길 말이다. 때가 되면 그 아이들은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배우자와 직업까지 갖추고 효도까지 해야 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을 ‘정상적’이라 말하는 이들이 결코 적지 않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정상’이란 사회적 규범을 잘 지키면서도 탈이 나지 않은 상태를 일컫는다.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자연스러움과 본능에 더 가까운 삶이 ‘정상적’이라고 생각한다. 환상이란 잣대를 들이밀어 ‘정상’의 의미를 바꾸려는 시도는 인위적인 것이다. 차라리 ‘정상적’이란 말보단 ‘모범적’이란 말을 사용해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인간이 항상 모든 방면에서 모범적일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꿈의 세계와도 같은 정상 단계로 자발적으로 진입하지 사람들이 많아지지 않았으면, 그 장벽을 높인 사람들과 사회가 있다는 사실을 자각했으면, 모범적인 삶과 정상적인 삶을 구분했으면, 현재 ‘정상’이란 의미는 어쩌면 지나치게 상향평준화가 된 것이 아닌지 의심해봤으면, 하는 것이다.

정상이란 사실 별 볼 일없다. 산꼭대기와는 엄연히 다른 의미다. 

이하연

얼토당토하면서 의미가 담긴 걸 좋아합니다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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