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의 글로 보다]

[오피니언타임스=김동진] 아이가 아파서 차를 몰고 병원에 가는 길이었다. 오르막길에서 갑자기 속도가 나지 않았다. 전에도 한 번씩 이런 적이 있었기 때문에 병원에 갔다가 정비소에 들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속페달을 힘껏 밟아도 부웅~ 하는 소리만 날 뿐 속도가 붙지 않는 차를 끌고 겨우 겨우 병원에 도착했다. 아이를 입원시키라는 의사의 말에 수속을 밟고...병실 침대에 누운 아이는 링거를 맞고 이내 잠들었다.

아내가 아이를 보는 동안 나는 차를 맡기러 나왔다. 평소 가는 정비소가 있었지만 거리가 조금 있어서 혹시라도 차가 멈추는 불상사가 생길까봐 가까운 정비소에 들렀다. 차를 살펴본 정비사는 속도가 안 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18만원, 그 외에도 각종 오일과 소모성 부품을 갈아야 한다고 말했고 총 수리비만 70만원 가까이 든다고 말했다. 다른 수리는 안하더라도 당장 정상적으로 차가 움직이려면 18만원이 드는 셈이었다. 전에도 비슷한 수리를 받은 적이 있는데 그 정도까지는 안 나온 것 같아서 고민하다 원래 가는 정비소로 향했다.

ⓒ픽사베이

가는 길에도 차는 계속 시동이 꺼지려고 했다. 그냥 아까 거기서 수리받았어야 되나 하는 후회를 반복하는 동안 정비소에 무사히 도착했다. 정비사는 상황 설명을 듣고 차를 살펴보더니 엔진 쪽 부품하나만 갈면 된다고 했다. 수리비는 단돈(?) 3만원이었다. 오일이나 다른 부품도 갈긴 갈아야 되겠지만 지금 당장은 안 갈아도 되고 조금 더 타다 교체해도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마터면 15만원이나 더 낼 뻔했다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했고 수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는 왠지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벌었다는 느낌에 기분이 좋아졌다. 역시 차량 정비는 단골 정비소를 정해두고 꾸준히 이용하는 게 좋다는 상식을 새삼스레 다시 느낀 순간이었다.

몇 개월마다 한 번씩 정기적으로 갈아야 되는 엔진오일을 교체하러 갔다가 몇 십 만원 수리비 폭탄을 맞았다고 투덜대는 주변사람들을 많이 봤다. 특히 여성 운전자인 경우가 더 많았다. 차에 대해 잘 모르는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 수리를 하지 않으면 차가 갑자기 멈추거나 엔진 과열로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을 들으면 수리비가 비싸더라도 정비사 말대로 할 수 밖에 없다. 정비사들이 없는 고장을 있는 것처럼 속여 폭리를 취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겠지만 이번 경우처럼 똑같은 수리에 금액이 15만원이나 차이 나는 것은 이해가 안되는 게 사실이다.

옷을 사러 길거리 로드숍에 가거나 재래시장에 가도 비슷한 일을 겪는다. 똑같은 옷이라도 카드냐, 현금이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고 정해진 가격이 없기 때문에 가격 흥정을 잘 못하는 나 같은 사람은 괜히 비싼 가격에 산 건 아닌가 하고 찝찝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딸이 재래시장에서 채소를 사왔는데 영 상태가 안 좋았다. 엄마가 다시 가게에 가니 그 집 딸인지 몰랐다고 더 싱싱한 채소를 양도 많게 다시 줬다고 했다.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대형마트 휴일을 늘리고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정책을 펼치지만 그것이 곧 시장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는 것에는 마트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이 시장의 흥정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탓도 있을 것이다. 치과 역시 어느 곳을 가느냐에 따라 단순한 충치 치료로 끝날 일에 몇 백 만원의 비용이 청구되기도 한다.

차량 정비나 치과 치료처럼 정비사나 의사의 판단에 따라 몇십만원에서 몇백만원의 금액 차이가 나는 경우 소비자 입장에서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가 힘들다. 그렇다고 뚜렷한 해결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좀 더 많이 알아보고 비교해서 자기에게 적절한 판단을 하는 것만이 최선인 것 같다. 속이는 사람 위에 속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거.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참 어렵다. 물론 속이는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훨씬 많겠지만. 

김동진

한때 배고픈 영화인이었고 지금은 아이들 독서수업하며 틈틈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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