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태의 우리 문화재 이해하기] 여인들의 품계를 규정하는 ‘내명부’와 ‘외명부’의 이해

[오피니언타임스=김희태] 능묘 답사를 다니다 보면 남성과 여성의 호칭이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묘표를 보면 대개 남성의 경우 시호, 관직 등과 함께 이름이 기록돼 있다. 반면 여성(=여인)의 경우 대부분 품계와 함께 성씨만 적혀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숙종 대의 후궁인 ‘희빈 장씨(1659~1701)’다. 사극에 자주 등장했던 ‘장희빈’은 일반적으로 이름이 희빈이라고 아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희빈 장씨가 옳은 표현이다. 그녀의 품계(희빈)에 장옥정이라는 본명의 성씨(장)가 붙어 장희빈으로 불린 것이다.

희빈 장씨의 대빈묘, 숙종 대 꽃들의 전쟁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김희태

이러한 사례는 숙종 대 꽃들의 전쟁 주인공인 ‘인현왕후 민씨(1667~1701)’나 ‘숙빈 최씨(1670~1718)’ 등을 통해 알 수 있는데, 여인들의 호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 여인들의 품계를 규정하고 있는 ‘내명부(內命婦)’와 ‘외명부(外命婦)’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오늘은 내명부와 외명부를 구분하고 당시 여인들의 지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내명부와 외명부를 가르는 기준 : 궁궐 안인가 바깥인가

사극에 나오는 궁궐의 이야기에는 여인들의 갈등과 심리를 묘사한 작품을 볼 수 있다. 대개 후대의 권력을 두고 왕비와 후궁들이 서로 견제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때 중전은 “내명부의 관할은 중전”라며 왕 혹은 대비에게 말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왕비의 경우 품계를 넘어 내명부를 관할했다. 흔히 조선시대 여인들의 품계는 내명부와 외명부로 나누어진다. 이는 궁궐을 기준으로 안인지 바깥인지로 구분한다. 쉽게 말해 궁궐 안에 있는 경우 내명부에 적용을 받고, 궁궐 밖에 있을 경우 외명부의 적용을 받는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내명부의 수장이 바로 중전(=왕비)으로, 내명부 품계는 크게 다음과 같이 규정된다.

정 1품 빈(嬪) *희빈 장씨, 숙빈 최씨, 영빈 이씨 등
종 1품 귀인(貴人)
정 2품 소의(昭儀)
종 2품 숙의(淑儀)
정 3품 소용(昭容) *인조의 후궁인 소용 조씨
종 3품 숙용(淑容)
정 4품 소원(昭媛)
종 4품 숙원(淑媛)

숙빈 최씨의 소령원, 품계도 없던 무수리 출신에서 빈이 되었던 숙빈 최씨 ⓒ김희태
영빈 이씨의 수경원, 사도세자의 어머니로 영조의 총애를 받았다. ⓒ김희태
서삼릉 내 비공개 지역인 빈과 귀인의 묘역, 의빈 성씨를 비롯해 원빈 홍씨 등의 묘가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 ⓒ김희태

위의 품계는 사극을 통해 자주 접할 수 있는데, 보통 왕의 승은을 입거나 간택 등의 이유로 내려진다. 또한 위의 품계를 받은 여인들은 흔히 왕의 여인인 후궁이라 불리며, 별도의 직무가 없었다. 후궁들이 왕의 아들을 낳을 경우 훗날 그 아들이 왕이 되어 왕의 어머니가 되는 경우도 있었기에 그 영향력은 우습게 볼 수 없다.

정 5품에서 종 9품까지의 품계는 일종의 직업 궁녀로서, 사극에 등장하는 ‘상궁(尙宮)’은 바로 정 5품의 품계다. 직업 궁녀는 각자의 직무가 있으며, 원칙적으로는 정 5품 이상으로 올라갈 수 없다. 단 숙빈 최씨처럼 품계도 없는 무수리 출신임에도 왕의 승은을 입고, 아들(=영수)를 임신한 결과 종 4품의 숙원 품계를 받은 사례가 있다. 이를 통해 종 4품 이상의 품계는 왕의 승은 혹은 간택을 통해 받게 되는 품계인 것을 알 수 있으며, 이들 후궁을 왕의 여자로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종 2품 양제(良娣)
종 3품 양원(良媛) *문종의 세자빈인 권씨(=현덕왕후 권씨)는 세자궁의 양원으로 있을 때 세자빈으로 책봉되었다.
종 4품 승휘(承徽) 
종 5품 소훈(昭訓)
종 6품 수규(守閨), 수칙(守則)
종 7품 장찬(掌饌), 장정(掌正)
종 8품 장서(掌書), 장봉(掌縫)
종 9품 장장(掌藏), 장식(掌食), 장의(掌醫)

 

현덕왕후 권씨의 현릉, 본래 세자궁의 양원으로 있다가 세자빈이 되었다. ⓒ김희태

한편 세자가 거쳐하는 ‘동궁(東宮)’에도 후궁과 궁녀가 배치되었는데, 여기에도 품계가 적용된다. 드문 사례이지만 세자를 모시던 후궁이 세자빈으로 책봉된 사례가 존재하는데, 바로 단종(재위 1452~1455)의 어머니이자 문종(재위 1450~1452)의 세 번째 세자빈 권씨(=추존 현덕왕후 권씨, 1418~1441)다. 세자빈 권씨는 세자궁의 후궁인 종 3품 양원으로 있다가 세자빈이 된 경우로, 본래 세자빈은 ‘간택(簡擇 : 왕실의 배우자를 뽑는 행사로, 간택된 후보들 중 일종의 배우자 면접을 통해 선택)’을 통해 맞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문종의 경우 앞선 두 번의 혼인이 모두 파국을 맞으면서, 결국 간택이 아닌 후궁 가운데 세자빈 선택이 이루어졌다.

외명부의 품계 이해 : 남편의 지위를 알 수 있는 여인의 품계

내명부가 궁궐 내 궁녀들의 품계를 결정하는 것이라면 외명부는 왕실의 종친과 신하들의 부인에 대한 품계를 규정했다. 흔히 왕의 딸 가운데 왕비의 소생이면 공주, 후궁의 소생이면 옹주로 불리는데, 외명부 상 품계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세자의 딸은 세자빈의 소생일 경우 정 2품의 ‘군주(郡主)’로 불리고, 후궁의 소생일 경우 정 3품 당상관의 품계인 ‘현주(縣主)’로 불리게 된다. 한편 왕실의 종친의 경우 품계에 따라 여인을 부르는 명칭이 달라지는데, 해당 품계는 다음과 같다.

정 1품 부부인(府夫人), 군부인(郡夫人 : 대군, 왕자의 부인) *거창군부인 신씨(=연산군)
종 1품 군부인(郡夫人)
정 2품, 종 2품 현부인(縣夫人)
정 3품 당상관 신부인(愼夫人)
정 3품 당하관, 종 3품 신인(愼人)
정 4품, 종 4품 혜인(惠人)
정 5품, 종 5품 온인(溫人)
정 6품 순인(順人)

서삼릉에 있는 왕자 공주의 묘, 일제강점기 시절 전국 흩어져 있던 묘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일제의 만행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김희태
연산군 묘, 연산군의 왕비인 신씨는 연산군 폐위와 함께 거창군부인으로 격하되었다. ⓒ김희태

이 밖에 궁궐 밖 여인들은 남편의 지위에 따라 그 품계가 결정되고, 부르는 명칭이 달라진다. 즉 여인들의 품계는 남편을 따라간다고 볼 수 있다. 예전에 한 사극에서 정난정(?~1565)이 자신을 ‘정경부인(貞敬夫人)’이라 이야기하며, 신분을 드러낸 바 있다. 이를 통해 정난정의 남편인 윤원형(1503~1565)은 정 1품(=종 1품)의 고위 관리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궁궐 밖 여인들은 품계에 따라 부르는 명칭이 다음과 같은 차이를 보인다.

정 1품, 종 1품 정경부인(貞敬夫人) *정경부인 곡산 노씨(=율곡 이이)
정 2품, 종 2품 정부인(貞夫人)
정 3품 당상관 숙부인(淑夫人)
정 3품 당하관, 종 3품 숙인(淑人)
정 4품, 종 4품 영인(令人)
정 5품, 종 5품 공인(恭人)
정 6품, 종 6품 의인(宜人)
정 7품, 종 7품 안인(安人)
정 8품, 종 8품 단인(端人)
정 9품, 종 9품 유인(孺人)

율곡 이이의 묘.  묘비를 통해 곡산 노씨가 정경부인으로 불렸음을 알 수 있다. ⓒ김희태

앞서 살펴본 것처럼 여인들의 품계는 곧 남편의 지위와 연동이 되었기에, 그 힘과 역할은 과소평가할 수 없다. 특히 왕실의 여인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낳은 아들이 왕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따라서 궁궐 내에서 왕의 사랑은 곧 권력으로 귀결되었기에, 궁중 내에서 여인들의 대립과 갈등이 존재했다. 이를 가장 잘 드러낸 사건이 바로 숙종 대에 있었던 꽃들의 전쟁이다. 흔히 여인에게 휘둘린 것으로 인식되는 숙종(재위 1674~1720)이 역으로 여인들을 정치적으로 이용, ‘환국(換局 : 정권, 혹은 집권세력의 교체)’의 수단으로 활용했다. 그리고 이러한 일들에 여인들 역시 그 역할이 작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내명부와 외명부를 통해 당시 여인들의 품계와 지위를 알 수 있고, 이는 해당 시대를 조명하는데 있어 중요한 소재라고 할 수 있다.

 김희태

 이야기가 있는 역사 문화연구소장

 이야기가 있는 역사여행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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