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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분배문제 해결을 위한 길[양원희의 현실경제 속으로]
양원희 아이브인베스터스 대표 | 승인 2018.12.04 09:50

[논객닷컴=양원희] 정부당국은 매 분기마다 가계소득을 발표하여 소득분배 추이를 평가한다. 올해 2/4분기 발표 때 대통령이 아픈 부분이라고 언급하였고, 이와 관련된 통계조작 논란이 관심을 더 불러일으킨 것 같다. 3/4분기 발표 때는 기다렸다는 듯, 모든 언론에서 분배문제가 심각해졌다는 주장의 근거자료로 사용했다. 작년에 진보정권으로 교체된 후, 최저임금과 복지제도 확충으로 분배문제가 조금이라도 호전되었으리라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가계소득을 주로 구성하는 임금과 자산소득은 정부정책에 의해 단기적으로 변동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며, 분기별 변동이 실질적으로 국민의 피부로 느껴지는 경우도 드물다. 분기별 가계소득 발표는 언제부터 시작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실질적이고 진정한 소득분배 해결을 위한 문제제기의 근거가 될 수 없다.

ⓒ픽사베이

임금과 자산소득은 장기적으로 경제구조에 의해 결정되는 결과물

경제이론에서는 임금이 노동자의 생산성에 의해 결정된다고 단순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임금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매우 다양하다.

임금은 노동자의 인적자본(학력, 경력 등)과 근무하는 산업, 직종, 지역, 노동조합의 역할, 고용계약의 다양성 등 무수히 많은 변수들에 의해 영향받는다. 즉, 임금이란 노동의 질, 산업구조, 직종구조, 노동시장의 형태에 의해 장기적으로 결정되는 ‘역사적인’ 산물이지 어느 순간 갑자기 변화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올리거나 복지예산을 아무리 투하해도 전반적인 임금구조가 쉽게 개선될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거기에 있다.

가계소득의 다른 요소인 자산소득의 경우도, 가계가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된 보유자산에서 창출되는 수익이므로 분기별로 쉽게 변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그러므로 최근의 발표와 같이, 분기별로 가계소득을 측정하여 상위 20%의 평균소득과 하위 20%의 평균소득을 상대적으로 비교한 소득격차로 분배구조를 평가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정부정책에 의해 단기적으로 변할 수 있는 성질도 아니며, 약간의 변화가 있다고 하더라도 큰 의미를 부여할 만한 특징이 아니다.

가계소득(FLOW)에 영향을 주는 자산보유규모(STOCK)에 관심 가져야

경제지표는 특성상 FLOW개념과 STOCK개념으로 나누어진다. FLOW개념은 소득과 같이 일정기간(1년 등)에 얻어지는 규모를 나타내며, STOCK개념은 자산과 같이 오랜기간 동안 축적돼 얻어진 규모를 나타낸다. 보통 분배격차를 논할 때 FLOW개념인 소득격차를 논하지만, STOCK개념인 자산의 격차가 훨씬 중요한 개념이다. 빙산의 일각인 소득의 격차를 가지고 분배를 논하기 보다는 소득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빙산자체의 격차를 논해야 더 현실적이고 피부에 와 닿을 것이다.

실제적인 경제지표에 있어서도 FLOW개념인 2017년 명목국민소득은 1730조원이지만, STOCK개념인 국민순자산은 1경3818조원으로 국민소득의 8배에 달한다. 즉 가계소득을 구성하는 임금이 아무리 늘어난다 해도 소유자산으로부터 얻어지는 소득의 격차는 이미 8배의 영향력을 갖고 있다. 더욱이 자산가격 자체가 상승할 경우에는 그 효과가 가히 파괴적 수준이라서, FLOW개념인 소득이 아무리 증가하더라도 STOCK의 증가를 따라잡을 수 없다. 정부가 소득정책으로 임금을 상승시켜 분배구조를 개선하려고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자산으로부터 창출되는 소득과 자산가격 자체의 상승이 가져오는 효과를 무시한다면 소득분배개선은 기대할 수 없다.

2014년 이후 2017년까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자산증가가 2389조원에 이르는데, 국민소득증가는 319조원에 머물고 있다. 단순하게 보아도 소득격차를 논하기 전에 보유하고 있는 자산격차에 따른 소득의 분배격차가 국민의 피부에 더 심각하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즉, 보유자산의 가격상승 효과 하나만 고려하더라도, 소득분배의 격차는 심각한 수준이며, 피부로 느끼는 격차감과 상실감은 경제기반을 흔들 정도가 된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최저임금정책과 일자리 확대정책, 복지확대정책이 모두 의미를 상실할 정도이다.

자산의 보유격차에 따른 소득불평등은 더욱 심해지고 있어…

김낙년 동국대 교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산 불평등이 소득 불평등보다 심하다. 2000년-2013년의 상속세 자료를 근거로 분석한 결과, 2013년도 자산상위 10%는 전체자산의 66.4%를 보유하고 있고, 하위 50%는 2%를 보유할 정도로 자산격차가 심각했다. 더욱이 상위 10%가 차지하는 보유자산비중은 2000-2007년 평균 63.2%였지만 2013년은 66.4%로 점차 확대되는 추세였고, 하위 50%의 비중은 2000년 2.6%, 2006년 2.2%, 2013년 1.9%로 점차 축소되는 경향을 나타냈다. 보수정권 기간인 2013년 이후에도 이같은 추세는 더욱 확대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가계자산 가운데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73.6%인 상황에서, 2017년 이후의 부동산가격 상승이 소득분배격차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금융자산 부문에서도 2016년도 금융소득 상위 1%가 얻은 소득은 44.5억원으로 근로소득 상위 1%가 얻은 2.4억원보다 18배나 많을 정도로 금융자산을 통해 얻어지는 소득의 불균형도 심하다. 즉, 부동산, 금융자산 모두 자산의 소유격차에서 유발되는 소득격차는 임금소득에 의한 소득격차보다 더욱 심각하며 더 뼈아픈 분배격차문제인 것이다.

분배문제 해결하려면 소유자산불평등에 초점 맞춰야

가계소득은 임금부분과 보유자산에서 유발되는 자산소득으로 주로 구성되는데 매우 장기적이고 역사적인 결과물이다. 정부정책에 의해 단기적으로 변동시킬 수 없다. 국민자산 규모가 국민소득보다 8배로 커진 상태에서 자산의 소유격차가 매우 심하다면, 이로 인해 유발되는 가계소득격차는 당연히 심하다. 정부정책에 의해 분기별 가계소득격차가 호전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분배정책에 있어 어디에 역점을 두고 정책을 펼쳐야 할 지는 자명하다.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분기별 가계소득격차에 연연하기 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자산격차에 따른 소득격차문제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처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일자리를 늘리고 복지예산을 확대하는 것은 당연한 정책이다. 이들 정책이 분배해결을 위한 효과를 얻으려면 소유자산격차에서 유발되는 소득격차문제에 더욱 역점을 둬야 한다.

부동산 등 자산가격의 상승을 억제하는 종합정책을 실시하는 것은 물론, 자산으로부터 창출되는 모든 소득을 임금소득과 합산해 일원화된 종합소득세제를 체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것이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분배격차를 완화할 수 있는 ‘진정한’ 길이다. 

 양원희

 (주)아이브인베스터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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