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복의 잡설]

[오피니언타임스=김부복] 미국 과학 저널리스트 아이작 아시모프(1920∼1992)는 자연보다 더 잘 만든 인간의 발명품을 ‘바퀴와 축’이라고 정의했다. ‘살아 있는 생물’ 가운데 바퀴로 움직이는 것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동차의 경우, 축의 회전에 따라 바퀴가 돌아가면서 빠른 속도를 내지만 생물에게서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시모프는 인간은 자동차와 달리 한 발을 올렸다가 다시 반대쪽 발을 올려가며 터벅터벅 걸어 다니는 신세라고 했다. ‘무계획적으로 진화해온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아시모프는 조금 틀린 듯 싶었다.

‘살아 있는 생물’ 가운데 바퀴로 움직이는 게 있었다. ‘황금바퀴거미’다.

이 거미는 포식자를 피해 도망칠 때 몸을 바퀴처럼 동그랗게 만들어서 굴러 내려간다.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이 거미가 굴러가는 것을 보고 ‘검색’을 했더니, 1초에 44번을 굴러서 1미터를 도망칠 수 있다고 했다. ‘검색’ 결과, 황금바퀴거미는 체중의 8000배나 되는 10리터의 모래를 파서 굴을 만드는 또 다른 ‘주특기’도 있었다.

Ⓒ픽사베이

어쨌거나, 아시모프는 로봇에 관해서도 밝혔다. 왜 로봇을 인간과 ‘닮은꼴’로 만들려고 하는가에 대한 견해다. 아시모프는 로봇이 인간과 닮을 필요가 없는 이유를 나열했다.

① 인간은 ‘무계획적인 진화’ 때문에 두 발로 걷게 되면서 위쪽이 무거워져서 쉽게 쓰러지게 되었다. 로봇도 그렇게 만들 필요는 없다. 발 네 개에 팔 두 개를 달아도 괜찮다. 바퀴를 달아도 좋다. 다리와 바퀴를 한꺼번에 부착할 수도 있다.

② 인간은 뇌가 몸의 위쪽에 노출되어 있다. 안전하지 못하다. 로봇은 다른 부분에 안전하게 뇌를 설치할 수도 있다.

③ 인간의 눈은 앞만 볼 수 있는 2개뿐이다. 로봇의 뒤에 3번째 눈을 달면, 뒤를 볼 수 있다. 팔에 눈을 달아도 된다.

④ 인간은 머리를 움직일 수는 있지만 완전히 돌릴 수는 없다. 손가락도 한 방향으로만 움직일 수 있다. 다른 방향으로는 구부리지 못한다. 로봇도 그렇게 만들 필요는 없다.

아시모프는 그러면서, 로봇이 인간을 닮아야 하는 이유도 제시했다.

① 로봇은 인간과 같은 운동능력이 있어야 기기를 다룰 수 있다. 모습도 인간과 비슷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집에 2가지 시스템을 설치해야 한다. 하나는 로봇에게 알맞은 시스템이다. 다른 하나는 로봇이 고장날 경우 인간이 불편하지 않게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② ‘움직이는 기계’를 집에 둘 경우, 괴상하고 못생긴 모습이면 껄끄럽다. 괴물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과 닮을수록 좋다. 공포영화에 나오는 프랑켄슈타인 같은 로봇은 곤란하다.

이처럼 장점과 단점이 모두 있었다. 로봇은 인간과 닮아야 할 필요도 있고, 닮지 않아도 될 필요도 있었다.

그런데, 로봇이 인간과 ‘반드시’ 닮아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섹스 로봇’ 때문이다. 인간과 ‘반드시’ 닮지 않으면 섹스 로봇과 ‘관계’를 가지는 게 아무래도 껄끄러울 것 같기 때문이다.

이 인간과 닮은 섹스 로봇이 ‘상품’으로 나왔다는 얘기가 가끔 들리더니, 아예 섹스 로봇을 이용한 ‘성매매업소’까지 등장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스페인과 독일‧영국‧프랑스에서는 ‘로봇 성매매업소’가 성황리에 영업하고 있다고 한다. 첨단 인공지능을 장착해서 마치 살아 있는 인간을 대하는 착각을 들 정도로 정교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남성용’은 물론이고, ‘여성용’ 섹스 로봇도 나올 것이라는 전망들이다.

미래에는 인간과 로봇에 ‘결혼’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구체화되고 있다. ‘동성 결혼’이 늘어나더니, 이제는 로봇과도 결혼이다.

그럴 경우, 한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자신의 배우자를 남에게 소개할 때 뭐라고 불러야 좋을까 하는 문제다.

'동성혼'의 경우 인칭대명사가 뚜렷한 서양 사람들은 자기 아내나 남편을 영어로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He is my wife” 또는 “She is my husband”다. “그 남자는 나의 아내, 그 여자는 나의 남편”이라고 헷갈려야 하는 것이다.

로봇과 결혼을 한다면 여기에 하나가 더 추가될 수 있다. “It is my wife” 또는 “It is my husband”다. ‘그 물건’이 나의 아내나 남편이 되는 것이다.

하나 더 있다. 언젠가 서울대 교수 연구팀이 엄마 대신 아이들과 놀아줄 수 있는 ‘엄마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이 있었다. 그렇다면, “It is my mother”, ‘그 물건’이 나의 엄마가 될 판이다.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얘기가 자주 나오고 있지만, 앞으로는 ‘인칭’ 또는 ‘호칭’까지 빼앗는 날이 닥치게 생겼다. 아시모프도 어쩌면 로봇의 ‘호칭 문제’는 따져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로봇이 인간과 ‘절대로’ 닮지 않아야 할 게 있다. ‘인간성’이다.

인간성까지 같아질 경우, 로봇은 인간이 하듯 지구를 파멸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고도의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이라면 인간보다도 훨씬 능숙하게 지구를 망쳐버릴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김부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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