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의 전원일기]

[오피니언타임스=동이]  ‘농사나 지어볼까?’ 하는 말은 ‘치킨집이나 차려볼까?’ 하는 말과 같습니다.

“작년에 2500평(8264㎡) 농사를 지었어요. 콩, 팥 등 해서 대략 열 작목 정도를 했는데 결산을 해보니 300만 원 남짓 됩니다. 이게 순이익이 아니라 인건비, 종자비 이런 것 하나 안 뺀 순 매출이에요. 처음이기는 하지만 ‘새벽부터 밤늦도록 손가락이 뒤틀어질 정도로 일을 해서 번 돈이 이것뿐인가’ 허탈함도 들고, 평생을 이렇게 살아온 농사짓는 분들의 심정을 이제야 조금은 이해할 듯 해요. 농사를 지으면서도 이걸 어디다 내다 팔아야 하는지를 걱정하는 게 농부예요. 특히 영세 소농의 경우 마땅한 판로가 없습니다”

귀농한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얼마전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농림행정을 직접 지휘했던 전직 농림장관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죠. 그만큼  ‘농사로 돈벌기가 쉽지 않은 현실’을 잘 보여줍니다.

치킨집 못지 않게 농사도 악착같이 덤벼들어야 그나마 먹고 삽니다. 그럴 각오없으면 귀농은 포기하는 게 현명한 일이라고 귀농 선배들은 한결같이 조언합니다.

귀농·귀촌인 100명 중 7명이 도시로 돌아갑니다. 농촌진흥청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1039명을 추적 조사한 역귀농·귀촌 실태결과입니다. 다시 돌아간 이유는 영농실패(43.5%) 일자리(17.4%) 자녀교육(13.0%) 건강(13.0%) 순.  ‘대충 되겠지~’하고 귀농했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전원생활을 제대로 하려면 귀농할지, 귀촌할지, 아니면 왔다갔다하는 ‘텃밭농군’을 할지 먼저 확실히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나서 거기에 맞게 계획을 세우는 게 현명한 일이죠.

동이 친구 중에 고교 원예과를 나와 목장하는 이가 있습니다.  ‘맨손 낙농’으로 부를 일궜습니다. 술 한잔하면 해병대 자원입대해서 백령도 물개바위에서 근무한 걸 무용담으로 얘기하곤 합니다만, 스스로 목부(牧夫)라 칭하는 그 친구는 그야말로 ‘해병대 악바리 근성’으로 재력을 쌓았습니다.

동이 친구네 목장의 젖소들@오피니언타임스

지금도 젖소새끼를 자기 손으로 직접 받아냅니다. 새끼가 잘못 나올라 치면 손을 넣어 새끼위치를 바꿔줘가며 순산을 유도할 정도니까요.

낙동만 하는 게 아닙니다. 철철이 트랙터로 아랫마을 농원과 인근 농가의 옥수수밭을 갈아주고 체험 고구마밭 만들어줘가며 부수입까지 올립니다. 환갑을 넘겼지만 새벽같이 일어나 목장일, 밭일, 동네 일 다 거둡니다.

도농 구분할 일이 아니지만 이동필 전 장관이나 동이친구 목부의 사례는 '아주 열심히 해야' 농촌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줍니다.

얼마 전 지방가던 길에 목부친구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친구야! 새 우사 어제 준공했다. 시간 있으면 와서 막걸리 한잔 하고 가라~”

'지방행차 중'이어서 어렵다고 했지만, 생각해주는 마음이 고마웠습니다. 목부친구는 며칠 뒤 삼겹살을 사들고 동이 텃밭농막에 나타났습니다.  틈틈이 여유도 즐길 줄 알죠.

동이 가방 끈 긴체하며 대학문턱 들락거릴 때 목부친구는 젖소와 함께 ‘독하게’ 청운의 꿈을 키웠습니다. 은퇴없고 남부러울 것없이 낙농일가를 이뤘으니 지금은 주위로부터 부러운 시선을 한몸에 받습니다.

일찍이 한 우물 판 친구들은 나름 노후준비 탄탄히 해놨습니다. 대학들어갔네~ 회사 다니네~ 우쭐했던 동이같은 친구들만 은퇴후 막막해지는 겁니다.

농촌에서도 부지런해야 인정받습니다. 토착민들과의 동화도 중요하죠.

느즈막히 일어나 뒷짐이나 지고 동네 한바퀴 어슬렁~ 돌 생각이라면 생각을 바꾸는 게 좋습니다. 그런 귀촌은 지역사회에 동화되기도 어렵습니다. 틈틈이 동네 일 도와주고 품앗이도 하며, 노인정에도 가봐야 합니다.

“정 할 일 없으면 동네 길 쓰레기라도 주우라”고 귀농선배들은 조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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