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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 분담금 인상요구, 과연 타당한가?[김준범의 동서남북]
김준범 | 승인 2018.12.24 09:29

[논객닷컴=김준범] 한·미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전례 없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12월 중순까지 열 차례나 열렸지만 양국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가장 큰 원인은 미국이 전례 없이 높은 인상안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의 주둔비 중 일부를 한국이 지원해 주는 것으로, 1991년 미국과 채결된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Special Measures Agreement)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양국은 5년마다 한국의 분담금 규모를 새로 정하도록 했는데, 올해 12월 31일이면 지난 5년간의 유효기간이 끝난다. 이에 따라 새해 1월부터 5년간은 새로 정해진 금액의 분담금을 집행하게 된다.

충남 태안에서 실시된 서해 NLL수호를 위한 한미 연합훈련에서 해군 제2함대 홍시욱함(400톤급)이 주한 미군 육군 2사단 소속 아파치(AH-64)헬기와 함께 기동하고 있다. ⓒ해군 제2함대

미국이 주한미군 주둔비 중 일부를 한국측에 처음 요청하던 1991년 당시만 해도 그 금액은 1억5천만 달러 정도였다. 하지만 그 후 꾸준히 늘어난 결과 2018년 현재 약 8억 달러, 우리 돈 약 9602억 원 정도를 우리 측이 부담하고 있다. 주한미군 주둔비의 약 50%에 해당한다. 여기에는 주한미군 부대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의 인건비 △미군기지내 각종 건설비용과 군수지원비 등이 포함돼 있다.

우리 정부는 이런 직접비 외에도 △토지임대료 면제 △제세·공공요금 감면 △도로·항만·공항 이용료 면제 등 간접비만도 9589억 원을 지원해 주고 있다. 이는 일본(1조5560억 원)이 지원하고 있는 금액의 61%가 넘는 규모다. 일본은 주일미군의 70% 이상을 오키나와에 주둔시키고 있는데,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군이 점유하고 있는 기지에 대해 그 임대료를 토지 소유권자에게 지불하고 있다.

우리는 6.25 직후 한국군에 대한 지휘권과 함께 모든 기지를 미군에게 무상으로 제공해 준 뒤 지금까지 유지해 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주한미군은 한국내 모든 사회간접자본 시설 이용료와 관련 세금까지도 자동으로 면제받는 특혜를 누려왔다. 이렇게 볼 때 우리가 부담하고 있는 분담금은 어디와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공식 자료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연간 9300억 원의 방위비 분담금 말고도 주한미군에 4조 5200억 원의 직·간접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2015년 기준 우리 정부가 주한미군에 지원한 직·간접 비용은 총 5조4564억 원 규모로, 일본(6조7758억 원)의 80% 수준에 이른다.

주한미군이 2만8500 명인데 비해 주일미군은 6만2000여 명으로 2배 이상 많다. 이 점을 감안하면 우리가 훨씬 많은 지원금을 부담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어디 그 뿐인가. 우리 정부는 용산기지를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10조원 이상의 건설비용(90% 이상)을 들여 세계최대 규모의 해외 미군기지를 만들어 제공해 주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곳을 방문하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미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부터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고, 동맹국들에게는 ‘안보무임승차론’을 주장하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여러 차례 압박하고 나섰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방위비분담금을 현재의 2배 이상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미측 협상 실무자들은 트럼프의 지나친 압력 때문인지 좀처럼 이견을 좁히려 하지 않는다고 우리 측 관계자들은 말한다.

미국은 어떤 근거로 우리에게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일까? 그것은 △미군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개 비용 △한·미연합 훈련시 미측의 소요비용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B1-B 같은 대표적인 전략무기가 괌에서 출발해 한반도까지 1회 전개하는 데 수십억 원, 항공모함 강습단은 수백억 원이 각각 소요된다면서 그 비용을 이제는 한국이 부담하라고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미 측의 이같은 증액요구가 타당성이 없다며 분담금을 증액해 주기보다는 오히려 삭감하는 편이 옳다고 주장한다.

한·미 양측 가운데 어느 쪽 주장이 더 타당성이 있을까? 한국국방개혁연구소의 권영근 소장은 동아시아재단이 발행하는 정책논쟁 최근호(2018.11.20.)에서 한·미동맹을 통해 미국이 얻는 국가이익은 무엇이고, 한국안보에 기여하는 정도는 어느 만큼인지 등을 따져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론적으로 한·미동맹을 통해 한국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지속적으로 줄어든 반면 미국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꾸준히 증대돼 왔으므로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하기보다는 오히려 삭감하는 것이 타당성 있어 보인다고 그는 말한다.

권 소장은 1950년 한국전쟁 이후 역대 미국 정부가 한반도를 미국의 사활적인 이익(Vital Interest)이 걸린 지역으로 평가해 왔다면서 △1993년 클린턴 대통령 △2006년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 △2017년 메티스 미 국방장관 등의 발언을 예로 들었다.

당시 한국을 방문한 클린턴은 “한반도는 미국의 입장에서 사활적인 의미가 있으며, 한국인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한 주한미군을 한반도에 계속 주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버시바우 대사는 “한국군에 대한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이 북한을 억제하고 격퇴할 능력을 감소시키지 않으면서 장기적으로는 주한미군이 정치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런 방식으로 주한미군의 장기주둔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을 추구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고 권 박사는 지적했다.

2017년 한반도에 사드배치 문제가 한·중 간 핫 이슈로 등장했을 때 메티스 미 국방장관은 “사드는 한국을 위해 배치한 게 아니라 우리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배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권 박사는 “이처럼 한국에 배치된 사드는 중국이 미국을 겨냥해 발사할 가능성이 있는 핵·미사일로부터 미국을 방어하기 위한, 미국에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시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중국의 핵·미사일 발사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주한미군에 들어가는 돈 35억 달러가 아깝다며 철수를 주장하는 트럼프에 맞서 “미군주둔은 3차 대전을 막기 위해 하는 것”이라며 단호하게 철수를 막아냈다는 메티스 장관도 지난 20일 돌연 사표를 던지고 트럼프 곁을 떠났다.

권영근 소장은 이어 전략무기 배치 비용과 한·미 연합훈련 비용 역시 타당성이 없다고 말한다. B-1폭격기와 같은 전략무기는 북한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중국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란 관점이 없지 않고, 해마다 한국에서 실시하는 한·미연합 훈련 또한 중국을 겨냥한 측면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방위비 분담의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미국의 국방비 절감 노력일 가능성도 없지 않겠지만, 그 보다는 한국을 대(對) 중국 봉쇄 전략에 적극 개입시키려는 목적이 더 커 보인다고 권 박사는 분석한다. 이번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미국의 관심은 한·미 연합 훈련비용이나 전략무기 한반도 전개비용 등을 한국이 부담하는 것 그 이상으로 보인다고 그는 말한다. 실제로 한국이 그 비용을 부담해 줄 경우 한국은 미국의 중국봉쇄 정책에 적극 가담한다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권 소장은 설명한다.

한국의 국가안보에서 한·미동맹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대적이다. 그런 만큼 우리나라는 한·미동맹 유지를 위해 충분한 기여를 해 왔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미국의 지나친 분담금 증액 요구나 전에 없는 전략무기 전개비용 요구 등은 공연히 한국인의 반미감정을 불러 일으켜 장기적인 동맹관계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정부도 미측의 과도한 증액요구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국가이익에 유리한 것인지, 시민단체 등의 삭감 논리를 지랫대 삼아 대미협상에 어떻게 적용할 지 등을 놓고 현명한 전략을 선택할 때가 되었다. 

 김준범

 80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

 전 국방부 국방홍보원 원장

 전 중앙일보 정치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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