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애의 에코토피아]

[오피니언타임스=박정애] 행정안전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만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는 744만1752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14.37%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드디어 고령 사회로 접어들게 된 것이다. (총 인구 가운데 만 65세 이상 인구가 14%를 넘는 경우를 고령사회, 20%가 넘어서면 초고령 사회라고 한다)

이러한 시점에서 노인 학대 문제가 심각하다. 학대의 유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정서적 학대라고 한다. 한 집에 살면서도 투명인간 취급을 한다든가, 오랜만에 만나도 의무감에 마지못해 함께 하는 행위 등 노인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자식들이 많다는 뜻이다. 젊음을 다 바쳐 희생해도 늙으면 투명인간 취급이나 당하는 조부모를 보며 우리 자식들은 과연 자식을 낳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까? 결국 효 사상의 회복은 저출산 문제까지도 해결하는 ‘절대 반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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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이성적 동물이기도 하지만 감성의 동물이기도 하다. 스킨십을 많이 받고 자란 아이가 정서나 지능 면에서 더 발달이 잘 되듯이 노인도 자식들한테 사랑을 많이 받을 때 건강도, 수명도 오래 지킬 수 있다고 본다. 누군가 진심으로 나를 사랑하고 내가 오래 살기를 바란다고 생각할 때 정서적으로 행복해서 건강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함께 산다면 따뜻한 말 한 마디라도 건네고 한 끼 식사라도 식탁에 둘러앉아 함께 하려고 노력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만약 떨어져 산다면 일주일에 한 두번이라도 안부 전화를 드리고 가끔 찾아뵈서 가까운 곳에 함께 여행이라도 가면 좋지 않을까.

나는 결혼하고 7년 정도는 매달 시어머니를 모시고 여행을 다녔다. 이른 나이에 시아버님이 돌아가셔서 홀로 아들 넷을 키운 시어머니가 같은 여자로서 가여워 보였기 때문에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 해서 효도를 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마음과는 달리 효의 실천이 쉽지는 않았다. 시어머니를 모시고 여행 다닌다는 것이 피곤하기도 하고 나중에는 그만 하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거동이 불편하셔서 이젠 다니고 싶어도 다니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신 어머니를 보면서 할 수 있을 때 많이 모시고 다니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머니의 느린 발걸음에 속도를 맞추어 드리고 귀가 잘 안 들려도 다정하게 말을 걸어드렸다. 아들만 넷이다 보니 어머니의 속내를 귀 기울여 들어주는 자식이 없었다. 그래서 비록 며느리지만 딸의 심정으로 어머니의 하소연을 들어드리기도 했다. 마음에 쌓인 한들을 풀어내실 때 묵은 때를 벗겨낸 것처럼 얼마나 시원하셨을까, 짐작하다 보면 내 입가에도 흐뭇한 미소가 피어나곤 한다. 비록 나를 낳아준 어머니는 아니지만, 내 남편을 낳아 길러준 어머니의 바람과 슬픔을 밀어주고 닦아주는 ‘마음의 때밀이’가 돼 주는 것도 결국은 내 복을 짓는 것이 아닐까.

효(孝) 한자의 뜻은 자식이 노인을 업고 있는 모습을 본뜬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모두 늦둥이가 있다. 이렇게 말하면 어리둥절해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자식이다. 이렇게 말하면 수긍하지 않는 사람 또한 없을 것이다.

그렇다. 이 시대의 부모들. 노인이라 불리는 그들 각각이 바로 우리의 늦둥이들인 것이다.

늙으면 아기가 된다는 말이 있다. 아기들이 끊임없이 엄마 아빠의 사랑과 관심을 필요로 하듯이 노인들은 자식의 사랑과 관심을 필요로 한다. 물론 ‘치사랑’은 어렵다. 그러니 부모라 생각하지 말고 그 분들을 내가 낳은 ‘늦둥이’라고 여기면 어떨까? 그 순간 우리 부모가 한없이 짠하고 귀여운 존재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박정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수필가이자 녹색당 당원으로 활동 중.
숨 쉬는 존재들이 모두 존중받을 수 있는 공동체를 향해 하나하나 실천해가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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