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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 떠나보내고 국제질서 허무는 트럼프[유세진의 지구촌 뒤안길]
유세진 | 승인 2018.12.31 06:46

[논객닷컴=유세진] “우리는 미국을 위태롭게 만들고, 우리의 동맹국들에 해를 입히며, 우리의 적들을 더욱 강하게 만들 중대한 정책적 실패를 향해 가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 상원의원은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의 사퇴 소식에 이같이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첫 임기 절반이 다 돼가는 요즘 미국에서는 미국의 앞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미 공화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매티스 장관을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과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과 함께 미국을 혼돈으로부터 지켜줄 3명으로 꼽았었다. 미국을 구할, 제정신을 갖춘 '어른들의 축'으로 불렸던 이들 3명 이제 모두 트럼프의 곁을 떠났다. 매티스는 시리아로부터 미군을 철수시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어 사퇴한다고 밝혔다. 그의 사퇴로 외교·안보 정책 측면에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대통령의 즉흥적 결정을 통제하는 것이 더이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픽사베이

경제 측면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상과 관련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거센 비난이 우려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트럼프는 24일 “미국 경제가 낮은 실업률 속에 활발한 경제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것에 비춰볼 때 미국 경제가 직면한 유일한 문제는 올해 4차례나 단기 금리를 인상한 미 연준”이라고 또다시 연준을 거세게 비난했다. 트럼프는 이에 앞서 연준의 금리 인상에 대해 “연준이 미쳤다”라고 비난했다. 지난 21일에는 보좌관들에게 파월 연준 의장을 해임하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한지 논의한 것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트럼프가 이처럼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해 분노하는 것은 미국 증시가 이달 들어 급락하는 등 잘 나가던 미국 경제가 둔화되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과 중국, 일본이 모두 경제에 어려움을 겪는 속에서도 유독 미국 경제만은 호조를 이어왔었다. 미국의 실업률은 3,7%로 4%를 밑돌며 거의 50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 내년 경기 둔화가 시작될 것이란 우려에도 불구하고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3%를 넘을 것이 확실시되며 내년 성장률 역시 2.3% 이상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 경제의 호조는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을 괴롭히는 모든 악재들로부터 대통령을 지켜주는 버팀목이었다. 2016년 대선에의 러시아 개입 여부에 대한 로버트 뮬러 특검의 조사, 포르노 여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와의 관계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그녀의 입을 막기 위해 돈을 건넨 것, 불법이민자에 대해 무관용을 내세워 부모와 어린 자녀를 강제격리시킨 것에 대한 반발 등 대통령에 불리한 많은 문제들이 고용 호조와 임금 상승으로 국민들의 소비지출 여건이 좋아지면서 덮어졌다.

그러나 잘 나가던 미국 경제에도 올 가을부터 균열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관세맨'을 자처하며 중국과의 무역 분쟁을 시작했고 세계 1, 2위 경제대국 간 마찰은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 유럽 일본 등의 경기둔화 조짐이 미국 경제마저 둔화에 빠트릴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이런 가운데 주가마저 급락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재선에 위협이 되는 것은 물론 자신의 정치적 입지 또한 약화된다며 자신의 반대를 무시하고 금리 인상을 고집하는 파월 의장을 정조준한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트럼프가 대통령이라 해도 파월 연준 의장을 합당한 이유 없이 해임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경제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확실한 불법 행위가 드러나거나 건강상 이유 등으로 연준 의장직을 수행하지 못하는 등의 이유가 없는 한 금리 인상의 속도를 둘러싼 이견만으로 독립성을 보장받는 연준 의장의 해임은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워 대통령뿐만 아니라 대통령 자신이 걱정하는 증시에도 오히려 타격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가 파월 의장 대신, 파월을 연준 의장으로 천거하고 증시를 안정시키는데 실패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므누신 장관은 미 증시가 연준의 금리 인상에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파월의 금리 인상에 긍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케빈 해셋 미국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NEC) 위원장은 26일 파월 의장과 므누신 장관 모두 자리를 위협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해셋 위원장의 발언에도 불구, 파월 의장 해임에 대한 우려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의 경우에서 보듯 트럼프의 눈밖으로 밀려난 각료는 결국 자리를 유지하지 못하고 밀려난 때문이다. 파월 연준 의장을 해임해서는 안된다는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자신의 뜻을 거스른 파월을 해임할 구실을 어떻게든 찾으려 들 것이고, 대통령과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만 남은 대통령의 주변에는 그의 뜻을 헤아려 파월의 해임 구실을 찾아 건의할 사람들이 나타날 수 있다.

뉴욕 타임스는 아직 임기의 절반이 남은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를 모두 마치는 것이야말로 미국에 가장 큰 위협이라며 이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논의해야 한다고 칼럼을 통해 주장했다. 대통령에게 올바른 정책을 건의하고 대통령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아줄 사람들이 대통령 주변을 떠나는 것은 큰 문제이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문제는 트럼프가 미국의 동맹국들을 미국으로부터 떠나게 만들고 이제까지 미국을 세계의 초강대국으로 만들어준 국제질서를 스스로 무너트리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아직까지는 국제사회에서 중국보다는 더 신뢰받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 압박 등 트럼프의 동맹 때리기가 계속된다면 미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는 급속히 무너질 수밖에 없다.

 유세진

 뉴시스 국제뉴스 담당 전문위원

 전 세계일보 해외논단 객원편집위원    

 전 서울신문 독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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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진  dbtpwl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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