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칼럼]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한참 어린 후배가 전화를 걸어왔다. 이번에도 그놈의 문학 공모전에 떨어졌다는 것.

그의 글을 자주 읽어보는 한 명의 독자로서 나 역시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였다. 무던히도 노력했던 그의 지난 시간을 알기에.

심사위원이 야속하기도 했다.

글감도 다르고 장르도 다르지만 공히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맺어진 그와의 인연.

ⓒ석혜탁

맥주와 마른안주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술에 조금 취해 그날의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에 따르면 지금까지 써온 글들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맥락의 말을 지껄였다고 한다. 그는 그날 술자리에 흩뿌려진 나의 말을 굳이 정리까지 해서 메시지를 보내왔다.

몽롱한 상태에서 ‘발화’한 것을 ‘텍스트’로 마주하니 참을 수 없는 민망함에 얼굴이 빨개져 쥐구멍에 숨고 싶었다. 한데 그가 정말 힘이 됐다고 고맙다는 말을 덧붙이길래, 쥐구멍을 탐색하던 기민한 움직임은 일단 멈출 수 있었다. 그래도 민망함은 지속됐다.

그 후배와 같은 상황에 놓인 친구들이 있다면, 그날 선배랍시고 건넸던 말의 일부를 들려주고자 한다. 힘이 됐다는 후배놈의 말을 믿고 용기를 내본다.

당신이 밤새 써 내려간 시와 소설은 사라지지 않는다.
당신이 만들어낸 A 소설의 주인공과 B 소설의 조연이 대화를 하게 될 거다.
새로운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이다.

완전히 다른 느낌의 이채로운 작품이 또 탄생할 거라 믿는다.

우리 모두 장강명 작가처럼 상을 많이 탈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때로는 김동식 작가처럼 ‘발견’되기도 하지 않는가.

같이 쓰고 또 쓰자.

당신의 작품은 살아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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