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영인의 정화수]

[오피니언타임스=도영인] 새로운 것들을 배워서 변화하고 적응해야 살 수 있는 세상이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사회적 관계망을 통해 서로에게서 배움으로써 크고 작은 정보와 지식을 후대 사람들에게까지 전수할 수 있다는데 있다. 동물과는 달리 사람들은 당장 먹고 사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까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크고 사회적 소속욕구도 매우 강하다. 예컨대 인간에게는 다른 사람들이 하는 대로 머리스타일 유행을 따라하려는 소소한 욕망뿐아니라 보다 정의로운 사회관계망에 속하고자 하는 거시사회적 욕구가 있다. 사람들끼리의 상생적인 관계성을 중요시하는 경향 때문에 상호협력을 통해 긴밀한 사회문화적 조직력을 발휘할 수 있었고 다른 영장류와는 비교할 수 없이 높은 수준의 인류문명을 발달시킬 수 있었다.

문제는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인류사회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졌다는 것이다. 미래 세상에서는 물리적인 기능면에서 인간역량을 막강하게 뛰어넘는 인공지능기술이 인류사회혁신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몇 년 내에 상상할 수 없게 빠른 초고속으로 정보처리를 할 양자컴퓨터까지 활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초고속인터넷과 컴퓨터정보기술이 발달하기 이전에는 인간수준을 능가하는 초능력으로 생각되었던 초인적인 역량은 일종의 신비현상으로 이해되었다. 이제 인간능력과 비교할 수 없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인공지능로봇과 일상생활을 함께 하는 세상이 코앞에 다가왔다. 앞으로 최대효율성을 발휘하는 인공지능에 대한 통제권을 가진 극소수 엘리트 사람들이 세상 모든 것을 지배하게 되고 일반사람들을 노예화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학자들도 생겼다.

ⓒ픽사베이

한국인들은 이미 조상대대로 친척집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정성스레 해 오던 새해인사를 손가락 하나를 움직여 스마트폰으로 간단히 해결해버리는 세상에 살고 있다. 앞으로 더 새로운 혁신기술적인 기능을 더욱 일상화함에 따라 대인관계의 성격도 한층 더 엄청나게 변화할 것이다. 나는 평소에 오래살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해왔지만 요즘 들어 생각이 좀 바뀌었다. 타고난 호기심 때문이다. 미래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인류문명을 어떻게 이끌고 나갈지, 그리고 일상생활패턴이 더욱 고속화됨에 따라 사람들의 인간관계가 얼마나 더 변화하게 될지 정말 궁금하기 때문이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3차원 세계에 살면서도 5,6차원의 삶을 사는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리고 있다. 심지어 다른 행성으로 이주할 준비에 나선 돈 많은 사람들도 있다. 상상력을 동원해서, 미래기술자들이 인간의 영혼까지도 만들어낼 수 있는 고차원 우주행성수준의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했다고 가정해 보자. 인공지능로봇의 뇌 부품에 해당하는, 인간의식이 저장된 컴퓨터칩을 사용하는 방법으로 영혼대체물을 만들어 낼 것 같지는 않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물질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기계적 수준의 영혼대체물은 실수할 수 있고 용서할 수 있는 자발적 의사결정능력과 주체로서의 정체성을 보유한 진정한 의미의 영혼이 아니다. 인간의 영혼은 때로 자발적으로 모든 기억을 내려놓을 수도 있고 자기의식세계를 스스로 정화시킬 수도 있다. 기계적 조작수준이 아닌 불가사의한 영혼의 세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래도 인간의 영혼을 과학기술로 제작한다는 발상은 도가 지나친 상상이 아닐 수 없다.

현재까지 인간의 뇌세포조직체계 분석기술을 넘어서는 신비현상은 영성과 과학이 그 간격을 좁혀 들어가는 최첨단 미래과학영역에 속한다. 세계적인 시스템과학자이자 통합이론가인 어빈 라즐로(Ervin Laszlo)는 오감을 통해 인지할 수 있고 측정 가능한 물질현상이외에도, 양자과학이 출현하기 이전 시대에는 단순히 신비현상으로 알았던 (아직 과학적으로 충분히 설명할 수 없는) 실재현상까지도 통합적인 과학연구영역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스템철학자로 알려지기도 한 라즐로박사는 인류가 환경오염이나 전쟁과 같은 자기 파괴적인 영향권에서 스스로 벗어나고 인류사회가 계속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랑의 힘이라고 역설한다. 불치병치유나 범죄율 감소에 대한 개인 혹은 집단적 기도의 효과를 밝히려는 연구자들은 필자의 용어를 쓰자면 불가사의한 “사랑 에너지”의 영향력을 실증적으로 탐구한다. 영혼의 세계는 인간의 분석적인 두뇌만으로 충분히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선다. 인간이 실재로 경험할 수 있는 신비현상에 대한 연구는 영성(spirituality)과 관련된 인간잠재성을 통합적 관점에서 밝히려는 첨단과학자들에 의하여 앞으로 가속화될 전망이다.

만약 필자가 앞으로 30년을 더 살게 된다고 가정한다면 그때쯤이면 감성지능뿐만이 아니라 영성지능기술까지 온전하게 갖춘 보다 인간적인 인공지능이 등장하게 될까? 그리고 미래 사람들은 그 인공지능로봇을 마치 영혼이 있는 개체인 것처럼 인정하게 될까? 사우디아라비아정부는 이미 아주 매혹적인 한 인공지능로봇에게 명예 시민권을 부여했다는 소식을 접한 바 있다. 인공지능발달추세를 연구해온 소수 미래학자들은 인공지능도 영성적 수준으로 개발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 견해를 갖고 있다. 이에 맞서서 필자는 아니다. 이건 정말 아니야! 이렇게 외치고 싶다. 인간에 의해서 조작된 인공지능로봇은 독립적으로 진리를 추구하는 주체적 역량을 행사하는 인간의 영혼과 동격이 될 수 없다.

인간의식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지혜와 사회정의감을 발달시켜왔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인류문명의 진화는 물질문명 발달수준을 넘어서 인간영혼이 주도하는 정신문명의 발달을 지향한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인류사회의 위대함은 집단지성을 통해 협동적으로 진화하는 능력과 연관된다. 은밀한 형태의 실질적 노예제도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인류의식은 동료인간을 노예로 부릴 수 있는 의식수준을 탈피하여 평등한 인간관계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필자는 지금까지 인류사회가 발달시켜 온 집단지성의 힘을 믿는다. 상호 협력하는 집단지성은 효율성면에서 인간보다 월등하게 탁월한 인공지능로봇 또는 그것을 소유한 소수엘리트 주인들이 취약한 위치에 있는 대다수 인간들을 지배하거나 착취하는 체재를 만들게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은 영혼이 있기 때문이고 점점 증가하는 수의 사람들은 지금까지 인류역사에서 그래 왔던 것처럼 다른 동료들을 배려하고 협력함으로써 정의롭고 보다 공평한 사회에 살기를 포기하지 않고 꿈꾸어 왔기 때문이다.

현 시대 사람들은 인간이 만들어 낸 기술변화의 사회적 영향력이 강력해짐과 동시에 사회제도로서의 종교적 영향력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21세기 과학과 종교영역은 더 이상 근대사회에서처럼 진리를 추구하는 상류층지식인이나 성직자와 같은 소수 엘리트만 진입할 수 있었던 영역이 아니다. 종교가 계속 내리막길을 가고 있는 이유는 사람들이 과학중심 물질문명 속에서 더욱 영악해져서라기보다는 모든 사람들이 영혼을 가진 평등한 개체라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캐나다와 같은 선진국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나는 종교적이지는 않지만 영성적이야”라고 말한다. 이것은 일반인들이 구체제적이고 종교제도적인 틀을 벗어나 스스로를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독립된 개체로 인지하는 시대적 추세를 보여준다. 자신의 인간정체성을 무엇보다도 영성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도 불멸의 영혼을 가진 평등한 생명체로 인정하게 된다. 또한 물질적 번영보다는 영성적 자아계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지금까지의 인류사회가 스스로 만들어 낸 대부분의 불행과 재앙의 근원이 물질중심으로 연계된 인간관계의 허점과 사회제도에 기인한다는 것을 쉽사리 이해하게 된다.

과학발달은 인류가 축적해 온 기존 지식체계를 흔드는 새로운 발견을 지속해 왔고 미래물질문명은 앞으로도 더욱 더 획기적인 사회변화를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환경오염에 따른 지구온난화와 영리목적의 전쟁 등 인간이 만들어낸 온갖 종류의 거시적 사회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인류에게는 희망이 있다. 인공지능시대에 접어든 일반인들의 의식구조는 더욱 영성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흐름을 통해 인류사회는 다른 사람들을 노예화하는 구시대적 문명 속에서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충분히 배웠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사는 현대일반인들의 삶은 이미 수평적 인간관계를 경험하고 있고 인류사회는 보다 평등하게 정보와 지식을 손쉽게 공유할 수 있는 멋진 신세계에 돌입했다. 필자는 앞으로 민주적인 의사소통연계망을 통한 집단행동과 훨씬 더 수평적인 인간관계를 뒷받침하는 진보적인 사회제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물질문명의 기반에 힘입어 정신문명이 더욱 빠르게 발달하는 미래세계를 그려본다.

지금까지 상호관계망에 의존하면서 인류문명을 발달시켜 온 인간들은 무엇보다도 자기이익을 추구할 뿐만이 아니라 다른 생명체를 배려할 줄 아는 사회적동물이다. 개인이익을 넘어서는 정의감과 공평한 대인관계를 원하는 사회적 욕구가 강한 인간들은 앞으로도 함께 번성하기 위해 서로에게 의지하게 될 것이다.

인류를 크게 구분한다면 과학적 성향이 훨씬 더 강한 사람들과 정신문화적 또는 영성적 발달을 좀 더 중요시하는 그룹으로 나눌 수 있겠다. 물질적 세계관의 합리성과 효율성을 훨씬 더 주요하게 우선시하는 그룹과 생명의 신비성과 비물질적 삶의 목적을 중시하는 그룹의 만남은 시대적인 요청이다. 이 두 그룹의 사람들은 앞으로 보다 더 긴밀한 의사소통을 통하여 상생적인 관계성을 이룩함으로써 지혜와 자비의 양 날개를 가진 새로운 종류의 새와 같은 新(신)문명을 탄생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과학적 지식과 영성적인 지혜가 융합할 때 인류사회를 위한 창조적인 변화가 가능해진다. 인류의식의 상승을 가치있게 여기는 상생문명으로의 변화는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요건이다. 우리 모두 변해야 산다.

도영인

한 영성코칭연구소장
영성과 보건복지학회 고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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