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이상우]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에 대한 환상을 깨고 진짜 항공우주업체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KAI는 17일 서울 대방동 공군회관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김조원 사장, 신현대 운영본부장(전무), 문석주 관리본부장(전무), 윤정호 고정익(움직이지 않는 날개) 담당 상무, 김준명 커뮤니케이션실장(상무) 등이 참석했다.

김조원 사장은 T-50의 허상을 전했다. 그는 “T-50은 정부 사업인데 KAI 구성원들은 자기가 했다고 생각한다”며 “KAI는 용역을 수행했을 뿐이다. 독자 개발을 한 게 아니다”고 했다. 이어 “T-50이 만능이라는 착각도 있다”며 “해외 국가 중 T-50을 살 수 있는 형편이 되는 나라는 얼마 없다”고 했다.

아울러 김조원 사장은 “미국 고등훈련기 사업은 냉정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누차 언급했다”며 “세계 방산시장이 얼마나 냉엄한지 알아야 한다. 록히드마틴보다 보잉이 더 싼 가격을 써내면 이길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보잉은 에어버스 등과 경쟁하면서 가격을 낮추는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KAI는 그런 경험을 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김조원 사장의 말은 정부와 언론이 T-50에 지나친 기대를 했고 KAI도 그 분위기에 휩쓸렸다는 의미로 읽힌다. 지난해 사업비 17조여원에 달하는 미국 고등훈련기 입찰에 KAI가 실패한 후 식어버린 여론을 지적했다고도 풀이된다.

김조원 사장은 KIA의 한계를 토로했다. 그는 “우리가 무기를 수출하려면 절대적으로 미국 도움이 있어야 한다”며 “수리온을 해외에 팔기 위해 전투 로켓 하나를 달려 해도 미국 허락이 필요하다”고 했다.

KAI가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김조원 사장은 “수리온이 겨울에 잘 버티지만 그보다 사막 모래바람과 높은 온도를 견뎌내는 제품을 원하는 해외 국가도 있다”며 “이런 수요를 맞출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밖에 김조원 사장은 “정부의 군수공장을 탈피하겠다”며 군수에서 민수 위주로 방향을 틀겠다고 했다. 전투기 위주 생산과 판매에서 벗어나 민항기 기체 구조물, 항공 유지·보수·운영(MRO) 등으로 사업을 다변화하겠다는 뜻이다.

항공우주산업 발전 전략 발표를 맡은 박경은 경영기획실장(부장)도 민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군용기 등 군수사업은 정체될 전망이나 민항기나 MRO 등 민수사업은 성장세”라며 “민수 비중을 확대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꾀하겠다”고 했다.

박경은 부장은 KAI의 민수 분야 개발 역량이 선진국보다 부족하다며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범정부 차원에서 컨트롤타워를 갖추고 연구·개발 투자 확대 등 체계적 육성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