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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백화점의 기적[황인선의 컬처&마케팅]
황인선 | 승인 2019.01.22 10:06

[논객닷컴=황인선] 수다는 수트라가 수다라(修多羅)로 음사되면서 축약된 것이다. 수트라는 팔리어로는 Sutta. 고대 인도에서 베다 이해를 위한 강요(綱要)였는데 암송용의 독특한 산문체가 특징이다. 그 수트라를 스님들이 큰 소리로 암송을 하다 보니 멀리서 들을 때는 시끄럽게만 들려 지금의 의미로 변했다고 한다. 수다는 원래는 스님들의 경전이었던 것이다.

연말 연초다 보니 모임이 많았다. 성희롱을 빙자한 무고, 6시 퇴근과 도덕적 해이, 열정 페이와 실리콘 밸리 스타트업 실상, 대안 교육, 사내 갑질, 인공지능(AI) 등 여러 직급 기업인들의 수다가 펼쳐졌는데 그 중 인상적이었던 <나미야... 기적> 주제 모임을 편집해서 대화체로 실어본다. 조직 리더나 마케터라면 젊은 직원, 20-30대와 여성 소비자들의 결핍과 요상한 편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 (편의상 대기업 여성 부장은 ‘여부’, 컨설팅 회사 대표는 ‘컨대’, VR벤처회사 대표는 ‘VR’로 표기한다. 장소는 종로 호프집. 시간은 저녁 8시 반.)

나미야 백화점의 기적

여부: 혹시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읽어 보셨어요?

컨대: 나미야 백화점?

여부: 아이, 백화점이 아니라 잡화점이요, 크크. 직원들 이해하려면 그들이 좋아하는 소설도 좀 보세요. 그게 10년간 백만 부 팔렸는데 여성이 70%고 20대, 10대 순으로 많이 봤대요. 좀도둑 셋이 범죄 후 폐가 잡화점에 숨어들었다가 과거의 편지를 날라다 주는 신비의 우체통을 통해 과거 젊은이들의 고민 상담을 하는 소설인데요. 영화도 나왔어요. 실패로 끝났지만.

컨대: 시간 우체통? 그럼 판타지군. 그 시간에 브랜드 책이나 보지. 쩝.

여부: 성장기에 있는 애들의 사소하지만 묘한 고민을 좀도둑들이 서로 머리를 짜내고 갑론을박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답장 편지를 보내요. 그런데 그 어설픈 그러나 진지한 상담에 애들은 위로를 받고 고마워해요. 그리고 답장이 오는 거예요. 거기에 또 답장하면서 좀도둑들도 선한 본능이 깨어나고요.

컨대: 헐, 좀도둑들이 상담을? 요즘 젊은 애들은 훌륭한 멘토 이야기도 안 듣는데...

여부: 그게 그 책의 성공 포인트지요. 여성, 20대와 10대는 사실 많이 배운 부모들, 위인전 그리고 훌륭한 멘토들 얘기만 주입받고 커왔잖아요. 자신들 진짜 고민은 부모도 사회도 들어주지 않았어요. 정작 애들은 그런 사소한 것 때문에 힘들었던 건데... 사실 우리도 그랬잖아요?

컨대: 요즘 애들 너무 약해. 우리는 전 세대와 후배들 사이에 끼어서 투쟁했는데 지금 직장인은 판타지와 현실 사이에 끼어 있는 것 같단 말이지. 애들은 꿈만 꿔. 어떻게 일을 잘 할까가 아니라 인생의 ‘가지않은 길’ 따위 꿈 말이야. 직장은 현실이지 판타지는 아니잖아?
내가 잘 쏜다고 적이 죽는 게임 세상도 아니고.

VR: 게임이요? 게임회사들이 비난을 받는 부분이 그건데... 사실 할 말은 많지만, 어쨌든 그 말씀은 맞아요. 그럼 현실은 두 배 힘들어져요. 그건 크리스피 맛 수면제 같은 거죠. 깨어나면 골만 띵한... 그런데 핀란드 같은 데는 좋은 시뮬레이션게임도 많아요. 오히려 현실 적응 능력을 증강(augmenting)시켜주죠. 우린 너무 공격적인 게임이...

여부: 걔들이 그렇게 크겠다고 선택한 게 아니잖아요? 포옹과 말동무 대신에 게임과 비디오, 스마트폰을 쥐어 주었잖아요. 지금 애들은 면역력이 약해요. 혐오와 차별 이건 위험한 병이에요. 그냥 방치하면 그들은 길고양이처럼 바이러스와 잡종 교배로 위험해져요. 그런데 걔들이 어쨌든 우리 미래에요. 누군가 거인의 어깨가 되어주어야 한다고요.
나미야 잡화점... 판타지 말고 거인이요.

컨대: 거인의 어깨가 되어주는 것은 적자생존의 원리에 맞지 않아요. 적응한 자는 살아남고, 세상은 어차피 1%가 끌고 가. 골룸들은 혹독한 대가를 치루면 정신 차리겠지. 호모 사피엔스는 이성과 자기 규율이 필요한거요. 그런데 오늘 왜 그렇게 심각해. 우리, 그냥 술이나 마시면 안될까? 이 거대한 방황에서 우리가 뭘 할 수 있다고? 미국 소설가 커트보니것이 ‘이 행성이 좋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니 나한테 뭐라고 하지 마. 나도 방금 전에 이 행성에 왔으니까.’라고 대학교 졸업연설문에서 한 말 알지요?”

여부: 대표님, 그런데 살아남았다고 올바르게 적응한 건 아니지요. 우리 사회 1%가 그렇게 훌륭한 사람들이던가요? 그리고 누가 누구에게 적응하라는 건가요? 지금 세대가 과연 전(前) 세대가 만든 프레임에 적응하기를 바라시는 건 아니겠지요? 대표님도 전 세대가 힘들었잖아요. ‘야, 우리는 배고파서 군대에서 뱀도 잡아먹었어...’ 따위 공감 가던가요? 사회는 살아남기 위해 서로 같이 살아가는 거예요. 호모사피엔스가 이긴 건 언어능력과 사회를 지킨 것 때문이었어요. 방금 전에 온 것 축하드려요. 쌍둥이는 1분 먼저 태어나도 형이에요. 그러니 방금 전에 형이 된 것도 축하드려요.

컨대: 오늘 세게 나오시네. 회사에서 당한 걸 우리한테 퍼붓는 건 아니지?
* 그 여성부장은 자기 팀 남자직원 둘이 성희롱 문제로 무고를 당해 퇴사하는 걸 못참고 본인도 사표를 썼다고 했다.

여부: 어차피 그 회사는 난쟁이 회사였어요. 지금은 남자들을 공격한 두 여자 직원은 도대체 왜 그랬을까 생각 중이에요. 그럼 서로 다 죽는데. 남자나 여자나... 이 시대가 불쌍해요.

컨대: 11시요. 자, 막잔 털고 갑시다. 내일 새벽에 부산 가야돼. 건배.

VR: 이 행성에서 우리가 여기까지 온 게 진짜 기적입니다. 크크. 자, 나미야 백화점을 위하여, 건배. 

 황인선

브랜드웨이 대표 컨설턴트

2018 춘천마임축제 총감독 

전 제일기획 AE/ 전 KT&G 미래팀장
저서< 컬처 파워> <꿈꾸는 독종> <생각 좀 하고 말해줄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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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선  ishw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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