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구의 문틈 금융경제]

[오피니언타임스=김선구] 지난 1월 8일 국민은행 노조원들이 벌인 하루짜리 파업은 새로운 면에서 우리나라 노사문제를 짚어보는 계기가 되었다.

핵심쟁점의 바닥에는 호봉제가 자리하고 있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의 비정규직 근무경력을 호봉에 반영해달라는 주장에 따른 노노갈등과 승진누락자들에게 적용되는 직급호봉상한제를 폐지하라는 요구이다.

2018년 12월 3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둘러싸고 정부와 경영계는 작년 말부터 긴장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최저임금 적용대상시간에 주휴시간을 포함하는 식으로 시행령이 바뀌며 가파른 최저임금인상에 이은 시행령 개정으로 인건비 부담에 허덕이는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특히 크다고 한다.

짧은 산업화의 역사에서 임금체계나 고용 등 노사관계에서 갈등이 불거져 나올 때마다 미봉책으로 이어져 문제가 꼬이고 꼬인 상태이다 보니 단순하게 보였던 하나의 문제를 풀려다 보면 다른 문제가 튀어나와 문제의 해결이 어려운 현실이다.

노사관계가 왜 복잡하게 얽혀있고 어떤 방향으로 풀어나가야 할 지 짚어보고자 한다.

ⓒ픽사베이

산업화 초기 합판, 가발 등 노동집약적인 수출산업이 경제발전을 견인했다. 싼값을 무기로 해외시장을 개척하다보니 저임금이 필요했고, 그 이후에도 당시에 만들어진 임금체계의 잔재가  도사리고 있다.

사용자측에서 초과근무수당이나 퇴직금을 줄여 지급하려는 의도로 임금인상시 기본급은 적게 올리고 식대나 교통비 등 복리후생적인 지출을 늘려 기본급 외 급여항목과 비중이 높아졌다.

빠른 경제발전과 이어진 민주화로 임금은 가파르게 상승하는 한편 노동권 보호차원에서 정부는 초과근무수당이나 퇴직금 산정에 반영되는 기본급 이외의 항목을 늘려오는 추세를 보여왔다.

강력해진 대기업 노조의 힘을 바탕으로 상여금제에 이어서 성과급 등이 도입되었으나 이 또한 지급에서 경직성을 띠어 고정급에 준하는 급여의 새로운 형태인 경우가 많다. 노조와의 계약으로 지급이 강제되는 모든 급여를 통틀어 '연봉 얼마다'라고 표시하고 인상률을 협상해야 하나 개별항목별로 협상이 이루어지는 복잡한 구조를 띠고 있다.

사회안전망이 부족하고 전체적인 일자리가 부족한 현실에서 도산의 가능성이 적은 대기업 직원이나 공무원들은 법과 노조에 의해 보호를 받는 지위가 확보돼 입사하기가 어렵지 일단 입사하면 해고가 쉽지 않은 환경이다.

강성노조에 떠밀려 높은 인건비 부담을 지게 된 대기업들은 비정규직과 외주업체나 하청업체에 그 부담을 고스란히 넘겨 결국에는 대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그리고 대기업과 납품/하청 중소기업 직원간의 심한 임금차이를 불러왔다.

또한 유교문화전통의 영향으로 연공서열식 임금체계인 호봉제가 많은 직장에서 적용되고 있어 생산성과는 무관하게 나이 많고 오래 다닐수록 많이 받는 모순이 깔려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회사를 떠나게 하는 압력으로 작용해 은퇴 준비가 덜된 채 일자리를 잃은 노년층을 다시 저임의 노동시장으로 나오게 한다.

영업직 등 평가가 수월한 직군을 제외한 분야에서 평가와 승진에 대한 기준과 방법이 정치하지 못하고 평가문화가 자리 잡지 못해 평가자와 피평가자간의 불신의 골이 깊다보니 성과에 따른 임금의 차별화가 어려운 측면도 존재한다.

일자리가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사실은 OECD 노동통계자료를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먼저 경제활동참여율이 2017년 기준 우리나라는 70%를 밑도는 데 비해 독일이나 일본 등은 80%에 육박한다. 경제활동참여율을 연령층별로 나누어 보면 15세부터 24세 연령층과 65세 이상의 연령층에서 선진국과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15세부터 14세 연령 군에서 우리나라는 30%인데 비해 독일이나 일본은 50%에 근접한다. 지나치게 높은 대학 진학률과 취업이 어려워 취업준비로 학업기간을 고의적으로 늘린 영향이 커 보이는데, 이는 모두 취업이 어려운 현실과 관련된다. 65세 이상 인구 중 경제활동참여율은 사회안전망과 밀접히 연결돼 우리나라는 30% 대 일본은 20% 그리고 미국은 19%인데 비해 EU 는 6%에 불과하다.

주당 30시간 이내 근로자인 파트타임직 비율은 우리나라가 11%인데 비해 독일과 일본은 20%를 넘고 있다.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자영업자 비율도 우리나라에 일자리가 부족한 결과이다. 글로벌화와 디지털화로 부가 집중되고 제조기반의 해외이전이 지속되는 결과로 중간관리층의 역할이 줄면서 질 좋은 일자리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대표적인 노사분규 산업인 자동차산업에서 완성차 5사 평균연봉(한국자동차협회 자료)은  2017년 말 9천만원을 넘기는데 비해 세계 초일류업체인 도요타의 경우 8천만원대 초반이다. 반면 주주에게 돌아가는 자기자본수익률은 현대차가 2017년 6%인 반면 도요타는  2018년 3월말 회계연도기준 14%에 육박한다. 자본에 착취당하는 노조원이란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때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그리고 대기업과 하청 중소기업 간의 불균형은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가운데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부족해 만들어진 결과와 무관하지 않다.

이런 역학관계에서 정부는 상대적 강자인 대기업 노조의 노동권보호란 미명에 머무를 때가 아니다. 이는 사회적 약자인 실업자나 저임이 고착된 중소기업 근로자, 비정규직의 권익을 해할 뿐이다.

일자리는 시장이 만든다. 정부는 사회안전망 확충에 꾸준히 투자하며 노사정은 일자리가 더 만들어질 노사관계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큰 틀에서 살펴볼 일이다.

 김선구

 전 캐나다 로열은행 서울부대표

 전 주한외국은행단 한국인대표 8인 위원회의장

 전 BNP파리바카디프생명보험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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