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의 글로 보다]

[오피니언타임스=김동진] 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친구들과 같이 여행을 간 적이 있다. 친구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체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나보다 일찍 결혼한 친구들은 대부분 체벌에 찬성하는 편이었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매를 들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 온다는 것이다. 나는 어떤 이유든 아이를 때리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런 나를 보고 친구들은 피식 웃으며 지금은 아이가 어려서 그렇지 키우다보면 마음대로 안 될 거라고 했다.

아이는 이제 6살이 됐고 고백하자면 나는 다짐을 지키지 못하고 몇 번 아이를 때린 적이 있다. 아이가 막무가내로 고집을 피우고 떼를 쓸 때 화가 나서 나도 모르게 엉덩이나 허벅지를 철썩 때리는 식이었다. 그러고 나면 마음이 너무 아팠다. 아이를 달래고 잠든 아이를 바라보면서 다시는 때리지 말아야지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 되었다.

ⓒ픽사베이

대부분의 폭력은 약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내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을 하더라도 상대가 직장 상사이거나 나보다 연장자라면 쉽게 손이 나가지 않는다. 나보다 약하거나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상대에게만 폭력이 행사되는 것이다. 아이도 마찬가지다.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대곤 하지만 결국 아이가 나보다 약하고 내가 아이를 제압할 수 있기 때문에 손이 나가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다보니 한 번도 때리지 않고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게 되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폭력이라는 것은 묘한 중독성이 있어서 처음엔 어렵지만 그 다음부턴 습관적으로 행하게 된다.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도 하다. 아이에 대한 체벌이 필요하다고 믿는 사람은 체벌 후 체벌의 이유를 찾게 된다. 이유는 대부분 아이에게 있다. 내가 내 감정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해서, 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폭력을 행사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했기 때문에 그걸 바로잡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했다며 끊임없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시킨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라도 폭력은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누구나 아이를 때릴 수는 있지만 그 다음이 중요하다.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왜 그랬는지 곰곰이 그 이유를 생각해야한다. 그러다보면 아이를 때린 것이 아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 때문에 화난 자신의 감정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무엇이 아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고민한다. 그러면 비슷한 문제가 생겼을 때 자신의 감정보다는 아이를 먼저 생각하게 되고 쉽게 손이 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잘못하면 때려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어떤 잘못을 했더라도 때리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다르다. 정지우 감독의 <4등>이라는 영화를 보면 수영대회에서 매일 4등만 하는 아이를 닦달하던 엄마는 어느 날, 새로운 코치를 찾아간다. 그 코치는 아이에게 혹독한 훈련을 시키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그 코치의 지도를 받은 이후 아이의 성적은 향상되고 어느 대회에서는 처음으로 2등을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아이가 훈련하면서 코치에게 매를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엄마는 코치에게 계속 자신의 아이를 맡긴다. 맞는 것보다 아이가 성적이 안 나오는 것이 괴롭다며. 폭력으로 잠깐 성적은 좋아졌지만 결국 아이는 수영을 그만 둔다. 영화의 마지막, 아무도 없는 새벽에 수영장에 몰래 들어간 아이는 자유롭게 물속을 유영한다. 성적이 아닌 스스로를 위해 하는 수영. 아이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밝아 보인다.

다시 내 얘기로 돌아가면 아이를 때리지 않은지 한참 되었다. 물론 순간순간 화가 나서 나도 모르게 손이 나가려 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떠올린다. 아이를 때리고 나서 마음 아파하고 후회하는 내 모습을. 아이의 잘못을 고치려하기보다는 화가 난 내 마음을 해결하려 손쉬운 방법을 택하는 내 모습을. 그렇게 노력하다보니 찾아낸 나만의 방법도 있다. 아이가 자기 맘대로 하려하고 말도 안 되는 고집을 부려서 화가 날 때 아이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본다. 그 얼굴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고집피우고 떼쓰는 모습조차도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내 아이니까. 그렇게 한참을 보다 보면 내 마음도 가라앉는다. 그렇게 나만의 방법들을 찾아나간다. 아이가 커가듯이 나도 조금씩 커간다.  

김동진

한때 배고픈 영화인이었고 지금은 아이들 독서수업하며 틈틈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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