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의 따듯한 생각]

[오피니언타임스=김연수] 영어는 왜 항상 어려울까. 영어 공부를 해온 12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 내 영어 실력은 애매한 수준이다. 한국 사람들이 그렇듯 어릴 적부터 오래 공부했기에 영어를 못한다는 사실이 더 민망한 것 같다. 외국어를 완벽한 수준으로 잘하기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말이다. 영어를 읽고 쓰는 것보다 듣고 말하기에 더 자신이 있었지만 내가 치른 모든 시험은 독해 또는 영작 형식이었다. 

ⓒ픽사베이

그래서 나는 신년계획으로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영어 회화 부분을 공략해보기로 했다. 영어 회화를 공부하는 여러 방법이 있다. 첫 번째로 미국 드라마를 보며 ‘쉐도잉’을 통해 억양과 발음을 익히는 것이다. 발음이나 실제로 사용하는 일상어들을 공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언어는 누군가와 대화로 주고받을 때 실력이 향상되기 때문에 독학만으로는 단시간에 실력 향상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한다.

두 번째로 회화 스터디를 활용하는 것이다. 스터디는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으며 일상어, 자연스러운 표현들을 습득하기 쉽다. 그러나 항공과에 재학 중인 친구 A는 스터디를 이끌어가는 리더의 실력에 따라 스터디의 질이 달라지며 인원수가 많을 경우 실제로 말할 수 있는 시간은 별로 주어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리하여 마지막 세 번째, 영어 회화 학원에 등록하게 되었다. 맨 처음 영어 회화 공부를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을 때 영문과 친구 B는 입이 트이기 위해서는 학원의 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B는 어린 시절 외국에서 거주해 영어 실력이 출중했지만 지나치게 소심한 탓에 영어로 말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고 학원에 다니며 극복했다. B는 내게 아주 단호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영어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말 못 하면 소용없어. 큰 목소리로 말할 줄 아는 것도 실력이야!”

B의 조언 끝에 다니게 된 영어 학원은 삭막한 인턴 생활 속 한 줄기 빛이었다. 말 한마디 못하고 종일 노트북 앞에서 타자만 두들기다가 학원에 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저절로 힐링이 되었다. 가장 재밌는 것은 쉬운 기초 회화부터 시작해서 일상적인 질문이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외향적인지 내향적인지, 새해나 생일 같은 특별한 날 주로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언어를 배우는 것과 스포츠를 배우는 것 중 어떤 것을 선호하는지, 고민이 생겼을 때는 어떻게 해결하는지,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기 좋은 친구는 누구인지, 좋아하는 영화 장르는 무엇이고 그것을 몇 번이고 다시 본 적이 있는지 등 짧은 시간 동안 서로를 이해하고 교류할 수 있는 대화들이었다.

한국말로 대화를 할 때는 주로 어떤 사건이나 경험담, 가십거리들에 대해 말하곤 한다. 상대와 나 모두 초면이 아니기에 위 질문과 같은 세세한 부분들을 묻지도 않고 딱히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나는 처음 만난 낯선 사람들에게 영어로 답하며 내가 우울할 때는 어떻게 행동하고 특별한 날은 주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어떤 친구와 이야기를 나눌 때 가장 마음이 편안한지 등을 알 수 있었다. 전공 공부와 대외활동, 아르바이트 등으로 바빠서 이런 사소한 질문들을 나 자신에게 할 시간이 없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떤 순간 마음이 안정되는지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영어 회화 배우기’라는 단순한 신년계획에서 어느새 ‘친구와 해외여행가기’, ‘외국인 친구 사귀기’등등 또 다른 목표들이 생겨나고 있다. 새로운 경험이나 변화가 두려웠던 과거에서 한 뼘쯤 성장해가고 있는듯하다. 모두들 활기찬 1월인 만큼 색다른 도전을 해보길 바란다. 

김연수

제 그림자의 키가 작았던 날들을 기억하려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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