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준의 신드롬필름]

[오피니언타임스=신영준] 영화 ‘극한직업’이 개봉 17일 만에 1100만명을 돌파했다. 물론 작품성과 코미디 영화의 부활이라는 측면으로서 가치도 크지만 개인적으로 더 열렬히 시청한 이유가 있다. 본업은 아마추어 작가라고 주장하는 나는 사실 자영업자다. 칼럼을 연재하고 소설을 쓰고는 있지만 삶을 영위하는데 거의 모든 수입은 운영 중인 치킨 집에서 나온다.

“소상공인들, 다 목숨 걸고 하는 사람들이야!”

최후의 격투 장면에서 찡하고 짠한 명대사가 터졌다. 극중 마약반 고반장(류승룡)이 경찰이든 위장한 통닭집 사장이든 목숨을 걸고 한다며 언급한 대사다. 대한민국 가장의 처절함이 이병헌 감독 특유의 신박한 대사와 만나 환상적인 울림을 선사했다. 최초로 신파 없이 1000만 관객을 넘긴 영화라는 수식어는 과언이 아니다.

회사 다니는 사람들은 한번쯤 그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이거 때려치우고 장사나 할까?’ 요식업에 2년째 발 담그고 있는 나는 가끔 ‘그냥 회사나 다닐 걸’ 하고 생각한다. 다들 자신이 제일 힘들다고 생각한다. 선택의 문제고 뭐가 더 낫다 더 힘들다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진지하게 장사를 생각하는 이라면 여기 한 젊은 소상공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라.

먼저 자영업을 한다고 하면 제일 먼저 듣는 질문은 순수익이다. 굉장히 민감하고 대답하기 복잡한 문제다. 솔직히 한 달만 떼서 얼마가 남는지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는 자영업자는 거의 없다. 사장님을 꿈꾸는 직장인들을 위해 재미난 숫자 이야기를 해보겠다.

영화 극한직업 스틸컷 ⓒ네이버영화

*주의*
(필자의 업장에 국한되는 정보만을 가지고 서술하는 것이며 이는 모든 자영업자를 대변하진 못한다. 문제될 수 있는 정보는 생략했다. 개인메일로 질문을 한다면 가능한 응하겠다.)

시작은 권리금부터. 월평균 매출이 3000만원 정도 되는 18평짜리 배달전문점을 권리금 8000만원에 인수했다. 보증금 500에 월세는 30이다. 배달전문의 장점은 홀이 넓지 않아도 되고 구석진 골목에 있어도 상관없어 임대료를 절감할 수 있다. 그리고 인수 후 첫 달 약 3000만원의 매출이 발생했다. “우와~”하였는가? 이제 지출에 대해 말해보겠다.

본사 물류대금 비율은 매출의 50%를 차지했다. 물류란 생닭, 치킨무, 포장박스, 양념 등을 말한다. 프렌차이즈는 본사에서 들어오는 것 외의 물건을 사용하면 경고조치나 심하게는 가맹계약이 해지된다. 정확한 금액은 말할 수 없지만 만일 시중 닭 한 마리를 5000원에 구할 수 있어도 본사에서 들어오는 6000원짜리 닭을 써야 한다.

사람들은 잘 모르는 의외의 복병은 배달대행업체 배송수수료다. 매달 약 1600건의 주문이 대행업체를 통해 처리되고 건당 배송료 평균은 3000원 내외. 고로 달에 평균 500만원의 수수료가 지출된다. 기타로 알바비 50만원, 음료대금 100만원, 전기세 60만원, 가스비 20만원, 배달주문앱 광고료 25만원, 배달책자 인쇄 및 배포 비용 30만원이 발생했다.

이렇게 2315만원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럼 685만원이나 남은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겠지만 가족한명과 함께 운영하며 수익을 반으로 나눈다. 그리고 저번 달 부가세신고를 마치고 큰 충격에 빠졌다. 6개월 치 세금이 약 200만원. 카드수수료와 배달앱 외부 결제수수료 같은 것들을 합치면 6개월간 300만원의 지출이 추가로 발생했다.

가게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나면 내손에는 300만원 정도가 남는 셈이다. 물론 계산상이고 실제론 250만원 내외였다. 항상 계산에서 빠져나와 어디론가 사라지는 돈이 있다. 그래도 그쯤이면 장사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드는가?

그래서 필자가 속한 가맹의 연평균 매출을 찾아보았다. 1억9000만원 정도였다. 정말 감사하게도 필자의 업장은 연평균 3억의 매출이 발생한다. 다시 말해 정말 잘 풀려야 이만큼 가져갈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그리고 나는 일 14시간 주6일을 근무한다. 참고로 당신이 14시간 동안 최저시급 8350원을 받고 주6일 일한다면 303만9400원을 벌 수 있다. 주휴수당, 야근수당을 치면 이를 능가하는 돈을 벌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이 선택에 만족한다. 요리도 재밌고 장사도 체질에 맞다. 주문 없는 시간에는 작은 책상에 앉아 이렇게 글도 쓸 수 있다. 눈치 주는 상사가 없어지고 사랑하는 고객님들이 생겼다. 응원의 리뷰를 보며 행복해하고 불편이 담긴 리뷰를 보며 멘탈을 기를 수 있다. 오토바이 타는 법도 배웠다. 가끔 비나 눈이 올 땐 배달 길이 조금 무섭긴 하지만 짜릿하다. 손에 베이고 데인자국이 늘어가지만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져 멋스럽다. 이런 것들을 진정 즐길 수 있다면 당장 책상을 박차고 전장으로 뛰어들길 바란다. 

신영준

언론정보학 전공.
영화, 경제, 사회 그리고 세상만물에 관심 많은 젊은이.
머리에 피는 말라도 가슴에 꿈은 마르지 않는 세상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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