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용현의 웃는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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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타임스=서용현] 우리는 김정은이 당연히 적화통일(赤化統一)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가정’한다. 핵무기도 그 목표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아닐 것이다. 김정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 김일성이라면 적화통일을 목표로 했을지도 모른다. 6-25 남침은 그러한 시도다. 그러나 김정은에게서 그러한 이데올로기적 집착은 찾아보기 어렵다. 김정은은 창업자가 아니고 '잘 먹고 잘 살아온' 후계자다. 매우 현실적인 사람이다. 그로서는 북한에서의 정권유지로 족하다. 적화통일에 대한 욕심은 미군의 개입을 초래하여 쪽박만 깬다고 생각할 것이다.

북한 정권이 살아남는 길은 현재와 같은 ‘남북대치상태’가 유지되는 것뿐 아닐까? 김정은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그러한 현상이 깨어지는 것, 즉 '전쟁 발발' 아닐까? 미국의 막강한 전력을 북한이 모르겠는가? 북한이 얼마 안 되는 핵무기를 남한에 대한 공격에 사용하면 북한은 방어불능(防禦不能) 상태에 빠진다. 이것은 북한정권의 붕괴로 연결되지 않겠는가? 따라서 북한이 극도의 궁지(예: 미국의 공격)에 몰리지 않는 한, 남한에 대해 선제 핵 공격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 아닌가?

오히려 김정은은 내심 통일을 ‘무서워’하지 않을까? 적화통일도 피하려 하지 않을까? 여태까지 북한정권을 유지시켜온 것은 국내외적 '공포의 균형'이다. 김정은 정권의 생존을 위해서는 북한 내에 적절한 수준의 ‘공포와 증오’를 유지하는 것이 긴요하다. 그래서 김정은은 가끔 전쟁에 이르지 않을 만한 도발행위를 하면서 북한 내 공포를 유지해왔다. 미국의 위협은 이러한 '공포의 균형'을 유지시켜주는 외적인 공포다. 이기던, 지던 통일에 따른 자유화는 이런 균형을 깨뜨릴 것이다.

루마니아의 자유화 물결이 차우체스쿠를 축출했다는 것을 김정은은 너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왜 외국 물을 먹은 북한인들이 북한 탈출을 감행하는가? 자유화에 ‘감염’되었기 때문 아닌가?

자유화 감염은 미군보다 무섭다. 동독을 보나, 루마니아를 보나 공산독재정권에 대한 결정타는 자유화다. 오랜 스위스 체류를 통해 자유화 물결의 힘을 잘 아는 김정은이 이것을 모르겠는가? 내가 김정은이라면... 통일 안한다. 

 서용현, Jose

 30년 외교관 생활(반기문 전 UN사무총장 speech writer 등 역임) 후, 10년간 전북대 로스쿨 교수로 재직중.

 저서 <시저의 귀환>, <소통은 마음으로 한다> 등. 

‘서용현, Jose’는 한국이름 서용현과 Sir Jose라는 스페인어 이름의 합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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