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 2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선거전은 가장 염려하던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단순히 서울시장에 오르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서로 죽고살기로 싸우는 상쟁의 선거가 돼 버렸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오세훈 전 시장이 무상급식문제로 주민투표라는 도박을 걸었다가 실패한 결과로 실시되는 것이다. 애초 예산배분 문제일 뿐이었던 무상급식 문제를 주민투표로 몰고 가서 ‘보수’와 ‘진보’의 상쟁 구도로 만든 결과였다. 그 구도가 지금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양자는 서로 자기편이라고 생각되는 사람과 세력을 결집해 놓았다. 서로 자신들의 성과 벽을 두텁게 쌓아올렸다. 그리고 양자는 지금 결사적인 싸움을 벌이고 있다. 서로 상대방 흠집잡기에 혈안이 돼 있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보수는 한나라당 후보로 수렴된 반면, 진보 쪽에서는 민주당 대신 시민단체 활동가가 선봉에 서게 됐다는 것이다. 총성 없는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듯하다.
사실 이런 식의 격렬한 선거전은 피할 수도 있었다. 지난 8월26일 주민투표가 낮은 투표율 때문에 투표함을 열어보지도 못하고 무산됐을 때 오세훈 시장이 사퇴하지 않았다면 내년으로 미뤄질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됐다면 상호 냉각기간을 갖고 진지하게 성찰하면서 접점을 찾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오세훈 시장과 한나라당은 무상급식을 ‘복지포퓰리즘’이라고 몰아친 것이 무리가 아니였는지 성찰하고, 서울시의회를 장악한 민주당도 오 시장과 서울시 당국자들에 대한 설득노력이 충분했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었다. 양자가 이렇게 냉정하고 신중하게 움직였다면, 주민투표로 인한 갈등의 골을 메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이성적인 길을 놔두고 곧바로 싸움의 길로 들어섰다. 큰 전투를 1차례 끝내고 휴전도 없이 새로운 전투에 돌입한 셈이다.
주민투표가 끝난 후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25.7%의 투표율로 사실상 승리한 것이라며 오세훈 시장을 다독이고 사퇴를 만류한 바 있다. 투표율에 대한 홍 대표의 ‘아전인수’식 해석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것이 오 시장의 사퇴를 막고 더 이상의 갈등을 막기 위한 사려 깊은 태도였다고 생각된다.
주민투표에서 패배했다고 해서 바로 사퇴하면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고, 이는 새로운 대결을 초래할 것이 뻔한 이치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무상급식 주민투표 과정에서 벌어졌던 보수와 진보의 상쟁이 연장될 것이 분명한 상황이었다.
이런 사태를 초래한 오 시장이 사퇴할 때의 입장과 심경에 대해서는 이해하고도 남는다. 그렇지만 지금 전개되는 선거전의 양상을 보고 있노라면 오 시장이 사태를 좀더 냉정하게 생각하고 사퇴를 미루지 않은 것이 너무나 아쉽게 느껴진다. 주민투표라는 무리수에 이어 사퇴까지 강행함으로써 나라를 더욱 갈등과 분열의 국면 속으로 몰아넣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이번 선거가 끝난 후 보수와 진보 사이의 갈등과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이 몹시 우려된다. 그 골을 앞으로 어떻게 메워나갈지 매우 걱정스럽다. 사실 지금 이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보수와 진보의 갈등 가운데 합당한 근거도 없이 일어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서로 조금만 타협하고 이해하면 될 일을 가지고 극단적으로 대립하기 일쑤다. 무상급식 문제는 그렇게 주민투표로 몰고 갈 만큼 거대한 담론도 아니었고, 소요 예산도 그렇게 크지 않은 문제였다. 여야가 상호 토론하고 타협하면 될 일이었다. 그럼에도 이를 주민투표로 몰고가서 상쟁을 유발한 것이다. 이 나라의 갈등 가운데 상당부분이 그런 식이다.
어쨌든 서울시장 선거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목전의 과제이다. 그렇지만 지금이라도 상대방 흠집내기에만 몰두하지 말고, 서로 담백한 마음으로 선거를 치르라는 당부를 하고 싶다.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수용할 것은 수용하려는 열린 마음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래야 이 나라에서 불필요한 상쟁을 피하고, 원숙한 사회를 만들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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