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많은 이익을 내면서 배당이나 성과급 같은 ‘잔치’ 벌이기에만 신경쓸 뿐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각계에서 일고 있는 것이다.
국내 대형은행들은 올해 약 20조원의 순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전망이 현실화되면 15조원을 달성했던 2007년의 이익규모를 상당히 웃도는 것이다. 올 상반기에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1조원 넘게 순이익을 냈고, 하나은행도 8700여억원의 이익을 실현했다.
이처럼 거액의 이익을 낸 은행들이 ‘배당잔치’를 벌일 움직임을 보이자 이명박 대통령과 권영세 금융감독원이 연이어 자제를 요구했다. 내년 경제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고액배당은 곤란하고 당분간 이익금을 내부유보해 달라는 주문이다.
이들 은행이 사회공헌에는 인색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가 사회적기업인 한국이지론의 자본금을  확충하기 위해 6개 시중은행을 포함한 16개 금융회사에 출자를 권유했지만, 은행들은 시큰둥하다. 한국이지론은 0.2∼4.0%의 낮은 수수료로 `맞춤형 대출'이나 고금리를 저금리로 바꾸는 환승대출'을 알선해주는 기관이지만, 자본금은 지난 2005년 설립 이후 아직까지 5천만원에 머물러 있다. 자본금을 충분히 늘려야 제 기능을 해낼 수 있기에 정부가 은행의 ‘협조’를 요구하고 있지만, 메아리는 없는 것이다. 게다가 은행의 수수료도 과도하게 많고 비싸다는 비판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은행에 대한 정부와 여론의 시각이 따가운 것은 왜일까? 아마도 국내 은행들이 국제경쟁력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국내에서 ‘이자놀이’로 너무 많은 이익을 냈다는 시각이 크게 작용한 듯하다. 예금금리를 내리거나 대출금리를 올릴 땐 토끼처럼 재빠르면서, 반대로 해야 할 경우에는 거북이 같다는 뿌리깊은 반감도 있을 것이다.
은행들이 서민들에게는 너무나 멀고 문턱도 높다는 점도 지적된다. 이는 근본적으로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은행의 경영풍토가 수익성 위주로 바뀐 결과이기는 하다. 어쨌든 우리 사회의 ‘서민’들은 은행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현실이다. 할 수 없이 정부가 ‘미소금융’ 설립을 주도하게 됐다.
최근 국내 경제사정이 악화되면서 생활고에 시달리는 서민이 계속 늘어나고 있으니, 은행들의 배당잔치나 비싼 수수료가 따가운 시선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의 은행들은 대부분 공적자금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정부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170조원 가까운 공적자금을 은행 구조조정에 투입했고,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닥치자 또다시 4조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넣었다. 그 결과 은행들이 지금처럼 안정된 기반을 누릴 수 있게 됐음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은행은 여전히 ‘국영은행’의 신분으로 남아 있고, 국민 우리 하나 농협 등 대부분의 은행이 2008년 지원받은 공적자금을 아직까지 다 갚지 않은 상태이다. 말하자면 국민의 세금으로 이들 은행이 굴러가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은행도 기업이고, 기업에게는 이익을 처분하는 자유가 있다.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해서는 안된다. 그렇지만 그런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정부에 빚진 것이 없어야 한다. 최소한 공적자금이라도 받지 않았다면 정부가 나서는 것은 곤란하다.
그러나 현재의 은행들은 거액의 공적자금을 받았을 뿐더러 아직 갚지 않고 있다. 그러니 그런 이익처분의 자유를 완전히 다 누릴 자격이 원천적으로 없는 것이다. 오히려 은행이 이익을 냈을 경우 공적자금을 우선 상환하거나 상환자금을 비축해 두는 것이 순리이다. 그것은 고액 배당이나 성과급 잔치에 우선돼야 할 과제이다.
적당한 성과급이나 배당은 주주나 직원 사기증진에 유익하지만, 그것이 과도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빚도 많은 사람이 비싼 돈을 들여 고급 승용차를 몰고다니거나 해외여행이나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도덕적 해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미국의 ‘월가점령’ 시위를 모방하는 시위가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막연한 시위가 성공할 가능성은 내가 보기에 크지 않다. 그렇지만 은행이 도덕적 해이를 스스로 해소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외부의 간섭과 반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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