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가했다는 숫자'만 있고 '증가이유 분석'은 없어

[오피니언타임스=권혁찬] 

얼마 전 1월 고용동향이 발표됐습니다. 실업자 수가 19년만에 최대인 122만 4000명을 기록하는 등 고용참사의 성적표를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농림어업 분야의 취업자수가 두드러지게 증가하는 기현상(?)을 보였습니다. 제조업이나 도소매업 쪽이 마이너스 고용을 보인 것과 대조적으로 농림어업 쪽은 1월 중 숙련종사가가 10만 7천명이나 늘었습니다. 지난해 1월대비 증가율이 무려 10.9%.

통계청 보도자료

농림어업 부문의 고용증가는 1월 뿐의 일이 아닙니다. 최근 1년 이상 전년동기 대비 상승기조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농림어업 부분이 전체 고용악화를 다소나마 막아주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주목할 점은 이 현상이 꽤 지속돼왔음에도 그 이유에 대해 설득력있는 분석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통계작성/발표 부서인 통계청은 물론, 농림어업 주무부서인 농림부 조차 시원한 대답을 못 내놓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전문가나 언론도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의 언급과 보도일색입니다.

“미스터리한 부분이다. 원인 분석이 안된다...”

“농가 텃밭에서 주 18시간 미만 일해 비경제활동인구로 잡히다가 일부가 부지불식간에 18시간 이상 일한 것으로 파악돼 취업자로 계산됐을 수 있다...”

“건강보험료를 적게 내기 위해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하는 은퇴자들이 건강보험료 감면혜택을 받기 위해 농어촌으로 옮겨갔을 수 있다...”(이상 전문가)

“귀농인구가 늘면서 비경제활동 인구였던 사람들이 점차 숙련노동자, 자영업자로 전환하는 것으로 보인다...”

“증가이유를 잘 모르겠다...”(이상 통계청, 농림부 관계자)

1년 이상 지속된 통계현상임에도 유의미한 분석이 전무하다시피합니다.

심층조사를 해보거나 직접 농정현장에 뛰어들어가 살펴본다면 중구난방으로 나오는 ‘어설픈 추정과 진단들’보다 유의미한 분석이 나올텐데... 

통계숫자만 툭 던져놓고 ‘해석은 알아서 하라’는 식이거나 정책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농정이라면 곤란합니다.

있으나 마나한 통계, 어떤 정책진단도 내리기 어려운 통계.

그런 통계를 세금 써가며 열심히 조사해 발표하는 부처...

‘고용정책이 헛돈다’는 얘기를 나무랄 수 만도 없게 됐습니다.

제대로 된 진단없이 해법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고용참사 속에서 그나마 유의미해보이는 통계에 대한 진지한 분석이 필요해 보이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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