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보다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민심이 중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다시 신발끈을 맸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후보 지원에 나선 것이다. 한나라당 당원으로서, 그리고 전직 대표이며 대통령 후보경선에 나섰던 사람으로 선거운동을 지원하는 것이 사실은 당연한 상식이다.
그렇지만 박근혜 전 대표는 그동안 이런 상식을 거슬러 왔다. 이명박 정부가 행정복합도시를 뒤집으려 할 때 앞장서서 반대하면서 ‘역린’ 행위를 했다. 오세훈 전 시장이 감행한 무상급식 주민투표 때도 그의 잇단 러브콜을 철저히 외면했다. 박 전 대표는 지금까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내 친이명박계 사람들이 하는 일에 애써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들의 일에 가담하지 않겠다는 듯한 자세였다.
노무현 정부 시절 사학법 개정을 막기 위해 박근혜 당시 대표는 장외투쟁까지 벌였다. 그때에는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한발 물러서서 방관자 노릇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반대로 박 전 대표가 방관자가 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친이계가 의도적으로 배제한 측면도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하기 전까지는 그랬었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서는 상황이 바뀌었다. 오세훈 전 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도 실패로 끝나고 한나라당이 수세에 몰리게 되자 박근혜에 손짓하게 됐다. 한나라당은 박 전 대표의 복지론도 당론으로 수용하는 몸짓까지 보였다. 이명박 정부와 친이계가 여러 모로 위축되면서 한나라당 구원투수로 불러들인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내키지는 않으면서도 일단 뛰어들었고, 이를 계기로 새로운 출발선에 서게 됐다. 다시 말해 2012년 12월 대통령 선거라는 고지를 향해서 시동을 걸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가 나선 것은 예상보다 빨라진 것이다. 최근 안철수 서울대 융합대학원장이 일으킨 돌풍으로 인해 박 전 대표의 대세론이 흔들리자 서둘러 나선 것이다. 대세론을 보다 굳건히 위한 몸짓이다.
사실 그녀의 대세론은 지금까지 꽤나 공고해 보였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그녀는 언제나 1위를 달려왔고, 다음번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인식돼 왔다. 그런데 그 철옹성의 일각이 안철수씨의 등장으로 무너지고 만 것이다. 그러니 이번 선거를 통해 그 철옹성을 다시 복원하고 2012년 대선을 향한 대로를 닦아놓고 싶었을 것이다.
철옹성이 무너진 것이 그녀 자신의 잘못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민심이반으로 인한 유탄을 맞은 것이다. 그녀의 잘못이라면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당에 있다는 것 뿐이다. 사실 지금 민심은 국민들의 고단한 처지를 이해하고 개선해 줄 신선한 후보를 갈망하고 있다. 그 신선한 후보로 떠오른 사람이 안철수씨이다. 무적이던 한니발  앞에 스키피오 장군이 나타난 것과 비슷하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얼마나 역할을 하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그것은 한나라당에 중요할지 몰라도 민심과는 상관 없는 일이다. 만약에 박전대표의 지원으로 나경원 후보가 당선된다면 한나라당의 차기 대선 후보로서 더욱 확실하게 기반을 굳힐 수는 있을 것이다. 설사 나 후보가 패배해도 박 전 대표의 당내 기반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로서는 당인으로서 할 만큼 한 셈이니까.
그렇지만 그것은 내년 대통령선거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다. 한나라당에서 강화되는 입지가 대통령 당선의 보증수표는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서울시장 선거 이후가 더 중요하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민심이 더 큰 변수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민심이 개선되고 이명박 정부대한 지지도가 상승한다면 박 전 대표에게도 분명 유익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박 전 대표의 대선전망은 불투명해진다.
박근혜 전 대표 자신은 이명박 대통령과 다르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일반 국민들이 보기에는 그렇지 않다. 같은 무리에 속해 있는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A와 a, 또는 A와 A'의 차이에 불과하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초록은 동색이다.
결국 그녀가 앞으로 성공할 것인지는 이명박 대통령 정부에 달린 셈이다. 박근혜 전 대표의 개인 지지율이 높다는 것은 필요조건은 되지만,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 그러므로 박근혜 전 대표가 대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회복이 선행돼야 한다. 박 전 대표가 앞으로 우선적으로 할 일도 바로 이것 아닐까?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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