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된 지 3년이 지났다. 개인과 가족이 온전히 담당했던 노인수발을 국가와 사회의 책임으로 전환하였다는 점에서 요양보험은 사회보장제도의 한 축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데 큰 의의를 지닌다. 현재 전체 노인인구의 약 5%가 적용되고, 그와 관련된 종사자만도 28만명을 넘어서는 등 제도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제도가 설계될 당시, 제도와 관련된 시민사회단체들 및 가입자단체는 정부의 추진방향에 대해 많은 우려를 표방하였다. 민간요양기관이 아닌 공적 전달체계 구축, 장애인 포함, 종사자들의 고용안정과 적정임금 보장, 일원화된 교육시스템 구축 등을 포함시키고 ‘사회보험’이 아닌 ‘사회보장’으로 확대하여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을 주장하여 왔다. 그럼에도 정부는 우리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극히 제한적인 요양보험제도로 법제화시켜 버렸다.
그런데 우리의 우려했던 일들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무분별한 민간요양기관의 난립과 경쟁으로 인한 서비스 질 저하, 종사자들의 고용 불안과 저임금, 요양서비스 수급자 적용 여부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노인들의 안타까운 현실이 그것이다.
복지부 또한 과잉 공급된 시설들의 부분별한 경쟁으로 인한 불법, 부당 행위와 요양서비스 질 저하, 종사자들의 열악한 임금 및 노동조건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구조적인 문제의 해결보다는 요양기관들의 터무니없는 요구사항들을 개선하는데만 치중하고 있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 전가되고 있다.
이에 우리 가입자단체는 제도 3년차를 맞이하는 올해 초부터, 장기요양위원회가 중장기적인 제도의 개선방향과 정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여 왔고 복지부도 ‘제도개선소위원회’를 실무위원회와 통합하여 운영키로 하였다. 그러나 실무위원회가 수차례 개최되었으나 제대로 된 제도개선과 관련한 안건은 다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몇 가지 땜방식 개선책을 내놓고는 우선 무조건 통과시켜놓고 보자는 것이다. 우리가 제기한 문제와 대안에 대해서 그 타당성은 인정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이다.
특히 지난 10월 12일 진행된 4차 장기요양위원회에서는 실무위원회에서조차 논란이 많았던 안건들을 ‘다시’ 상정하고 통과시키는 우스꽝스러운 회의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시설기관 및 종사자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 자료조차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요양기관에서 발생한 야간화재 책임을 면하기 위해 ‘야간종사자 수가’를 인상하였다. 지역시설에 재가사업 종사자 휴식공간 이용을 연계하겠다는 개선안은 있으나 그 실행책임은 건강보험공단으로 떠 넘기려고 하고 있다. 수십억의 보험료가 들어가는 재가급여전자관리시스템(RFID)은 비용대비 효과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요양보호사에게는 월 2천원의 통신료를 부담시키고 통신사들에게는 확실한 이익을 보장해주고 있는 것이다.
장기요양은 전 국민이 내는 보험료로 운영되는 제도인만큼 공적 역할을 강화해야 함이 마땅하다. 이렇게 무분별하게 민간기관에 의지한다면 운영의 투명성과 제도의 지속가능성은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 복지부는 더 이상 땜방식 처방에 전전하지 말고 ‘공공요양제도’에 대한 확실한 방향을 정립해야 한다. 그러한 정책기조 하에 ‘노인장기요양위원회’를 중심으로 중장기적인 제도 개선 계획을 수립하고 제도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2011년 10월 17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노총, 한국노총(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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