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혜탁 신간 <오늘이 가벼운 당신에게 오늘의 무게에 대하여>

# 여기 두 청년이 있다. 지난달 외조모상을 겪은 A, 비슷한 시기에 조부상을 겪은 B.
A의 장례식은 그가 속한 대기업의 든든한 지원 아래 진행됐다. 이른바 ‘총괄적 상조서비스 지원’이란다. ‘총괄적’ 상조 서비스 지원은 단숨에 손자 A를 ‘총괄적’ 효자로 승격시킨다.
분위기가 조금 다른 B의 장례식장. B는 가까운 친구들에게 딱히 연락을 하지도 못했다. 오랜만에 연락해 자신의 근황(=무직)을 밝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젠 슬퍼할 자격에도 스펙이 뒷받침되야 하나 보다.
-장례식의 사회학, 슬퍼할 자격과 스펙의 관계 中-

# ‘연상연하 커플’은 참으로 쓰임새가 이상하다. 여성이 남성보다 나이가 많을 때만 쓰는 반쪽짜리 표현인 것이다. 내 여자친구는 나보다 나이가 어린데 그러면 우리도 연상연하 아닌가. 그러나 지금껏 그렇게 우리를 부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연상연하 커플이라는 말, 참으로 이상한 용법 中-

지은이 : 석혜탁 / 페이지 : 200쪽 / 가격 : 13500원

오랜 만에 생각할 화두를 던져주는 에세이집이 나왔다.

석혜탁의 신간 <오늘이 가벼운 당신에게 오늘의 무게에 대하여>가 그 주인공.

이 책에는 남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다양한 경험과 생각이 녹아있다.

취업하지 못해 할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조차 떳떳하지 못한 청춘, 취업만 된다면 야근도 불사할 수 있다는 청춘 등 상처받고 작아진 청년들의 현실과 무뚝뚝한 우리네 아버지의 이야기를 함께 만날 수 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 ‘개인과 삶’에서는 플랜테리어에 대한 저자의 생각, 책상 위에 물을 쏟은 에피소드를 통해 느낀 것 등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일을 통해 깨달은 것을 담고 있다.

2부 ‘차별과 편견’에서는 연상연하 커플이라는 말이 얼마나 이상한지와 여성이 사회를 보는 결혼식을 통해 느낀 점을 통해 우리도 모르게 깊숙이 파고들어 있는 선입견과 차별을 이야기한다.

3부는 ‘사회의 진실’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날카롭게 바라보며 그 사건의 아래에 묻혀있는 의미에 접근한다.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넘쳐나는 요즘 시대에 잠시 여유를 갖고 생각의 서랍장을 정리할 때 보면 좋은 책이다. 책 속에 나온 우리 주변의 다양한 삶의 흔적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게 만든다. 

한편 저자 석혜탁은 칼럼니스트, 강사, 컨설턴트, 대기업 직원 등으로 살아가며 저서로는 《쇼핑은 어떻게 최고의 엔터테인먼트가 되었나》가 있다. [오피니언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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