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의 딴생각]

[오피니언타임스=하늘은] ‘조현아 동영상’ 검색어가 연일 화두다. 이번엔 대체 무슨 일인가 궁금하여 나 또한 인기몰이에 동참했다. 처음 영상을 봤을 때는 그냥 화가 났다.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고함 소리에 귀를 막고 있는 아이가 불쌍해서. 부모의 다툼을 목격하는 아이는 전쟁을 경험하는 것과 동일한 충격이라는데, 영상 속으로 뛰어들어 아이만 밖으로 구출하고 싶었다.

조 전 부사장은 과거 이륙 준비 중이던 기내에서 땅콩 서비스를 문제 삼아 비행기를 되돌려 사무장을 하기(下機)시킨 사건(일명 ‘땅콩 회항’)으로 일약 스타(?)가 되었다. 이 사건을 접했을 때 아무리 오너 일가라도 법, 절차, 그리고 안전을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뒤이어 터진 일가의 갑질 사태. 나는 그들의 비상식적인 언행에 분개하며 과거 ‘갑질에 삽질로 맞서자’는 글을 써서 그들을 저격하기도 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번에는 과거와 종류가 다르다고 생각했다. 과거 사건들은 경영진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그리고 현저히 낮은 윤리의식이 지탄받아 마땅하지만 이번에는 가정사였다. 상대를 1초 만에 짜증나게 만들 수 있는 조 전 부사장의 괴성을 듣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녀를 비난하고 싶겠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녀를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그녀는 한 아이의 엄마로서 한 남자의 아내로서 자신의 가치관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픽사베이

잠시 그녀의 머릿속을 상상해보자면,
하나. 아이가 밥 먹기 전에는 절대 간식을 줘서는 안된다.
둘. 남편은 나의 육아 철칙을 따르고 도와줘야 한다.
셋. 누구라도 내 생각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한다면 괴성을 지를 준비가 되어있다.
넷. 아이에게는 화를 낼 때에도 영어를 써야 한다. 영어를 잘해야 사회에서 성공한다
다섯. 남편은 원래 밥 먹을 때 게걸스럽게 먹는다. 나는 그게 싫다.

이 정도 수준의 전제가 깔려 있었을 것이다. (여기서 ‘폭행’에 대한 내용은 제외했다. 이 부분은 검찰 조사가 필요할 것이며 동영상에는 별도로 폭행 내용이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 전 부사장이 전 국민에게 미운털이 박혀서 그렇지 저 위에 써놓은 전제 중 크게 잘못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영어에 대한 철칙은 교육열로 볼 수 있고, 남편에 대한 불만은 서로가 소통을 통해 충분히 해소할 수 있는 영역일 것이다.

그녀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괴성’이라는 것이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그렇게 자랐고 이렇게 성격이 형성되었고 오늘날 자식이 생겼지만 고쳐지지 않는 것을. 우리는 그들의 가정사에 너무 깊게 시시비비(是是非非) 간섭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지나치게 간섭할수록 오히려 아이에게 큰 고통을 주게 될 것이다. 이 사건이 사람들 입에 더 많이 오르내리고 조현아 부사장이 더 많은 욕을 얻어먹을수록 아이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될 수 있다.

조 전 부사장의 남편은 ‘아이들을 탈출시키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그가 당면한 문제를 모두 헤아릴 수는 없지만 아이들을 제물로 삼아 아이들을 구출하려는 작전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조현아 동영상’ 속에 귀를 막고 있는 아이는 자신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세상 밖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사실을 과연 알고 있을까.

이번 사건은 한 발짝 물러서서 이성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만약 감정을 쏟고 싶다면 ‘화’ 보다는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며 연민의 마음을 분출시키자. 그들이 벌이는 송사에 함께 칼을 휘두르지 말고 귀를 막고 있는 아이를 위해 더 이상 동영상을 유포시키지 말자.

“아이야, 부디 건강하게 자라서 올바른 경영인이 되어다오. 세상에는 소음도 많지만 아름다운 이야기가 더 많단다.”
(Baby, please grow up in good to be a true entrepreneur. There are more beautiful stories than the noise.)

 하늘은

 퇴근 후 글을 씁니다 
 여전히 대학을 맴돌며 공부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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