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기수의 중국이야기]

[오피니언타임스=함기수] 설 전날 성묘를 가다가 길 위의 맨홀에 걸려 차가 많이 부서졌다. 어머니 산소를 얼마 남기지 않고 당한 사고라 당혹스럽고 화가 치밀었다. 성묘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견인차에 실려 가는, 나름대로 아끼던 차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뒷머리가 뻣뻣해질 지경이었다. 이 때 옆에서 아내가 말했다. ‘더 큰 사고를 막기 위한 어머니의 배려’였다고. 나는 비로소 숨을 쉴 수가 있었다.

같은 사안을 두고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이야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진리에 가깝다.

나폴레옹이 이집트를 정복하기 위해 진군하는 중에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땅에 엎어져 있는 장군을 본 군사들이 크게 동요하기 시작했다. ‘불길하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 때 나폴레옹이 엎어진 채 땅을 끌어안고 외쳤다. ‘보아라, 아프리카가 내 품안에 있다. 우리가 이긴다.’ 나폴레옹은 결국 이집트를 점령했다.

ⓒ픽사베이

우리에게 삼전도의 굴욕을 안긴 청태종 홍타이지(洪他時)는 긍정의 힘으로 만주를 정복하고 마침내 중국 대륙 전체를 지배한 영웅이다.

그가 명나라를 맞아 최후의 일전을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적군을 앞에 두고 아침식사를 하는데 밥상다리가 부러졌다. 밥과 국이 엎어지고 반찬들이 엉망이 되어 버렸다. 이를 본 군사들이 동요하자 홍타이지는 무릎을 쳤다. ‘옳다. 이 싸움에서 우리가 이긴다. 오늘부터 이런 나무소반이 아니라 명나라 궁궐에서 금 소반에 밥을 먹으라는 하늘의 계시이다’

의기충천한 홍타이지의 기상은 전군을 필승의 신념으로 무장시켰고, 파죽지세로 명나라를 무너뜨리고 마침내 청 태종이 되었다.

이와 비슷한 상황을 반대로 해석하여 패배의 나락으로 몰아간 경우가, 뜻밖에도 오늘날 우리가 당대 최고의 지략가로 알고 있는 촉의 제갈량으로부터 나온다.

그가 위나라 사마의(司馬懿)의 군대를 맞아 오장원에서 촉의 운명을 걸고 최후의 일전을 겨룰 때였다. 행군도중 갑자기 돌풍이 불어 촉의 군기가 부러지게 된다. 제갈량은 이를 자신의 운명이 다한 불길한 징조로 받아들였다. 결국 그는 전장에서 병을 얻었고 그로 인하여 세상을 뜨게 된다. 촉의 명운도 그것으로 끝이었다.

나폴레옹이나 홍타이지, 제갈량 등의 경우는 나라의 운명을 한 손에 거머쥔 영웅호걸들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야기를 좁히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주변에 이런 일들은 차고 넘친다. 모든 경우나 일에 대해서 그 분석이나 해법이 다양하다. 같은 문제를 두고도 마음 편하게 잘 지내는 사람이 있고 안절부절 어찌할 줄 모르는 사람도 있다.

우리의 몸이 뇌의 생각으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생각을 긍정적으로 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면역체계를 개선시켜 건강에도 크게 도움을 준다는 것은 이미 의학적으로도 상당히 증명된 바 있다. 마라토너가 숨이 턱에 차올라 금방이라도 쓰러질듯 할 때 마치 진통제처럼 작용하는 것이 ‘좋은 생각’ ‘긍정적인 생각’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사실 이를 부정하거나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단지 마음처럼 되지 않을 뿐이다. 학생들에게 가능하면 ‘음지’대신 ‘양지’를 보라고 이야기하는 나도 아침에 그릇이라도 깨지는 날에는 하루 종일 찜찜하다. 결국 이는 어느 정도 타고난 DNA와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이다.

사는 것이 대단히 팍팍하다고들 한다. 신문의 정치면, 그리고 경제와 사회면에 세상이 힘겹게 돌아가는 크고 작은 일과 사연들로 넘쳐난다. 내가 학생들에게 양지를 보라고 하는 것은, 음지를 보면 어쩔 수 없이 생각이 어두워질 것을 염려해서이다. 어떤 사안에 대해서 ‘비평’보다 ‘공감’의 정신을 강조하는 것은, 비록 그것이 비평에 비해 사회발전에 기여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 사회에 긍정적인 기운이 가득했으면 하는 바램에서이다. 밝은 해를 향해 서면 그림자는 어쩔 수 없이 뒤로 갈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설 명절 맨홀에 부딪친 자동차 사고에서, 부러진 밥상을 호기롭게 떨쳐버린 홍타이지의 기상을 떠올린 것은, 생각을 바꿨을 때의 효험과 그래서 지금 우리사회에서 꼭 필요한 것이 바로 긍정의 힘임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함기수

 글로벌 디렉션 대표

 경영학 박사

 전 SK네트웍스 홍보팀장·중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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