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에서 각국 정부의 대규모 유동성 투입과 경기부양책으로 급속히 회복되던 세계 경제가 그리스 및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로 인한 유럽의 위기, 미국의 신용등급 추락 등으로 인해 더블 딥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위기가 제2의 대공황이나 장기침체로 비화되지 않는 이상 한국 기업들은 이 위기를 주력 사업에서의 점유율 제고는 물론 비즈니스 모델 혁신, 해외 기업 M&A, 해외 우수인력 확보 등을 통해 한국 기업들의 최대 현안 과제인 신성장 동력 확보의 기회로 삼기 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하며, 정부도 이러한 노력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진이 계속되는 세계 경제

2008년도 가을 리만 브라더스 붕괴 이후 제2의 대공황까지 우려되었던 세계 경제가 각국 정부의 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유동성 투입과 경기 부양책으로 인해 2009년도 3월 이후 상당부분 회복하였다. 하지만 경제위기의 여진은 계속되어서 2010년 이후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불거져서 EU발 글로벌 경제위기의 재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다. 또한 심각한 재정 적자 등으로 인한 미국의 신용 등급 하락 및 부동산 시장의 침체, 소비 심리의 위축으로 미국 경제도 심상치 않다.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의 규모와 심각성을 볼 때 향후 세계 경제의 진로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매우 높다. 최근의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은 한국 기업들에게 심각한 위협이다. 하지만 이번 위기가 제2의 대공황 내지는 세계 경제의 장기 침체로 가지 않는 이상 선진국 경제의 심각한 침체로 인해 선진국 기업이 움츠리고 있는 현 상황이야말로 한국 기업이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부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는 점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구조조정과 핵심역량 강화에 매진함으로써 한국에서 세계적인 기업들이 탄생하였듯이 이번 위기를 또 하나의 도약의 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경제위기와 한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

이번 위기가 제2의 대공황이나 장기침체로 비화되지 않는 이상 현금 유동성 측면에서 여력이 있는 한국 기업이라면 이 위기를 주력 사업에서의 점유율 제고는 물론 한국 기업들의 최대 현안 과제인 신성장동력 확보의 기회로 삼기 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심각한 불황기는 시장의 지위가 바뀌고 산업구조가 재편되는 시기로서 한계기업의 도산과 구조조정으로 인한 시장 점유율 제고가 가능하다. 한국의 주력산업인 메모리 반도체, LCD, 조선 등에서도 경쟁력이 취약하거나 무리한 확장을 시도하였던 글로벌 경쟁자들 상당수가 이번 위기로 인해 도산하거나 점유율 저하를 경험하고 있다. 반면, 그 동안 재무적 건전성과 핵심역량을 강화해 왔던 한국 기업들은 최근의 원화 가치 절하로 인한 상대적 수출 경쟁력 강화까지 더해져서 세계 시장 점유율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 여세를 몰아 핵심사업의 경쟁력과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들을 취한다면 경제위기의 궁극적 승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2010년도에 삼성전자가 153조의 매출에 17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이라는 사상 최대의 실적을 달성한 이유도 삼성전자의 주력업종인 메모리 반도체 등에서 일본, 대만 경쟁자들이 경제위기로 인해 투자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경쟁력 약화를 경험하고 있는데 반해 삼성전자는 탄탄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핵심역량을 보다 강화하고 투자를 지속하여 시장지배력을 높인데 기인한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경제위기의 와중에서 선전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나 포스코 등 다른 한국 대표기업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지난 10년간 주력산업에서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서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을 적극 공략하여 신흥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대폭 향상시켰는데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선진국과는 달리 신흥시장의 경제는 잘 버텨 주었던 점도 한국 기업들이 선전할 수 있었던 주요 배경이었다.

경제위기는 신성장동력 창출의 적기이다

하지만 이번 경제위기를 도약의 전기로 만들려면 여기에서 안주하면 안되고 여력이 있는 기업이라면 비즈니스 모델 혁신, M&A 등을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 경제위기가 오게 되면 수요자 측면에서 고객 니즈도 변화하게 되는데 이를 먼저 파악하여 새 제품, 기술,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을 선도하는 기업이 강자로 부상하게 된다. 특히 후발/신생기업의 경우 패러다임 변화의 시기가 평상시에는 따라 잡기 힘들었던 선도기업을 상품이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통해 추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경제위기 시대에는 국내외의 저평가된 기업들을 인수하여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제고함은 물론 신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호기라고도 할 수 있다. 내재가치가 우수하지만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거나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한 기업을 싸게 살 수 있는 기업 바겐세일 기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학계나 컨설팅사의 연구에 의하면 경기 침체기에 낮은 가격으로 성사된 인수가 호황기에 행해진 인수보다 월등히 높은 가치를 창출했다. 특히 한국의 선도 기업들은 주력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성장성, 수익성 저하로 고민해 왔기에 좋은 기업을 싸게 살 수 있는 지금이 인수를 통한 기존 산업의 지배력 강화와 신성장동력 확보의 전기가 될 수 있다. 최근 유럽의 경제위기로 인해 소비재 산업에서 좋은 브랜드가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매물로 나온 상황 하에서 만다리나 덕, 네파, 아닉 구탈 등 유럽의 일류 브랜드를 한국 기업들이 연이어 인수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여력이 있는 기업이라면 국내외 우수 인력 확보를 통해 신성장동력 창출에 필수적인 미래 핵심역량 확보 활동도 꼭 필요하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서 많은 기업들이 도산하거나 구조조정을 하게 되어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확보하기 쉽지 않았던 글로벌 우수인력 확보가 용이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위기의 전개와 불확실성에 대해 합리적 대응과 전략적 사고가 요청

글로벌 경제위기와 이로 인해 고조된 불확실성 상황은 기업에게 기회와 위협을 동시에 제공하므로 경제위기의 전개와 불확실성에 대한 보다 냉철하고 합리적인 대응과 전략적 사고가 절실히 요청되는 시점이다. 특히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기업 체질을 획기적으로 강화시켰던 한국 기업들의 경우에는 이번 경제위기를 주력 산업에서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신성장동력 확보의 전기로 활용하는데 전략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 본원사업의 핵심역량과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는 한편 비즈니스 모델 혁신과 해외 M&A를 통한 신성장동력 창출 노력도 강화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기업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글로벌 경쟁은 심화되기에 비주력, 적자 사업은 보다 과감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과거 한국 기업들은 사업 포트폴리오의 조정에 소극적이었지만 글로벌 초경쟁과 패러다임 변화의 시대에는 주력사업에서의 핵심역량 강화와 신사업 발굴, 한계 사업 정리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글로벌화와 글로벌 경쟁은 향후에도 강화될 것이기에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하면서 기술, 인재 등 자원의 글로벌 소싱도 강화하여 글로벌 네트워크 상에서의 경쟁 우위 확보를 추구해야 한다.

정부도 신성장동력 산업 분야에서 보다 적극적인 R&D 투자와 기업 투자 및 규제 환경 개선을 통해서 기업의 신성장동력 창출 노력을 지원해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 21세기의 첫 10년간은 일부 IT산업을 제외하고는 대규모 신성장동력 산업이 거의 발굴되지 않아 한국 경제는 1990년대까지 신성장동력으로 발굴, 육성되었던 조선, 중공업, 메모리반도체, 휴대폰 산업 등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이처럼 외환위기 이전에 진입한 주력 산업들이 속속 성숙기에 접어들고 중국의 부상으로 치열한 글로벌 경쟁으로 인한 성장의 정체에 곧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국가적으로나 기업적으로나 향후 우리를 먹여 살릴 신성장동력의 발굴은 가장 시급한 현안 이슈가 되었다. 최고의 복지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점에서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과 투자는 현 단계 한국 경제의 최대 현안 이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한국경제연구원(www.keri.org)에서 전재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