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2011년 대기업집단 내부거래현황에 대한 정보공개」를 발표했다. 이는 공정위가 계열회사간 상품·용역 거래 현황(이하 내부거래현황)을 처음으로 분석하여 공개한 것으로, 내부거래 비중 현황, 내부거래 비중 변동 현황, 수출액등 요인 반영 시 내부거래 비중 현황,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품목 내부거래 비중 현황 등을 조사하여 분석한 것이다. 공정위는 분석결과를 토대로 향후 문제의 소지가 높은 업종 및 회사에 선택과 집중하여 감시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번 공정위의 정보공개에 대해 환영하는 바이며, 앞으로도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현황에 대한 주기적인 정보공개를 통해 물량 몰아주기 등 계열사 부당지원행위에 대해 엄중대처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공정위는 이번 조사에서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 STX그룹의 STX건설에 대한 부당지원 혐의에 대해서도 조속히 결론내릴 것을 촉구한다.

 이번 공정위의 내부거래 현황 정보공개의 주요 내용 및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30% 이상인 계열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17.90%로, 30% 미만인 계열회사의 12.06%보다 5.84%p 높았고, 총수일가 지분율이 50% 이상인 계열회사 내부거래 비중은 34.65%로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비상장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상장계열사보다 높았다. 즉, 대기업집단의 전체 매출액 중 상장계열사에 대한 매출액 비중이 8.82%인 반면, 비상장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22.59%로 세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셋째, 규모가 작은 계열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규모가 큰 계열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매출액이 1조원 미만인 계열회사들의 내부거래 비중은 29.06%로 1조원 이상인 계열회사의 10.05%보다 19.01%p 높았고, 자산총액 기준 1조원 미만인 계열회사들의 내부거래 비중은 30.11%로 1조원 이상인 계열회사 9.92%보다 20.19%p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요컨대,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높고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비상장회사일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총수일가의 재산증식 및 편법상속을 위한 일감 몰아주기의 유인이 존재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총수일가는 상대적으로 내부거래가 용이한 소규모 비상장회사를 설립한 후, 신설된 회사에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주는 거래를 통해 부를 축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향후 문제의 소지가 높은 업종과 회사들에 대해서는 일감 몰아주기 여부에 대한 공정위의 집중적인 감시가 필요하고, 엄중한 법집행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 거래를 근절하여야 한다. 그러나 공정위 보도자료를 보면, 현행 공시자료만으로는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현황에 대한 세부 분석이 곤란하므로, 내부거래 관련 추가 공시항목을 발굴하여 관련규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만 밝히고 있어, 과연 공정위가 적극적인 법집행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공정위는 지난 2007년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 거래를 부당지원행위의 한 유형으로 규정하였고, 2010년 말 「부당지원행위의 심사지침」을 개정하여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기준까지 마련하였다. 하지만, 정작 동 지침을 실무적으로 적용하는데 있어 부당지원금액을 구체적으로 계산하기 어렵다며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소극적이다.

 한편, 각 기업집단별 내부거래 비중 현황을 보면, STX, 현대자동차, OCI, 현대백화점, CJ 그룹 등의 순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STX그룹의 전체 내부거래 비중은 23.49%, 비상장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무려 43.30%인 것으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와 관련하여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2010년 10월 STX건설의 매출과 이익이 계열사 거래를 통해 급성장했다고 판단, STX건설에 대한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공정위에 조사를 요청한 바 있다(경제개혁연대, 2010.10.20 보도자료, “경제개혁연대, STX그룹의 물량 몰아주기를 통한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 조사요청” 참조). STX건설은 2005년 설립 직후부터 지배주주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로, 불과 몇 년 만에 매출액이 급성장하게 되었는데, 내부거래 비중을 보면 설립 당시 100%였고, 2008년까지 그 비중을 90%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부거래 비중은 2009년 75.6%, 2010년 54.12%으로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는 STX건설의 급성장 배경에는 STX그룹 계열사들이 건설용역을 몰아줌으로써 부당하게 지원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기에 충분한 것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경제개혁연대가 조사요청을 한 지 1년이 다 되어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조사 중이라며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고 소규모 비상장 회사인 경우에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 일감 몰아주기의 개연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 초 회사기회 유용을 금지하는 상법 개정이 이루어져 이에 대한 사전적 해결수단이 될 수 있지만, 그 실효성은 의문이다.
 
이사회 승인을 통해 용이하게 형식적 합법성을 획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설사 불법부당행위가 의심되더라도 현행 주주대표소송 제도로는 비상장 회사의 이사 등에 대한 사후적 책임추궁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수관계인과의 거래에 대한 사전승인 요건을 더욱 엄격하게 하고, 이중(다중)대표소송 제도 도입을 통해 사후규율을 강화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일감 몰아주기 거래 근절을 위해서는 공정위의 역할이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에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과세방안도 마련되는 상황이므로, 공정위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공정위는 작년에 마련한 ‘현저한 규모’에 의한 지원행위 관련 기준을 실무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계산 방법을 마련하고, 보다 적극적인 법집행의지를 가지고 일감 몰아주기 거래를 규제해야 할 것이다. 또한, STX건설에 대한 부당지원행위 여부에 대해서도 조속히 결론 내릴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2011.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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