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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파 갈등, 핵전쟁까진 안 가도 당분간 격화 불가피[유세진의 지구촌 뒤안길]
유세진 | 승인 2019.03.04 10:35

[논객닷컴=유세진] 온 세계의 이목을 끌어모았던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월26일 인도가 파키스탄령 카슈미르에 대한 공습을 전격 감행했다.

2월14일 파키스탄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자이시-에-모함마드(JeM)에 의한 자살폭탄테러로 인도 경찰특공대 최소 40명이 사망한데 따른 보복이었다. 인도는 JeM이 또다른 테러를 계획하고 있으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 JeM의 훈련 캠프를 폭격해 300명에 달하는 JeM 대원들을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파키스탄은 요격을 위해 출격한 자국 전투기에 의해 인도 전투기가 퇴각, 어떤 인명피해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하루 뒤인 27일 파키스탄은 인도령 카슈미르를 공습하고 인도 전투기 2대를 격추, 조종사 1명을 생포했다고 밝혔다. 인도도 파키스탄 전투기 1대를 격추시켰다고 말했다. 인도는 자국 전투기 1대가 실종됐다고 밝혔고 파키스탄은 자국 전투기의 격추 사실을 부인했다.

핵 보유국인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충돌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양국은 분쟁 지역 카슈미르를 놓고 서로 국경 너머로 포격을 가하거나 때로는 군 병력이 국경을 넘어 침입하는 등 간헐적 충돌을 되풀이해 왔다. 그럼에도 방글라데시 독립을 둘러싼 1971년 3차 인도-파키스탄 전쟁 이후 48년만에 처음으로 전투기까지 동원했다는 점에서 이번 충돌은 과거와는 다르다. 양국 간 긴장이 수십년 래 최고조로 높아지면서 핵전쟁에 대한 공포를 다시 한번 일깨웠다. 비핵화에 대한 기대를 한껏 모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정상회담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아무 합의도 이루지 못한 채 결렬된 반면 남아시아에서 예기치 못했던 핵 충돌 우려가 고개를 든 것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핵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인도나 파키스탄 모두 핵을 동원한 전쟁으로까지 사태가 통제할 수 없게 되면 두 나라뿐만 아니라 지역 안보와 세계 정세에 파탄을 가져올 수 있음을 매우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핵전쟁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양국 간 긴장이 한층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는 결코 지울 수 없다. 양국 다 정치적 입장 때문에 양보하기 힘든 이유가 있다.

5월 총선을 앞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통해 표를 모아야 한다. 2기 연임을 노리는 힌두 민족주의자 모디가 파키스탄에 대한 강경 대응 약속으로 지난 총선에서 승리했던 것도 파키스탄에 대해 인도가 유연하게 대응할 수 없도록 제약하는 요인이다. 파키스탄에 양보하는 것은 모디로서는 정치적 자살이나 다름없다.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파키스탄군에 대한 충분한 통제력을 확보하지 못한 입장이다. 파키스탄군은 인도와의 갈등에서 밀릴 경우 군의 존재 이유를 내세울 근거를 잃을 수 있다. 2011년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에 의해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되는 것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던 파키스탄군이 이번에도 인도 전투기의 공습을 막아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면 국민의 지지는 일거에 무너질 수 있다. 파키스탄군으로서는 강경 대응 외에 달리 방안이 없다. 임란 칸 총리 역시 지금은 군의 입장에 동조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칸 총리는 “인도가 무기를 갖고 있다면 파키스탄도 무기를 갖고 있다. 인도가 파키스탄을 공격하면 파키스탄 역시 인도를 공격할 것”이라면서도 모디 인도 총리에게 대화를 제안했다. 그는 “모든 전쟁은 오산 때문에 일어났다. 그러나 이러한 오산의 결과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며 양국 간 핵전쟁 발발은 불가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파키스탄은 또 체포한 인도군 조종사를 '평화를 위한 제스처'로 석방시켜 인도로 송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는 아직 파키스탄의 대화 제의에 반응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인도로서도 긴장을 마냥 이어갈 수만은 없는 형편이다. 때문에 어느 시점엔가는 다시 긴장을 해소시키는 방향으로 전환하지 않을 수 없다.

인도의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공습이 갈등을 격화시켰지만 JeM의 테러 예방을 위한 것이었다는 인도의 주장은 인도에 대한 비난을 어느 정도 막아주는 효과를 가져왔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과 러시아 등 국제사회는 일제히 인도와 파키스탄 양국 모두에 자제와 긴장 완화를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어느 한쪽을 특히 더 비난하지는 않고 있다. 국제사회도 그만큼 양국 간 분쟁에 쉽게 개입하기 껄끄러운 입장이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문제와 중국과의 무역 분쟁, 아프가니스탄에 매달리느라 인도-파키스탄 분쟁에까지 신경쓸 여력이 없는 형편이다. 중국은 지나치게 친파키스탄적인 반면 러시아는 반대로 지나치게 인도에 우호적이다. 유엔 안보리 등 국제사회의 개입을 통한 인-파 갈등 완화 노력이 이어지겠지만 결국은 양국의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문제는 앞서 얘기한 것처럼 현재로서는 양국 모두 먼저 양보에 나서기 어려운 정치적 사정이 있다는 점이다. 양국이 다투고 있는 카슈미르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영국 식민지에서 벗어나 독립할 때 무슬림이 대다수를 차지하면서도 이슬람국가 파키스탄이 아니라 힌두교 국가 인도에 속하게 됐다. 이때문에 카슈미르를 둘러싸고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인도는 파키스탄 측의 계속되는 테러에 시달려야 했고 그에 대한 보복이 그치지 않았다. 상대의 도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양국 모두에 큰 도전 과제였고 핵전쟁에 이르지 않는 선에서 어디까지 도발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모색이 끊이지 않았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각기 100기 가량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도와 파키스탄 간 충돌을 막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지만 당분간은, 아마도 인도 총선이 끝날 때까지 지금의 긴장 국면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쏠렸던 국제사회의 관심은 당분간 인도-파키스탄 충돌 추이로 옮겨가지 않을까 생각된다. 양국이 어떻게 긴장을 해소시킬 것인지 주목된다.

 유세진

 뉴시스 국제뉴스 담당 전문위원

 전 세계일보 해외논단 객원편집위원    

 전 서울신문 독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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