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철 SLS그룹 회장과 신재민 전 문화관광부 차관이 19일 15분 간격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갔다. 둘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서였다. 두 사람은 ‘10년지기 '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들은 금품 제공 폭로자와 금품을 받은 대상자로 엇갈린 채 이날 법원에 간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영장 실질심사에서 신 전 차관이 먼저 심리를 받았고, 이어 이 회장이 나중에 받았다. 물론 두 사람 모두 나름대로 논리를 폈을 것이다. 신 전 차관은 자신이 쓴 SLS그룹 법인카드 1억원이 뇌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개진했을 것이다. 오래 알고 지낸 이 회장이 부담 없이 쓰라고 카드를 준 것이며, 이 회장의 로비를 받거나 청탁을 한 적이 없다는 주장이다.
뜻밖에도 함께 사법처리 위기에 몰린 '폭로자' 이 회장은 검찰이 적용한 혐의가 부당하다고 주장했을 것이다. 창원지검에서 2009년 3개월간 수사한 뒤 무혐의 처분했던 것을 이제 와서 범죄로 삼는 것은 폭로 내용을 덮기 위한 공작이란 것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참여연대 출신 강용석 변호사는  ‘박원순 저격수’로 발군의 활약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나선 박 변호사와 약 5년동안이나 참여연대 활동을 같이한 동지였지만, 이번에는 특등 저격수가 됐다.  
성희롱 문제 때문에 한나라당에서 제명된 강 의원은 16일 박원순 후보의 '스탠포드 대학 객원 교수(Stanford University Visiting Professor)' 경력 등과 관련해 박 후보와 박 후보 층 송호창 대변인을 허위사실공표죄로 함께 고소한 데 이어 18일에는 박 후보를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혐의로 추가 고소했다.
강 의원은 고소장에서 박 후보의 저서 '내 목은 매우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의 저자 약력 부분에 '런던대학 정경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이수하고'라고 기술된 점을 들어 "사실은 박사나 석사와 같은 학위과정이 아닌 디플로마(diploma)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명백한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박 후보가 언론 인터뷰와 공식홈페이지 표기를 통해 자신의 경력난에 '하버드 법대 객원교수' 또는 '객원연구원'이라고 밝힌데 대해서도 "사실은 '비지팅 펠로우(Visiting Fellow)'에 불과해 이 또한 명백한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이어 강 의원은 박 후보의 저서 '세상을 바꾸는 1000개의 직업' 저자 약력에도 '서울대 법대에 입학'이라고 기술돼 있는 점 등에 대해서도 "사실은 서울대 법대가 아닌 서울대 사회계열에 입학해 4개월 만에 제명된 것에 불과한 것이어서 이 또한 명백한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에서 고정패널로 출연하고 있는 정봉주 전 의원은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자신에게 ‘청탁’했다고 처음으로 폭로했다. 나경원 후보가 17대 국회의원 시절 아버지가 운영하는 학교 감사를 빼달라는 청탁을 했다는 것이다.
그 폭로는 지난 13일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출연한 가운데 진행된 녹화에서 실행됐다. 그는 그날 "나경원 후보가 2005년 사립학교법 개정이 진행중일 때 당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인 나를 찾아와 아버지 소유의 학교가 교육부 감사대상에 들어가지 않도록 해달라는 부탁을 했었다"고 말했다.
 그 이후 두 후보 진영 사이에는 진실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정 전 의원은 19일 나 후보가 부친의 학교에 이사로 재직중이라고 추가로 폭로했다. 
 박원순 후보와 나경원 후보 진영 사이에는 현재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박 후보의 병역문제와 학력 논란, 나경원 후보와 부친 사학의 관계 등이 첨예한 대립의 초점이 되어 있다. 물고물리는 폭로전도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한솥밥을 먹거나 친했던 사람들이 제각기 이런저런 이유로 ‘xxx죽이기’의 선봉에 서 있다. 인간사에서 이런 일도 있을 수 있구나 하고 새삼 눈부비며 지켜보게 된다.
아무리 선거에서 이겨야 하고, 또 상대방이 밉더라도 한때 ‘호형호제’하던 사람들끼리 이렇게 진흙탕 같은 싸움을 하는 것을 보면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이런 것을 배신이라고 함부로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지만 자신과 잘 알고, 자신에게 찾아와서 한 이야기를 지금 와서 앞장서서 터뜨리는 것을 보면 인간사에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물론 다른 사람에 의해 문제가 제기되고 커져서 증언을 해야 할 경우에는 정확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것을 다른 사람보다 먼저 나서서 외치고 직접 고소 고발까지 한 것은 인간사를 너무나 흔드는 것 아닌가 걱정하게 된다,  고대 그리스의 비극작가 소포클레스도 <아이아스>에도 이런 통찰은 담겨 있다.
 
   “숱한 사람들이 오늘은 친구지만 내일은 적이지요.”
 
인간사에 그런 일은 허다하다. 하지만 그것은 대체로 난세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다른 사람이 죽지 않으면 자신이 죽어야 되는 절박한 상황에서 동원하는 처세술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데 한때 동지였거나 친했던 사람이 앞장섰던 일은 극히 드물다. 가담한다 해도 마지못해 이끌려 들어가거나, 정면으로 맞서싸울 경우에도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는다. 로마시대 때 카이사르를 죽이는데 앞장선 브루투스나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한 김재규와 폭로에 앞장섰던 김형욱 등에 대한 평가가 인색한 것도 인간사의 이런 이치 때문일 것이다. 나아가 한때 적이었던 사람들이 나중에 친구처럼 화해하고 악수하거나, 친구 사이에는 아량을 베푸는 경우는 훨씬 더 많았던 것으로 나는 알고 있다. 
 
 이번 선거가 이전투구 양상을 Elf 것임은 어느 정도 예상돼 왔다. 그렇지만 지금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인간사의 건전한 상식마저 무너지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 없다. 모두들 너무나 비정하다. 이럴 때는 정말로 인간이 싫어진다.
 이번 선거가 끌나면 우리 모두 다시 한번 꼭 반성해 봐야 한다. 무엇보다도 고소고발과 폭로에 앞장섰던 사람들이 성찰해 봐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꼭 그래야만 했을까?”라고 .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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