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전 막바지 국면에 접어들었다. 여야는 이번 선거를 위해 그야말로 총력전을 폈다. 결사적인 선거전이었다. 이처럼 여야가 이렇게 결사적으로 지방선거에 매달렸던 적이 있었던가? 그것도 보궐선거 또는 재선거에 불과한 데 말이다. 우리나라의 지방선거 역사가 짧긴 하지만, 이번 선거처럼 격렬한 싸움은 전례 없는 일이다.
여당은 그 동안 선거에서 발을 빼왔던 박근혜 전 대표까지 선거전에 끌어들였고, 이른바 범 보수진영의 결속에도 힘썼다. 뿐만 아니라 박원순 후보를 검증한다는 핑계로 폭로전에 앞장섰다. 가족사까지 건드리며 있는 얘기 없는 얘기 모두 끌어모아 박 후보를 공격했다. 소총과 박격포 대포 등 모든 무기를 동원했다. 폭로전이라는 것은 전통적으로 야당이 애용해 온 방책이지만, 이번 만큼은 달랐다. 오히려 여당이 앞장서고 야권이 방어에 급급했다.  
야권에서도 총력을 기울였다. 박원순 후보를 단일후보로 내세운 야권에서는 민주당은 물론이고 진보적인 정당과 시민단체까지 모두 나섰다. 22일 광화문에서 열린 유세에서도 박원순 지원세력이 총출동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는 진보신당에서 노회찬 후보가 독자출마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달랐다. 모두가 ‘단일후보’ 밀기에 힘을 모았다. 평소에 노선과 성향이 서로 다르고 목소리도 조금씩 다르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모두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는데 이의를 달지 않았다.
이번 선거가 이렇게 여야의 총력대결 양상을 띠게 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야권이 강조하는  ‘정권심판’이라는 때문일 것이다. 야권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지만 결국은 ‘이명박 정권 심판’이라는 한가지 목표로 귀결된다. 시민들을 향해 외치는 구호나 정책이 여러가지 있긴 하지만, 그 밑바닥에 깔린 것은 정권심판 논리이다. 이 때문에 야권의 이질적인 세력이 ‘사소한 차이’는 모두 무시하고 모이게 된 것이다.
왜 이렇게 야권이 정권심판 구호와 논리에 집착하고 매달리는지는 내가 일일이 나열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 스스로가 성찰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다만 지금 이 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이명박 정부가 반대세력에 준 원한과 상처가 깊다는 사실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야권이 저토록 똘똘 뭉치기가 어렵다. 그 깊은 상처가 있기에 야권의 정치인이나 시민단체 인사들이 무조건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든 것이다.
반대로 여당은 야권의 이런 움직임을 차단하지 않으면 안될 처지에 있다. 야권의 기세를 꺾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이번 선거에 임했다. 이미 오세훈 시장이 무모한 주민투표 도박을 걸었다가 실패함으로써 당의 위신을 떨어뜨린 마당에 이번 선거마저 패배하면 당의 존립위기마저 닥칠지 모른다. 또한 임기말의 이명박 대통령을 보호하고 박근혜 대세론을 살려나가기 위해서도 이번 선거는 중요한 선거이다. 폭로전에서도 야당보다 오히려 선제공격에 나선 것은 이 때문이다.
이번 선거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치러지기에 더욱 가열된 측면도 있다. 정권심판이라는 것은 본래 총선과 대선에서 해야 할 일인데 좀더 일찍이 벌어진 것이다. 야권에서는 내년에 있을 본격적인 ‘정권심판’에 앞서 1차로 여당의 힘을 빼고 이명박 정부를 뿌리째 흔들어보려는 것이고, 여당은 그 예봉을 무디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 더욱이 야권에서 안철수에 이어 박원순 후보가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박근혜 대세론까지 위협하자 이를 차단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세력과 이를 막아보려는 세력 사이에 벌이는 큰 결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니면 내년의 큰 결전을 앞두고 펼쳐지는 서곡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그렇다면 박원순과 나경원 후보는 어쩌면 이 큰 결전을 유리하게 이끌어가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좀더 단순하게 말하자면 박 후보는 정권심판을 위한 ‘불쏘시개’이고, 나경원 후보는 그 불을 초반에 꺼야 하는 ‘소방수’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겠다.
이번 선거가 끝나면 후유증도 깊을 것이다. 여야 모두 그 이후의 셈법도 지금 계산하고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이 패배하면 당명을 바꾸자는 주장이 나올지도 모른다. 위기타개를 위해 박근혜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고 이명박은 사실상 식물대통령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지만 박근혜가 너무 일찍 전면에 나서면 야권의 공세에 일찍 노출되어 큰 상처를 입을 위험성도 있다. 어떻든 여당의 앞날이 험난할 것임은 불문가지의 이치이다.
 야권이 패배하면 민주당이 심각한 존립위기에 빠지고 이질적인 세력 상호간에 질시와 갈등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승리해도 마찬가지이다. 다소 이질적인 세력의 연합에 의해 승리한 뒤 논공행상이 벌어지는 가운데 시민단체의 힘이 더욱 커지고 민주당의 구심력이 약해질 수도 있다. 이래저래 민주당의 앞길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 야권에 새로운 당이 출현할 것이라는 관측도 이미 나오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번 선거를 통해 보수와 진보 사이의 대결이 더욱 노골화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구도가 내년 총선과 대선으로 연결되면 이 나라의 사회통합도 더욱 힘겨워질 것이다. 이렇게 깊어가는 갈등의 골을 앞으로 어떻게 메워갈 것인가?   /편집장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