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혜탁의 말머리]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스토어, 즉 ‘매장’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연상되는가?

백화점·마트·복합쇼핑몰 등에 위치해 있는 오프라인 매장을 보통 떠올리곤 한다. 물론 모바일이나 온라인 쇼핑몰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기존의 분류법으로는 설명하기가 조금 힘든 매장도 있다. 바로 ‘트랜스포머 스토어(Transformer Store)’다. 변신 로봇 트랜스포머처럼 다양한 형태로 모습을 바꿀 수 있고, 또 고정된 위치에 자리 잡은 기존 매장과 달리 이동형 매장으로도 활용된다는 특징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동형 편의점이다. 일본에는 이러한 움직이는 편의점이 발달해있다. 트럭에 상품을 싣고 고객을 찾아가는 서비스인 것이다.

남자 독자의 경우 군 복무 중에 트럭에 과자, 빵 같은 먹을거리를 가득 싣고 온 이른바 ‘황금마차’를 생각하면 쉽다.

다만 일본의 이동형 편의점은 여러 종류의 온도대에 대응한 전용 차량으로 300여 종의 품목을 취급한다는 점에서 ‘작은 편의점’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수준이다. 회사마다, 트럭의 사이즈마다 차이가 있지만 계산대와 냉동장치도 구비한 것은 물론 많으면 500여 개의 상품을 싣기도 한다.

고도화된 기술도 기술이지만, 무엇보다 이 비즈니스의 출발점이 된 취지가 참 인상적이다.

이른바 ‘쇼핑 약자’를 위한 공익적 목적이 녹아든 비즈니스라는 점이다. 지방 같은 경우 몸이 불편한 고령자들은 물건을 사러 가기 쉽지 않은 환경에 놓인 경우가 적잖이 있다. 일단 쇼핑시설 자체가 많지 않고, 있다 해도 거리가 멀고, 어르신들 입장에서는 혼자 그 매장에 방문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편의점 브랜드가 직접 고객을 찾아가는 것이다. 지정된 요일에 특정 장소들을 순회하는 형태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품목이 있으면, 다음 방문 때 그 니즈를 반영하여 가져다 주기도 한다.

일본의 한 회사는 지자체와 어르신들을 케어하는 협정까지 체결했다. 판매직원이 고령자 고객과 대화를 하며 안부도 묻고, 혹 건강상의 문제점이 있는지 살피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또 이렇게 이동형 트랜스포머 매장이 도착한 장소는 주민들 입장에서 커뮤니케이션 장소가 되기도 한다.

편의점의 역사 자체가 길다 보니, 여러 형태의 서비스가 생겨난 듯하다. 이런 모습은 우리도 배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

물론 국내 업체도 이동형 편의점을 선보인 적이 있긴 하다. 다만 운영의 방향성에 차이가 있다. 보통 축제나 대형 행사 때, 개조한 차량에 상품을 가득 실어 고객들을 찾아가는 콘셉트인 것이다.

물론 나쁘다고 할 순 없다. 

Ⓒ픽사베이

얼마 전 한국이 ‘편의점 왕국’ 일본을 제쳤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왕국’에 대한 평가를 어떤 방식으로 진행했는지는 자세히 기억나지 않으나, 어찌 됐건 인구당 편의점 점포의 수와 같은 ‘양적인 측면’ 위주로 기사가 작성되었던 것 같다.

이제 편의점은 단순한 소매 상점이 아니다. 우리 편의점들도 일본처럼 쇼핑 약자를 위한 따뜻한 스킨십에 좀 더 신경을 써주면 어떨까 싶다. 이런 요소에 대한 세심한 노력이 꾸준히 뒷받침될 때, 찬란한 왕국 타이틀도 덜 겸연쩍게 거머쥘 수 있으리라. 

 석혜탁

- 대학 졸업 후 방송사 기자로 합격. 지금은 기업에서 직장인의 삶을 영위. 
- <쇼핑은 어떻게 최고의 엔터테인먼트가 되었나> 저자. 
- 칼럼을 쓰고, 강연을 한다. 가끔씩 라디오에도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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