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칼럼]

[오피니언타임스=한성규] 3월 5일 아침, 문을 열고 나가자 앞이 안 보였다. 이건 뭐지, 아직 새벽인가, 안개인가, 꿈길을 걷는 기분이었다. 실상은 미세먼지가 ‘아주 나쁜’ 날이었다.

미세먼지에 대처하는 법

​인터넷에 미세먼지 대처법을 검색해봤다. 6살짜리 아이를 둔 주부는 어린이집에 자비로 공기청정기를 사 보냈다고 한다.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둔 주부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아예 딸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고 한다. 젊은이들도 마스크는 물론 구강청결제와 손세정제를 들고 외출한단다. 공기청정기, 물걸레청소기, 마스크는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였던 백색가전 삼대 필수품을 제치고 대한민국 3대 황색필수품으로 등극했다. 칼칼해진 목을 시원하게 해 준다는 할머니들의 캔디를 이제 아저씨들도 빤단다.​

결론은 나라같지 않은 나라는 못 믿겠고 각자도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중국 탓인거 같기는 한데, 미국도 함부로 못 건드는 나라를 어떻게 하냐는 것이었다. 노답이었다.

​집에 돌아왔다. 목이 칼칼해서 잠이 오지 않았다. 스마트폰 검색을 시작했다. 세종시의 152㎍/㎥를 선두로 서울, 부산, 광주 등 전국이 미세먼지의 공습으로 초토화됐단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제주도에서도 한라산이 안 보였단다.

Ⓒ픽사베이

그럼 어떻게 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 황해에 인공강우를 뿌려서 날아오는 먼지를 쓸어버리려다가 실패했단다. 이정도면 무엇이든 빨아들여버리는 텔레토비 친구 진공청소기를 출격시켜야 하나, 이것도 같은 나라에서 올테니 남자들의 청소기처럼 1년이 지나면 아무것도 안 빨겠지. 중국이랑 전쟁이라도 해야 하나?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를 모방해 중국의 황사 미사일에 대비해 대한민국 하늘 전체에 황사 방어체계라도 설치해야 하나?

황사에 맞서는 최종병기

답이 없었다. 목이 칼칼해 화장실 거울을 보며 헛구역질을 하는데 내 콧구멍에 무언가 있었다. 자세히보니 콧털 두가닥이 삦어 나와 있었다. 각자도생, 바로 이거였다. 나라 전체에 필터를 설치할 수 없고 내가 가는 곳마다 공기청정기를 설치할 수 없다면 내코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는 것은 어떤가? 이것은 심지어 친환경, 무비용의 공기 필터였다.​

인간의 몸은 과연 신비로웠다. 아, 조물주여 어떻게 수만년 후의 미래를 예측해 인간의 몸에 천연 공기청정기를 설치할 생각을 하셨을까. 콧털! 나는 오늘부터 콧털을 기르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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