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사업은 원래 영세한 자영사업이다. 어느 지역에서나 소규모로 시작한다. 또한 자생사업이다. 사업주 스스로 여러 가지 여건과 상황을 고려해서 점포를 세우고 영업을 개시한다. 그러다가 고객으로부터 인정받아 성장하면 점포를 늘리기도 하고, 다른 지역에 분점을 설치하거나 가맹점을 둘 수도 있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대규모 투자를 하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초반에는 대규모 투자를 감당할 만큼 수익을 내기도 어렵다. 그러므로 음식사업은 그야말로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는 자세로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이런 평범한 이치를 거스르다 포기한 사건이 하나 있다. 한식세계화 추진기구 한식재단(명예이사장 김윤옥 여사)이 추진해온 ‘뉴욕 플래그십 한식당 사업’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한식재단이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13일 까지 ‘뉴욕 플래그십 한식당 개설·운영사업 민간사업자 공모’를 실시했지만, 신청자가 단 1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뉴욕 플래그십 한식당 사업’은 미국 뉴욕에서 세계인에게 한식의 우수성을 알리고, 한식당의 품격을 높이겠다며 대통령 부인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진행한 사업이다.
이 사업을 위해 정부는 예산 50억을 투입하기로 했었다. 주무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가 사업에 대한 충분한 타당성 조사를 했는지 어땠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포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신청자가 없었다는 것은 이 사업을 통해서 거둘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작년 국회 예결특위 심의과정에서도 여야 의원 대부분이 반대했음에도 한나라당이 예산안을 단독으로 처리하면서 부지불식간에 들어갔다. 민주당의 표현을 빌리자면 ‘꼼수예산’이었던 것이다.
한식 세계화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한국의 전통음식, 한복, 한글, 한지, 한국 음악 등 한국문화 브랜드 육성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2008년 ‘한식세계화’라는 개별사업으로 분리된 뒤 2009년 ‘한식세계화 추진단’이 발족되고 2010년 ‘한식재단’이라는 법인까지 설립돼 ‘의욕적’으로 추진됐다. 그렇지만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다만 다행스런 것은 시작되기 전에 포기하게 됐다는 것이다. 투자가 집행되고 사업이 본격화된 다음에 중단되면 투자된 만큼 비용을 허비하지만, 아예 시작도 못하고 말았으니 그런 비용을 절감하게 된 것이다.
한식 세계화가 되면 물론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대통령 부인이 관심을 갖는다고 해서 일조일석에 되는 것이 아니다. 현지에 진출해 있는 사업주들이 성심껏 사업하는 사이에 점차 가시화되는 것이 한식 세계화이다. 그러니 이번 일은 우리나라의 고질병 가운데 하나인 조급증에다 대통령 부인까지 무리하게 나선 결과 빚어진 ‘해프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은 이 일에 대해 “이명박 정권의 국정운영 목표처럼 되어버린 ‘ABR(Anything But Roh)’로 인해 빚어진 또 하나의 실패사례로 기억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맞다. 분명히 실패이다. 그래도 이것으로 더 큰 손해를 방지했으니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하고 싶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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