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은 권력을 이기고, 투표가 낡은 시대를 이겼다. 상식과 원칙이 이겼다."
 
힘겨운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박원순 당섡는 승리가 사실상 확정되자 선거캠프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는 이번 선거는 “서울 시민의 승리라고 엄숙히 선언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원순 당선자의 이런 말은 이번 선거의 의미를 함축적으로 표현한다. 그의 말대로 박 당선자는 시민단체 출신 인사가 집권세력과 정면승부를 거뒀다는 점에 가장 큰 의미를 갖는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는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치른 지방선거 가운데 특이한 선거였다.
 
박원순 당선자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대학원장이 불러일으킨 시민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을 이어받아 시민운동을 대표해서 출마했다. 제1야당인 민주당까지 제치고 야권 단일후보라는 영예를 차지한데 이어 마침내 최종승리를 거둔 것이다.
 
더욱이 이번 선거는 그 어느때보다 힘겹고 지저분한 싸움이었다. 정책보다는 상대방 흠집잡기에 더 열을 올린 일종의 ‘전투’였다. 아니 전투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금도마저 무시됐다. 한마디로 비열한 선거전이었다. 
 
이 때문에 미국의 는 "서울시장 선거가 진흙탕 싸움, 등 뒤에서 칼 꽂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무시무시한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 신문은 이번 선거전 양상을 '공포 영화'에 비유하기도 했다.
 
 박원순 당선자는 이런 모든 난관을 뚫고 당선됐고, 그 힘은 전적으로 변화를 열망하는 시민들로부터 나온 것이다. 박 당선자 자신의 탁월함보다는 이명박 정권을 심판해야겠다는 민심에 의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박원순 당선자의 이번 승리는 일종의 시민혁명이라고 할 수도 있다.
 
시민의 힘은 우리 역사에서 몇차례 나타났다. 1987년 6월항쟁 이후 숨어있던 그 힘이 이번에 다시 표출된 셈이다. 다만 이번의 경우 선거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다를 뿐이다.
 
이번 선거에서 정당정치의 위기와 민주당의 위상 약화에 대한 우려도 작지 않았다. 그리고 향후 민주당과 박 원순 시장과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도 궁금해진다. 이는 1987년 6월항쟁으로 직선제 개헌이 성취된 이후 재야세력과 당시의 야당 통일민주당의 관계처럼 묘하기도 하다.
 
더욱이 이번에 박원순 당선자는 ‘공동정부’를 구성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공동정부라는 것은 다소 이질적인 정치집단이 함께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파열음을 낼 가능성도 동시에 안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이질적인 정치집단이 앞으로 얼마나 상호조율을 잘해내는가에 따라 박원순 시장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다. 그것은 일종의 실험이다. 이 실험이 잘못될 경우 향후 시민단체의 운신이 어려워짐은 물론이고 내년 총선거와 대통령선거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집권 한나라당은 앞으로 상당한 혼선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선거는 결국 이명박 정권에 대한 민심의 이반을 다시 확인해 준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바꿔나가는가에 따라 한나라당의 향후 운명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인 박근혜 전 대표의 대세론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이번 선거결과를 바탕으로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가 진실하게 자기반성을 하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희망을 가져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해온대로 계속할 경우 내년 총선과 대선 전망은 결코 밝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안철수 교수를 비롯해 야권의 후보들에게 좋은 기회를 만들어 줄 것이다.
 
반면 야권으로서는 무상급식 투표에 이어 이번 선거에서도 승리한 것에 너무 도취되면 안된다. 그러면 내년 선거가 도리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승리와 패배는 영원한 것이 아니다. 승리에는 패배의 씨앗이, 패배에는 승리의 단서가 숨겨져 있다. 그러니 한나라당도 이번 선거 결과에 너무 낙심할 필요는 없고, 야당도 자만해서는 안된다. 이제는 여당과 야당 모두 차분하게 성찰할 시간이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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