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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타임스=이영환]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의 결합에 바탕을 둔 자동화와 효율 증진의 이면에는 일자리 소멸이라는 음산한 시나리오가 존재한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상당수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견해부터 과거에 그랬듯이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낙관적인 견해까지 다양한 견해들이 대립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누구라도 일자리와 관련해 향후 전개될 상황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여기 첨부한 동영상의 연사 마틴 포드(Martin Ford)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의 미래학자이다. 그는 저서 『로봇의 부상』을 통해 대규모 일자리 소멸을 예측한 최초의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2009년에 출판된 저서 『The Lights in the Tunnel』에서 이 문제를 다루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문제가 대중적으로 부각된 것은 2013년 옥스퍼드 대학교 마틴 스쿨의 연구원 칼 프레이(Carl Frey)와 마이클 오스본(Michael Osborne)이 미국의 경우 향후 10~20년 사이에 모든 직업 가운데 47%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위험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이후였다. 그런데 이들의 연구에는 오류가 있다는 다양한 반론이 제기되었다. 대표적으로 2016년 OECD 연구원들은 미국의 경우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에 기반을 둔 자동화로 인해 단지 9퍼센트만이 일자리를 잃을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현저한 차이는 이들이 사용한 추정 모델의 차이에 기인한 것이다. 이것은 그만큼 일자리 예측이 어렵다는 방증이다. 한편 메킨지 글로벌(McKinsey Global)의 연구원들은 2030년까지 미국에서 30퍼센트의 일자리가 자동화에 의해 대체될 위험에 처해있지만 여러 가지 사회적 저항으로 인해 실제로는 14퍼센트만 대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같이 향후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소멸과 관련된 논의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렇지만 인공지능 기술의 특성을 감안할 때 과거와는 다를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이를테면 20세기 초 자동차가 등장해 마차를 대신한 경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 경우 운송수단으로 말의 용도가 줄어들면서 관련된 일자리가 대부분 사라졌던 반면, 자동차와 관련된 새로운 일자리가 더 많이 만들어졌다. 따라서 지금까지 신기술이 등장해 창조적 파괴가 일어나면 결과적으로 더 많은 일자리가 생겼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이 결합된 와해적 기술(disruptive technology)은 분명 다르다. 왜냐하면 과거에는 기술이 사람을 보조하는 역할을 했지만, 이 경우에는 근본적으로 사람을 대체하도록 고안되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런 현상은 블루 칼라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화이트 칼라 일자리에도 적용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마틴 포드는 향후 대규모 일자리 소멸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비관적이다. 현재로서는 그의 견해가 정확하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지만 주목할 필요는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인공지능 전문가 카이후 리(Kai-Fu Lee)도 『AI-Super Powers』에서 전 세계적으로 매년 230만 명 가량이 자동차 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는데, 자율주행자동차가 현실화되면 90퍼센트 정도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약 200만 명 가량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기술이 가능하다면 승용차와 화물차 운전자 대부분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상황은 불가피하다. 이런 요인들을 감안할 때 더 안전하고 더 효율적인 기술이 사람을 대체하는 현상을 막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국 쓸모 없는 계층으로 전락하고 말 것인가? 나아가 이로 인해 소비가 대폭 줄어들 것이 명약관화하므로 과연 현재의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존속할 수 있을까?

이런 이유로 마틴 포드는 보편적인 기본소득을 제안하고 있다. 이는 그가 『로봇의 부상』을 비롯해 여러 강연에서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내용이다. 그는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경제 시스템의 붕괴를 막으려면 이 방법 밖에 없다고 말한다. 한편 실리콘 벨리의 벤처 캐피탈리스트나 엔지니어들이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이유는 이들이 가져갈 막대한 부로 인한 폭동을 우려해서라는 견해도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기본소득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듯하다.

그렇지만 기본소득이 궁극적인 해결방안은 아니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인간은 먹고 사는 문제만 해결되면 만사형통인 그런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는 존중받고자 하는 욕구나 자아실현 욕구와 같이 고차원적인 욕구가 있다. 따라서 단순히 기본소득을 제공함으로써 향후 발생할 심각한 경제 문제와 인간 존재의 문제 등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는 버려야 할 것이다. 또한 기본소득의 재원 조달 문제와 기본소득으로 인한 도덕적 해이 문제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도덕적 해이는 지금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미래에도 여전히 심각한 문제로 남을 것이다.

마틴 포드가 이 동영상의 마지막 부분에서 강조하고 있듯이 우리는 새로운 경제시스템의 가능성을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있다.  기본소득은 새로운 경제 시스템의 일부분에 해당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사회 해체를 막기 위해서라도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을 이용해 달성한 높은 생산성과 물질적 풍요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경제 시스템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경제 시스템을 재구축하는 데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런 대안으로 공동선 경제(Economy for the Common Good)의 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경제 시스템에 관한 이론 모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마틴 포드는 최근 출판한  『Architects of Intelligence』에서 인공지능∙로봇공학 분야에서 활동하는 세계적인 전문가 23인들과 심층 인터뷰를 한 후 이를 바탕으로 세계 경제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 기본소득의 필요성, 인공지능의 규제 등과 같이 중요한 문제들을 논의하고 있다. 이 분야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이영환

  동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지식협동조합 <경계너머 아하!> 이사

  <시장경제의 통합적 이해> 외 다수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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