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넷, "관련자 처벌 뒤걸음질한 꼴"

[NGO 논객]

-수사대상인 김앤장과 가해기업들에 처벌 피할 수 있다는 신호주는 셈

-2019. 3. 15. 기준 접수피해자 6,324명(15명↑)ㆍ이중 사망자 1,390명(4명↑)

“SK케미칼 박철 부사장만 구속됐다. 다른 임직원 3명에 대해서는 영장이 기각됐다. 피해자들과 가습기넷는 받아들일 수 없는 판결이다. SK케미칼이 1994년 첫 제품을 만들면서 CMITㆍMIT의 인체 유해성에 대한 실험결과 등이 담긴 1995년 보고서를 일부러 숨기고 없앤 증거인멸 혐의로 박철 부사장 등 4명에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길게 보면 25년, 짧게 보더라도 2011년 이후 지난 7년 동안 이들의 범행에 이 나라는 아무 처벌도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거인멸에 따른 구속 수사조차 법원이 막아 세웠으니 참사의 진상 규명과 가해기업 관련자들의 처벌은 또 다시 뒷걸음질치게 된 꼴이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이하 가습기넷)는 “구속 기소된 고광현 애경산업 전 대표 등에 증거인멸 교사와 증거인멸 혐의가 적용된 것과 비교하더라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습니다.

“SK케미칼 박철 부사장과 함께 증거 인멸에 가담한 임직원들의 혐의가 결코 가볍다 할 수 없다. 영장이 기각되어 풀려난 임직원들에 의해 그나마 남은 증거들조차 사라질 수 있다는 피해자들의 걱정은 이제껏 가해기업들이 보여 온 행태에 비춰 보면 그저 기우에 그치지 않는다”

가습기넷은 “SK케미칼이 살인 물질들을 만들어낸 지 25년이 지난 지금,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 찾기조차 난관에 부딪혀 있다”며 “그나마도 증거 인멸에 가담한 관련자들을 구속 수사할 수도 없다면, 가해기업들의 증거인멸에 관여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김앤장은 물론, 죽음의 제품을 팔고도 사과조차 없이 모르쇠로 일관하는 이마트ㆍ헨켈ㆍGSㆍ다이소 등의 가해기업들에도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신호를 주는 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얼마나 더 많은 피해자들이 산소공급기에 의지해 가쁜 숨을 몰아쉬며 길거리로 나서야 가해기업들에 대한 뒤늦은 처벌만이라도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는가”

가습기넷은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의뢰로 한국역학회가 가습기 살균제 참사피해 가정을 조사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성인 피해자의 66%가 만성 울분상태에 놓여 있다고 하며, 자살을 시도한 경우는 11%로 일반인의 4.5배에 이른다”면서 “분명 나와 내 가족이 가습기 살균제를 쓰고 죽거나 평생을 짊어져야 할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데, 피해자로 인정받을 길도, 가해기업들에 대한 단죄도 아직 너무나 멀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를 쓴 뒤 혈액암에 걸린 변영웅 씨가 환경부 앞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한 지 오늘로 18일째다. '피해 인정과 구제, 진상 규명과 가해기업 처벌,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의 구호가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에는 상투적이지 않다. 말 그대로 사투다. 국가와 정부가, 사법부가, 그리고 우리 사회가 피해자들에게 답을 해야 할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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