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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사태 이후 첫 사례 될까?
차기태 | 승인 2011.10.30 16:52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통과를 둘러싸고 여당과 야당이 막판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정부는 29일 한나라당과의 모임에서 이달중 국회 통과를 여당에 요구했고, 한나라당도 날짜만 확정짓지 않았을 뿐 조만간 비준안 통과를 강행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30일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특별한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았고, 오후에 열릴 예정이었던 여야정 토론도 무산됐다. 여야정 토론회는 마지막 핵심쟁점이라 할 수 있는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폐기에 관한 토론을 벌일 예정이었지만, 야당쪽이 사실상 보이코트 하는 바람에 열리지 못했다.
 
투자자국가소송제도는 투자자가 국가를 상대로 투자유치국의 국내 법원이 아닌 제3의 중재기구에서 분쟁을 해결하는 제도이다. 민주당은 국내 사법제도를 부정하는 독소조항이라며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이 조항은 노무현 정부때 체결된 협정 원안 그대로일 뿐 아니라 다른 나라와 체결한 FTA에도 포함된 조항이라고 맞서고 있다.
 
 한나라당의 주장대로 투자자국가소송제도는 노무현정부 시절 맺어진 협정에도 들어있다. 당시에도 이 조항에 대한 반대론이 무성했지만 정부는 외면했던 것이 사실이다.
 
당시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주도하던 노무현 정부도 현재의 이명박 정부처럼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신주처럼 모셨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제를 발전시키고 일자리창출에 기여할 수 잇는 신통력 있는 방책인 것처럼 내세웠던 것이다. 그래서 그런 독소조항 같은 것은 당시 노무현 정부에서도 사소한 문제로 취급받았다. 눈 앞의 이익이 더 커 보이니 국가주권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은 소홀하게 다뤄졌다. 그런데 지금 와서 이 문제를 다시 꺼내들고 폐기를 요구하니 한나라당으로서는 기막힌 일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명박 정부도 역시 이 문제를 성실하게 처리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만약 문제를 제대로 인식했다면 작년 미국의 요구로 재협상에 응하고 자동차 부문 등 일부 양보를 할 때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해야만 했다. 그렇지만 정부는 재협상때 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고, 그런 상태에서 미국은 재협상안대로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비준하고 말았다. 그래서 이익의 균형이 깨진 협정이라는 비판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사실 이번에 한미자유무역협정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투자자국가소송제도 같은 문제를 해결할 길은 요원해진다.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위원장은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 다음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민주당이 다수당이 된다고 해도 이 조항을 이유로 한미자유무역협정을 재협상하자고 요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것은 기존 협정을 파기할 각오를 해야 되는데, 과연 민주당이 그런 용기를 발휘할 수 있을까? 아마도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통과시키는 것을 지금 지상과제로 여기고 있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과 정부도 좀더 성실한 노력을 기울여야 마땅하다. 이 대통령 자신이 좀더 적극적으로 설득에 나서면서 의견조율을 시도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그런 노력은 하지 않은 채 국회에서 연설을 하려다가 야당의 반대에 막혔다. 그러자 이번에는 여야 의원들에게 서신을 보냈다. 말하자면 일방적인 요구만 거듭한 셈이다. 소통이 아니라 강요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 굳어진 야당의 마음이 풀어질리 만무하다.
 
미국의 경우 처음에 반대하던 오바마 대통령 자신이 다각도로 의견을 조율하고 한편으로는 한국과의 재협상을 통해 요구사항을 관철하는 등 최선을 다해서 분위기를 조성해 나갔다. 그 결과 의회에서 원만하게 통과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오바마가 하던대로 했다면 지금 이렇게 한미자유무역협정을 둘러싸고 여야가 정면대결을 벌이는 상황은 오지 않았을 것이다.
 
 
한미자유무역협정 협상이 시작될 때부터 지금까지의 전개과정을 살펴보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려는 노력은 거의 없었다. 그것은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지금 이명박 정부에 이르기까지 마찬가지이다. 아무튼 이제 여당은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을 강행처리하려 하고, 야권은 이를 막기 위해 똘똘 뭉치고 있다.
 
그렇지만 한미자유무역협정은 물리력까지 동원해서 강행처리할 문제는 아니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한미장유무역협정 자체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야가 쟁점이 되는 일부 조항과 내용의 해결책을 서로 진지하게 협의하는 것이 순서이다. 그런 다음에 국회에서 정해진 절차대로 평화롭게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한미자유무역협정만은 토론과 지혜를 모으는 과정이 더 치열하고 진지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외국과 맺은 무역협정은 모두 이런 과정을 거쳐서 비준됐다.
 
그럼에도 여당이 일방적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킨다면, 그것은 아마도 박정희 정부 시절 1964년 계엄령까지 선포하며 체결한 한-일 협정 이후 첫 사례가 될 것이다. 이번에는 군대를 동원하지 않는다는 점만 다르다. 혹시 국회 경위를 동원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명박 대통령 자신도 그 때 반대시위에 나섰다가 구속되는 등 곤욕을 치른 경험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명박 정부가 그렇게 일방적인 처리를 할 것인가?
/편집장
 
 
 

차기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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