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청년칼럼 김우성 일기장
우리는 매 순간 영화를 찍는다[김우성의 일기장]
김우성 | 승인 2019.03.22 09:26

[청년칼럼=김우성] 카톡을 보내기 전 한참 고민할 때가 있다. 작성 가능한 글자 수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메시지 보내는데 돈 드는 것도 아니면서 썼다 지우기를 반복한다. 맞춤법과 띄어쓰기 점검은 기본. ‘ㅋㅋ’는 몇 개가 적당할지, 느낌표가 나을지 물결이 나을지 고민되어 전송 버튼 누르기가 조심스럽다. 탕수육을 주문할 때 ‘찍먹’과 ‘부먹’ 중 선택하는 것만큼 대충 지나치기 어렵다.

리포트 작성하듯 퇴고하는 내 모습이 참 웃기다. 한마디 건네는데 심혈을 기울이다니. 어지간히 상대방에게 잘 보이고 싶었나 보다. 남에게 멋진 모습만 보여주고 싶고, 실망을 안겨주기 싫은 마음이 늘 있으니까. 그 마음가짐은 옷차림, 말투, 행동 등 여러 채널로 표출되는데, 문자 메시지 역시 그 중 하나다. 나를 나타내는 수단이고, 그로 인해 나의 가치가 평가받는다면, 간단한 인사말 한 줄이라도 가볍게 넘길 수 없다.

Ⓒ픽사베이

남에게 잘 보이려는 행동은 가식이다. 사람들은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고, 정직이 미덕이라고 칭송하지만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가식을 달고 산다. 채팅창에서 사람들은 그리 웃기지도 않은 내용에 ‘ㅋㅋ’를 덧붙이고, 별로 아쉽지도 않으면서 ‘ㅠㅠ’를 남발한다. 메시지 자체는 엄청 기뻐하고 안타까워하는데, 작성자가 무표정이라면 소름이다.

비단 채팅창에서뿐만 아니라 얼굴을 맞대는 자리에서도 똑같다. 겉으로 웃고 우는 사람들이 실제로 어떤 심정일지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비행기에 탑승한 손님을 향해 미소짓는 승무원이나 소개팅하는 남녀, 그리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잘못을 고백하며 눈물 흘리는 범죄자들 속내를 알기 어렵다. 그들의 말과 행동이 진심이 아니라면? 셰익스피어가 말한 대로 세상은 무대고, 모든 사람은 배우임에 틀림없다.

갓난아기는 자주 운다. 배고플 때, 아플 때, 엄마 보고 싶을 때 우렁찬 울음으로 자신의 심정을 거침없이 표현한다. 아기가 조금 커서 유치원에 가면 거짓말은 나쁜 것이라고 배운다. 아이는 항상 솔직하고 정직해야 한다는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으며 자란다.

그런데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는 감정이나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행위가 무례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싫어도 좋은 척, 힘들어도 괜찮은 척, 울고 싶어도 애써 태연한 척 하라고 주위에서 종용한다. 부모님 걱정하실까봐 별 일 없다고 씩씩하게 외치는 아이. 상대방에게 상처가 될까봐 ‘하얀 거짓말’을 하는 아이. 우리는 그런 아이들을 철들었다고 말한다. 철들었다는 말은 성숙하고 어른스럽다는 뜻인데, 그럼 ‘어른’과 ‘가식’은 동의어로 봐도 될까?

가면을 쓴 우리는 남을 속이고, 남에게 속고, 때로는 속아주기도 하면서 살아간다. 한편으로는 가식이 있어서 세상이 그럭저럭 굴러가는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이 CCTV보다 영화나 드라마를 더 즐겨보는 점을 감안하면, 가식을 마냥 미워할 수 없다. 그렇다면 유치원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정직을 가르쳐야 할까, 가식을 가르쳐야 할까?

갑자기,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스카이캐슬> OST가 귓가에 맴돈다. We all lie~  

 김우성

낮에는 거울 보고, 밤에는 일기 쓰면서 제 자신을 돌아봅니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우성  kws3f10@naver.com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매체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논객닷컴 | (03163)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12, 대일빌딩 1405호
대표전화 : 070-7728-8569 | 팩스 : 02-722-65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종국
제호: 논객닷컴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78 | 등록일 2011년 9월 27일 | 발행일: 2011년 10월 1일 | 발행ㆍ편집인 : 권혁찬
Copyright © 2020 논객닷컴.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