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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계절이 돌아왔다[허승화의 요즘론]
허승화 | 승인 2019.04.02 10:52

준비  

지난 토요일 오전 8시 50분.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다. 진작부터 잠을 설치고 있었기 때문에 얼른 자리에서 일어난다. 내 결혼식도 아닌데 왜 이렇게 떨리는지, 영 잠이 오지 않았다. 푸석한 얼굴로 거울 앞에 선다. 화장을 하는 손이 덜덜 떨린다. 지금 틀리면 난 또 세수를 해야 하고 아마 결혼식에 늦겠지? 내가 이 정도인데 당사자는 얼마나 떨릴까? 등등 별별 생각을 하면서 얼굴에 그림을 그린다. 화장을 다 한 후에는 미용실에 갈 것이다. 일 년 가까이 머리를 자르지 않았는데 오늘을 핑계삼아 하기로 했다. 평소에 안 하던 짓을 하니 어색하다. 오늘은 친한 친구 형의 결혼식, 나는 결혼식을 돕겠다고 조금 일찍 가기로 한 하객이다. 

생각보다 빨리 준비를 마치고 함께 가기로 한 친구를 기다린다. 지하철에 올라탄 뒤 나보다 더 어색한 친구의 정장과 화장을 보며 서로 '웃겨 죽는다'. 예식장이 있는 녹사평 역에 내렸는데 바람이 심상찮다. 진작부터 걱정했던 비 소식이 현실화되기 직전이다. 영화 어바웃 타임 속 주인공 커플의 결혼식처럼, "폭풍우 속에서 결혼식을 올린 커플이 잘 산대"  나는 예식장 셔틀을 타며 수군거린다. 차에 타자마자 굵은 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픽사베이

실전 

열두 시, 예식이 시작되기 한 시간 이 십 분 전. 일행들 중에는 나와 친구가 처음으로 도착했다. 미리 오신 사진사와 어색한 인사를 나눈다. 곧이어 주인공 입장. 이후 한 시간이나 신랑 신부가 사진을 찍는 동안 바깥에서는 극적인 장면들이 펼쳐진다.

평소와는 다르게 한껏 꾸미고 서서 만면에 미소를 지은 얼굴들이 떠다니고, 서로 덕담을 나눈다. 신랑은 종종 소환되어 걸쭉한 미소를 짓는다. 대기실 바깥, 식장 앞, 아름다운 신랑 어머니의 모습. 주변을 돌아보면 아는 얼굴들이 많다. 다들 들떠있거나 어색해한다. 신랑 아버님은 그중에서도 유독 행복해 보인다. 저토록 순수한 미소라니, 이런 게 효도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거추장스러운 드레스를 입은 신부는 대기하는 한시간 반 동안, 그리고 식을 치르는 내내 물 한모금 제대로 마시지 못한다. 화장실도 누군가와 함께 가야 하기 때문이다. 친구들이 찾아와도 인형같은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큰 미션인 신부에게는 반가움을 표현할 수단이 별로 없어 보인다.  

식이 시작된다. 화장실도 못가고 달려갔건만 짐을 옮기느라 제때를 못 맞췄다. 동영상을 찍기 시작한다. 앉아서 지켜보는 사람들 사이를 가로지르며 영상을 찍는다. 나도 모르게 어머니와 아버지의 표정을 유심히 살핀다. 결혼식에서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떠올리는 순간 눈물이 난다. 맞절하는 순간, 신랑측 아버지가 축사를 읽으며 고개 숙이는 순간. 그리고 이 결혼식의 경우 신랑이 축가를 불렀는데 그 순간에 눈물이 핑 돌았다.  

사람이 진심을 담아 누군가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순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오래 키우던 자식이 비로소 결혼하여 떠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부모의 표정에 담겨 있는 것들은 내가 해석하기에는 너무 깊다. 내가 키운 것도 아닌데, 나는 내가 갔던 거의 모든 결혼식에서 부모님을 보면 눈물이 났다.

내 친구 중 하나는 결혼식의 그런 면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모든 이벤트가 그러하듯 준비 과정에서부터 어려움에 부딪히고 이 결혼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 클라이막스의 한순간을 위해 오랜 준비와 여러 인물들이 달려온 것이다.

다 끝내고 나니 영화 촬영과 결혼은 참 비슷한 면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기본적으로 둘다 많은 사람과의 약속이다. 사람들과 시간을 정해서 날짜를 꼽아가며 기다리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꽤 긴 시간을 정신없게 교류하다 함께 밥과 술을 먹고 헤어진다. 그리고 늘 주최하는 사람들만 신경쓸 게 가득한 행사인 것 같다.  
 
다만 결혼 만의 특징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감격과 긴장 속에서 처음으로 경험하는 것이고, 익숙해질 새 없이 지나가버리는 '삶의 중요한 지점'이라는 사실이다. 떨림 속에서 기억은 아득해지고, 남는 것은 결국 사진 뿐이다.

뒤풀이 
 
모든 것이 끝났다는 사실이 기분좋다. 결혼식 직전에 하늘이 개기 시작하여 날이 무척 청명했다. 일찍 일어난 우리는 금세 취할 낮술을 시작한다. 반가운 얼굴들을 보며, 서로 바삐 나는 결혼 절대 안 할거야, 너는 결혼 절대 하지 마라 하며 농담을 주고받는다. 그러는 동안 과정의 피곤은 금세 잊혀진다. 결혼이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결혼식의 계절이 왔고 수많은 웃음과 눈물이 그 위에 뿌려질 것이란 점이다. [청년칼럼=허승화] 

허승화

영화과 졸업 후 아직은 글과 영화에 접속되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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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승화  tmdghk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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