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성의 고도를 기다리며]

캡틴 마블 누적 523만↑ 역대 3월 최고 흥행작
캡틴 마블 2019년 전 세계 최고 흥행작.. 수익 1조 돌파
캡틴 마블 역대 韓 3월 최고 흥행작 등극 1조원 수익
쌍끌이 ‘돈’ 150만 ‘캡틴 마블’ 520만 주말 새기록

최근 ‘캡틴 마블’로 검색한 뉴스 첫 화면에 등장한 기사 제목들이다. 클릭 유도를 위해 찬양이 과하다 싶긴 하지만, 그래도 캡틴 마블의 흥행을 설명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사람들을 영화관 앞으로 끌어모은 힘은 건강한 페미니즘에 있다.

캡틴 마블의 주제는 외적 편견에 무릎 꿇지 않는 것이었다. 감정을 통제하라는 선배의 지도를 무시했을 때 캡틴 마블은 진정한 힘을 발산했다. ‘여자는~’의 코르셋 안에 갇혀 살아온 여성들로서는 속 시원했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김숙이 ‘어디 남자가 조신하지 못하게!’하며 코르셋을 찢었고, 박나래가 양손을 성기 방향으로 모으는 ‘활력’ 댄스를 선보이며 이어받았다. Girls can do anything, 그녀들은 캡틴 마블이었다. 남녀 구분 없이, 대중은 그녀들을 지지했다.

영화 '캡틴마블' 스틸컷 Ⓒ네이버영화

영화 내에서 캡틴 마블이 과거에 조롱 받았던 장면들이 삽입되었다. 조롱의 이유는 성별이 아니라 무능함에 있었다. 남들만큼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고, 운전을 제대로 못했다. 물론 거기에 ‘여자라서 못한다’는 비난을 받았겠지만, 육체적 능력은 일반적으로 남성이 우월하므로 편견으로 치부할 수 없다. 무능함에 대한 조롱은 삐쩍 말랐던 캡틴 아메리카가 받았던 것과 같았다.

훈련 과정에는 유리 천장이 없었다. 또한 유리 천장이 있었다 하더라도 캡틴 마블은 무릎 꿇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여자는 원래 이러는 겁니다’며 징징대지 않았다. 이 영화의 가치는 역경을 이겨낸 서사에 남성이 아닌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에 있다. 그 과정에서 여성을 비하하지도 않았고, 남성을 조롱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자신을 둘러싼 껍질을 깨고 나온 ‘인간’이었다.

지난 2월 여성부 장관이 대기업 여성 임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유리 천장의 시대를 몸으로 뚫고 나간 ‘원더 캡틴 마블’들에게 여성이라는 이유로 장관이 된 사람이 여성 할당제를 요구하는 촌극은 이제 재고할 때가 아닌가? 여성이 당위가 아님은 박근혜가 증명했고, 이성이 결여된 감정의 폭력성은 박사모가 증명했다. 2030세대는 당신들의 남녀 세계와 다른 세계를 살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남녀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평평한 운동장이지, 당신들이 겪은 차별을 아랫세대에 보상하는 것이 아니다.

페미니즘은 어느새 과격한 동음이의어가 되었다. 여성의 인권을 수호하는 정의와 여성 이익을 추구하는 강박증 사이에 저마다의 페미니즘이 산포되었다. 여성을 장애인처럼 제도적으로 보호해주길 요구하는 페미니즘은 가짜다. 가짜들 때문에 어느새 인간 주체성에 대한 이야기는 사라지고 남녀갈등만 남아버렸다. 영화 캡틴 마블이 페미니즘에 대한 합의를 모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Girls can do anything.’을 응원한다. 우리는 같은 인간이니까. [청년칼럼=김봉성] 

 김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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