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장 장례 위한 치밀한 움직임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 고(故) 염호석 씨 시신 탈취를 도운 전 정보 경찰 2명에 대한 재판이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됐다. 사진은 삼성 사옥 출입문ⓒ출처=더팩트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우] 삼성이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 고(故) 염호석 씨 시신탈취에 연관된 인물들을 사건 초기부터 따라붙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는 지난 5일 경남 양산경찰서 전 정보과장 하 모 씨와 전 정보계장 김 모 씨의 부정 처사 후 수뢰 등을 심리하는 3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증인으로 염호석 씨 아버지 염 모 씨와 그의 지인 이 모 씨가 출석했다.

검찰에 의하면 염 씨는 삼성에서 6억원을 받고 아들 시신을 노조 몰래 빼돌려 화장했다. 이 씨는 염 씨를 도운 대가로 삼성으로부터 3000만원을 챙겼다. 하 전 과장과 김 전 계장도 시신 탈취가 성공하도록 힘을 써 줬다. 삼성은 사건이 끝난 뒤 김 전 계장에게 1000만원을 건넸다.

염호석 씨는 2014년 5월 17일 삼성의 노조 탄압에 반발해 “노조가 승리하는 그 날 화장해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강원 강릉시 해안도로 인근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노조는 노조장을 치르기로 하고 시신을 강릉의료원에서 서울의료원 강남분원으로 옮겼다. 하지만 삼성은 사건 확대를 우려해 가족장이 되도록 일을 꾸몄다. 

증인신문에서 삼성의 치밀한 움직임이 드러났다. 먼저 증인신문을 받은 이 씨는 김 전 계장이 찾아와 “(삼성을) 도와주라”고 했다고 했다. 이들은 염호석 씨가 사망한 지 하루가 지난 2014년 5월 18일 양산시에서 서울의료원 강남분원으로 올라갔다.

가는 도중 이 씨와 김 전 계장은 칠곡휴게소에서 삼성 관계자를 만났다. 이 씨는 “삼성 측이 가족장을 부탁했다”고 했다.

이 씨는 서울에 도착해보니 염 씨가 이미 삼성과 합의에 이른 상태였다고 했다. 그는 염 씨와 삼성을 중재한 인물로 김 모 전 경정을 꼽았다. 6억원을 염 씨와 처 최 모 씨에게 준 삼성 관계자는 최평석 삼성전자서비스 전무라고 했다. 김 전 경정과 최평석 전무는 현재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의혹 재판을 받고 있다.

염 씨와 이 씨 등이 운구차에 염호석 씨 시신을 싣고 이동할 때도 삼성의 손길은 이어졌다. 이 씨는 “간이휴게소에 내리니 삼성 직원들이 와서 고생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시신은 부산 영락공원 화장장과 세계로병원을 거쳐 2014년 5월 20일 밀양화장장에서 화장됐다.

다음 증인 염 씨도 휴게소에서부터 삼성 관계자를 만났다고 했다. 그는 “아들이 사망한 날 저녁 양산경찰서에서 소식을 전해 듣고 강릉시로 향했다”며 “가는 길에 있는 단양휴게소에서 삼성 사람을 만났다. 장례식 때문에 왔다고 했다”고 했다. 

이튿날 염 씨는 서울의료원 강남분원 인근 호텔에서 최평석 전무 등을 만나 위로금과 가족장 등을 합의했다고 했다. 이후 삼성 뜻대로 모든 상황이 이뤄졌다.

다음 공판기일은 오는 19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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