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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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친한 부부 집에 초대를 받아 놀러 갔다.

문을 열자 나와 와이프를 가장 먼저 반기는 건 ‘뭉치’였다. 이 부부가 키우는 강아지의 이름이다.

그들은 자신들을 가리키는 신조어가 생겼다고 웃으며 말했다. ‘딩펫족’이란다.

딩크족(DINK:Double Income, No Kids)과 펫(pet)이 합쳐진 말이다. 즉 아이 없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맞벌이 부부를 가리킨다.

식사를 마치고 거실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니, 온통 뭉치를 위한 아이템으로 가득했다.

남편 A의 면도기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저자극 애견 이발기였다. 파란색 하네스(harness)도 참 귀여웠다.

뭉치의 잇몸에 발라주는 고농축 치약, 노란색 반려견 칫솔, 귀를 세척하는 이어 클리너, 뭉치가 좋아하는 닭고기와 연어가 버무려진 수제 캔 등도 인상적이었다.

뭉치를 위한 아기자기한 소품을 흥미롭게 구경했고, ‘딩펫족’ 부부는 즐겁게 그 용도와 특성에 대해 차근히 설명해주었다.

이 부부는 뭉치와 보내는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집안 어른들도 모두 뭉치를 좋아해서 자주 집으로 뭉치 간식을 보낸다고도 했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현 상황에 대해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데, 이 부부는 이따금 지인이나 회사 동료에게 “왜 빨리 애 안 낳고, 개한테 쓸데없이 돈을 쓰냐”라는 말을 듣는다고 한다.

악의 없는 오지랖이 때로는 상대를 너무나도 가슴 아프게 한다는 걸 우리들은 잘 인지하지 못한다.

필자가 보기에 이 부부의 집은 아기를 키우는 집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사랑하고 아끼는 대상이 다를 뿐.

딩펫족 부부, 그리고 뭉치의 행복을 응원한다. 다음에 그 집에 갈 땐, 뭉치 선물을 듬뿍 사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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