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최근 월계동 주택가 아스팔트 도로의 방사선 준위와 관련하여 ‘인근 주민의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조사결과에 따르더라도 현장에서 채취한 시료에서 세슘 137이 아스팔트 재료에 섞여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기준치(10Bq/g 이하)를 2~3배 이상 초과하는 방사성물질이 검출되었다. 월계동 첫 번째 현장에서는 세슘 137이 22.4-29.1Bq/g, 인덕공고 앞에서는 1.82~35.4 Bq/g이 검출되었다. 이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인정한대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로 처리되었어야 할 독성 물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역주민들이 받을 수 있는 연간 방사선량이 0.51~0.69 밀리시버트(mSV)로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이는 자연상태에서 일반인이 받는 연간 평균 방사선량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설명을 붙이기까지 했다.
우리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10년 이상 주택가와 통학로에서 고농도 방사능에 일상적으로 노출됐던 주민들과 학생들에 대해 ‘매일 1시간’이라는 자의적 기준을 들이대며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하는 것은 명백한 폭력이라고 판단한다. 또 환경운동연합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다음과 같은 사항을 이번 조사결과의 평가에 고려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 2000년 시공됐을 당시 더 많은 농도의 인공 방사성물질이 아스콘에 섞였지만, 현재는 줄어들었을 가능성에 대해서 조사하지 않은 점
• 차량 타이어에 의한 마모로 아스콘이 먼지로 비산해 인체에 흡입되는 ‘내부 피폭’ 오염 경로의 가능성
• 어린이와 임산부와 같은 방사능 피폭 취약자를 고려하지 않음
• 방사선 피폭에 의한 건강영향이 장기간에 걸쳐 나타날 수 있다는 점
단위 체중을 기준으로 어린이는 하루에 마시는 공기의 양이 어른에 비해 3배, 물은 7배가 더 많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똑같이 오염된 공기와 먼지를 흡입하더라도, 어린이는 어른에 비해 단위 체중 당 훨씬 많은 양의 오염물질이 몸으로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는 세포 분열이 활발해 방사선에도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임산부들이 엑스레이 검사를 되도록 기피하는 이유는 저선량의 방사선이라도 태아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문제의 결과가 돌이킬 수 없이 심각하다면 과학적 불확실성이 문제 해결을 미룰 수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사전예방의 원칙이다.
우리나라도 권고안을 따르고 있는 국제방사능보호위원회(ICRP)는 “방사능에 관한 한 안전한 양이란 없다”는 것으로 원칙으로 삼고 있다. 방사능 노출에 관한 한 안전한 기준치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반인의 연간 피폭허용치를 1밀리시버트(mSV)로 정하고 있지만 이것도 1만 명 당 1명꼴로 암을 유발할 수치이다. 그래서 미국의 경우 0.25 밀리시버트, 독일 0.3 밀리시버트로 기준치를 낮춰 잡고 있다. 호주에서도 많은 전문가들이 일반인의 피폭 허용량을 0.5 밀리시버트로 낮추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영국에서도 연간 1밀리시버트 기준을 적용하고 있지만, 어떤 한 시설에서도 피폭량이 0.5 밀리시버트를 넘어서는 안된다는 것으로 보조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방사선량에 대한 기준치를 정해놓고도 스스로 이를 무시하고 자연방사능과 비교하는 고의적 은폐를 하고 있다. 자연방사능의 경우 우리가 불가피하게 피할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그러나 인공 방사능 문제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피할 수 없는 자연방사능에 인공 방사능 오염까지 더해지면 피해가 더욱 커지게 되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 검출된 세슘 137은 자연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인공방사능 핵종으로 핵연료 순환과정에서 생성되어 외부로 유출된 방사성 동위원소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조사에서도 나왔지만 이러한 인공 핵종이 아스팔트 재료에 섞여 주택가 도로에 쓰여진 것이다. 방사능에 오염된 폐자재는 외부로 유출되어서는 안되는 방사성 폐기물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우리나라 원자력 안전에 대한 규제와 관리 감독을 책임지는 최고 기구이다. 때문에 위원회는 안전하다는 주장에 앞서 방사성 폐기물이 외부로 유출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 사과하고 원인 규명에 앞장서는 것이 직분을 다하는 일이다. 그런데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세슘 검출 농도를 두고 자연방사선량과 비교하며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방사능 오염 문제를 회피하고 축소하려고만 하는 직무유기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출발부터 강창순위원장, 윤철호 부위원장등 원자력 찬성론자로 구성된 기구로 독립적 입장에서 원자력 안전을 책임질 기구의 성격을 지니지 못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출범이후 첫 번째 안전사고인 이번 문제에 있어서 위원회는 어떤 신뢰성있는 대책도 제시하지 못했다. 이에 환경연합은 정부는 지자체에 방사성폐기물 처리 책임까지 떠넘기고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책임자를 문책하고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해서 직접 방사능 오염 원인규명과 전국적인 도로 조사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또한 지난 10년 넘게 고농도의 방사능 오염에 노출된 지역주민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건축자재에 대한 방사선량 기준치 마련 등 전반적인 생활방사능 대책을 세워야 한다. 아울러 방사성 폐기물을 외부로 유출한 원인자를 찾아내어 엄중히 처벌할 것을 촉구한다.
 
 
2011년 11월 8일
서울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 원전특별위원회/ 노원구 방사능주민비상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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